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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0가구 정착한 강진군, 정주 설계 중심으로 농촌 마을 재생
고현우 강진군 인구정책과 주무관 2025년 08월호
옛 기억 속 할머니 집 같은, 슬레이트 지붕에 바람이 숭숭 들던 빈집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삶이 깃든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빈집은 과거의 흔적이자 지역 소멸의 상징이다. 사람이 떠난 마을에는 적막함만 남고 빈집은 그 적막을 더욱 깊게 한다. 전남 강진군은 ‘빈집 리모델링 지원 사업’으로 이주민과 청년, 귀촌 희망자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이 사업의 입주 경쟁률은 평균 10:1, 최대 20: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빈집 리모델링을 통해 무려 60가구, 163명이 강진군으로 전입했다. 소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마을 하나를 되살릴 수 있는 인구다. 실제로 어떤 마을은 빈집 리모델링을 통해 입주한 젊은 부부와 아이들로 등굣길이 다시 생겼다. 주민들은 아침마다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강진군이 ‘사람을 잇는’ 정책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집은 사람이 머무르고 삶을 나누는 곳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빈집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어떤 사람이 이 집에 살면 마을이 좋아질까’를 고민하며 ‘정주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인근 주민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쳤고 지역 정체성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민했다. 집의 외형은 가능한 한 그대로 살리되 내부는 안전하고 따뜻하게 바꿨다. 

물론 60가구의 정착은 빈집 리모델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 배경에는 강진군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사람 중심 정착 정책이 있다. 대표적으로 출산 가정에 기본 육아비 외에 추가로 매월 60만 원을 최대 7년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강진형 육아수당’이 있다. 2022년부터 시행한 이 제도는 단순한 시혜성 제도가 아니다. 영유아 자녀 한 명을 양육할 때 드는 월평균 양육비 약 86만 원의 70%를 지원함으로써 실제 출산과 육아에 따른 가계 부담을 상쇄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실질적 투자다. 부모 소득이나 자녀 수에 상관없이 0~7세 아동이 있는 가정에 지급되는 강진형 육아수당으로 귀촌 가정은 육아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마을 공동체와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다.

빈집 리모델링과 연계한 일자리 사업도 운영한다. 지역 농산물 가공, 마을 관광 해설, 로컬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과 주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설계하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멘토링도 병행한다. 주택뿐만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살 집이 있고 일할 거리가 있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 사람들이 강진에 남는 이유다.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 다시 마을을 살린다. 정량적 성과보다 더 강력한 마을의 변화는 행정이 아니라 주민의 삶 속에서 증명되고 있다.

대한민국 농촌은 여전히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강진은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빈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빈집부터 시작해 마을을 살리는 것. 그 변화는 지금도 강진의 골목골목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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