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카와상’으로 더 유명한 서홍창 오너즈플래닝 대표는 일본 오사카를 중심으로 30년 이상 부동산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재일교포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양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그에게서 일본 빈집 문제 현황과 정책, 부동산 전문가로서 빈집의 미래에 대한 통찰과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 세대 먼저 빈집 문제를 겪으며 중앙·지방 정부, 민간에서 다양한 대책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사례로부터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며 유튜브도 하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건물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히 부동산 관련 회사에 취업했다가 2007년에는 아예 부동산 종합 컨설팅 회사인 오너즈플래닝을 설립했다. 그러다 한국 유학생들이 일본에서 집 구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상황임을 알게 됐다. 재일교포로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여서 한국인 대상 임대 중개로 사업을 확장했다. 홍보를 위해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는데, 요즘은 자연스럽게 업무로 매물을 보러 다니면서 다양한 부동산과 동네를 소개한다. 다른 사람 집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지 않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오사카에 빈집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23년 조사 결과 오사카부(부청 소재지인 오사카시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을 포함한 일본 제2 도시권이자 서일본 최대 행정구역. 광역자치단체에 해당)의 빈집 비율이 14.2%로 전국 2위였다고 한다. 빈집이 많다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가끔 우리 회사로도 빈집 소유주나 변호사로부터 “어떻게든 해달라”며 상담이 들어오기도 한다.
빈집 거래에 어려움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중개·매입·판매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입장에서 빈집이 좋은 매물이 되긴 쉽지 않다. 빈집은 의뢰가 들어와도 위치가 괜찮아서 땅의 가치가 높다거나 리모델링해 재판매할 수 있는 입지 혹은 건물 상태일 때만 접수한다. 게다가 사연이 복잡해서 빈집이 되는 경우도 많다. 원래 소유주가 갑자기 죽어 현재 소유주가 불분명하거나 공동명의 등으로 상속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도 있다. 빈집 자체가 시장 가치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기본적으로 공공 영역에서 거래된다. 지자체마다 빈집은행을 운영하고 있고, 시골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빈집을 모아 활용되도록 콘텐츠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빈집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민간 기업도 있는데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간의 역할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 성공 사례도 있다. 아키야(空家·빈집) 사포트(support)의 준말인 ‘아키사포’라는 회사가 창의적인 빈집 재생 모델을 만들었다. 회사가 빈집을 빌려 리모델링해 임대 수입을 얻고 임대가 끝나면 소유주는 자산가치가 상승한 건물을 돌려받는다. ‘세카이호텔’은 더 창의적으로 접근했다. 공장, 쌀집 등 오사카 후세역 상점가의 빈 점포 군데군데를 외관을 유지한 채 이색 객실로 만들고 하나의 호텔로 운영한다. 일본은 1층이 상점, 2층은 주거용 건물과 아케이드가 이어지는 게 전형적인 상점가의 모습인데, 오래된 건물일수록 내부 계단으로만 연결된 구조가 많아 2층에 아직 사람들, 특히 노인들이 살고 있으면 1층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후세역의 경우도 건물 전체를 개발하려고 했으면 불가능했을 거다.
농촌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을까?
최근 알게 된 사례가 오카야마 산골 니시아와쿠라손(村)이다. 니시아와쿠라는 5,491ha에 달하는 삼림의 84%가 목재 생산을 위해 조성한 인공림인데, 로컬 벤처기업이 솎아내 다듬은 나무들을 원목 소재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원목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창업을 위해 들어와 170세대 정도가 늘었다고 한다. 빈집을 수습하면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정책은 많은 지자체에서 하고 있지만 이들 마을에 청년이 모이기 시작한 건 지역 특색에 맞는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빈집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건물이 나이 들고 거기 사는 사람도 나이 들면 빈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상속만큼 문제인 것이 노후 맨션 재건축이다. 한국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맨션은 입주자들이 관리비와 수선적립금을 내지만 50년 정도 지나면 낼 사람이 없거나 이미 다른 곳에 활용돼 재건축비를 감당할 수 없다. 재건축은 입주자의 5분의 4, 동별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는데 고령 입주자들은 돈도 없고 이사도 꺼려서 재건축에 반대한다. 어차피 모두 부동산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오래된 맨션에 들어가느니 신축을 찾아서 별로 인기가 없다. 고정자산세(한국의 재산세와 비슷한 성격으로 토지, 가옥, 상각자산 등의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지방세)도 문제다. 오래된 집을 비워두면 치안 악화, 화재 등 위험이 있어 빈집으로 두지 말라는 것이 정부의 빈집 문제 대응 방향이다. 그런데 사실 소유자가 폐가를 철거하고 싶어도 자기 소유 집일 때보다 철거해 빈 땅으로 둘 때 고정자산세가 최대 6배나 늘어난다. 철거 비용도 드는데 빈 땅에 부과되는 세금까지 늘어나면 방치된 빈집을 적극적으로 철거할 유인이 없다.
빈집 활용이 활발해지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오래된 건물은 매물로는 단점이 많지만 좋은 위치에 지어진 경우가 많아 재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재건축 허가 시 필요한 입주자 동의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 이를 완화하자는 논의가 계속 있어왔지만 결국 고령화와 비용 부담이 제일 문제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기존 입주자의 이사, 주거 지원 정책이 생기면 입주자 동의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방치된 빈집의 경우 정부의 강제 철거가 법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아직 실제 집행은 많지 않다고 들었다. 세금으로 철거 비용을 써야 하고, 방치된 빈집을 전부 철거할 수도 없을 뿐더러 사유재산을 철거하는 것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소유주에 압력을 가해 빈집을 방치하지 않도록 하는 수단이 쓰이는 것 같다. 다만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철거 보조금 지원도 시작됐다. 강제 수단보다는 이렇게 빈집 소유주가 행동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좋다고 본다.
빈집 문제가 더 심각해질 텐데 중장기적으로 어떤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나.
인구 소멸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총주택 수는 정점을 찍었다. 지금 역사상 최고로 집을 많이 지은 거다. 신축, 재개발도 좋지만 인구가 줄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다 빈집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앞서 언급한 노후 맨션 문제가 연달아 일어날 거다. 이제 건물을 지을 때 50년 후, 60년 후를 감당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이상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콘크리트로 지은 고층 아파트는 해체하기 더 어렵다. 한국은 일본만큼 지진이 일어나지도 않으니까 굳이 철근 콘크리트 구조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아파트의 경우 철거나 재개발을 혼자 판단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또 도시를 수직으로 계획하는 것은 인구소멸 추세에 역행하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도시를 수평으로 넓혀 도심이 아닌 곳에서 빈집을 사용하며 여유롭게 사는 것도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유튜브를 시작하고 상상도 못 한 협업 제안이 온다. 부동산업을 기본으로 하지만 협업을 통해 능력이 되는 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연결고리로서 양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젊은 친구들에게 좋은 미래를 넘겨주고 싶다.
최슬기 『나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