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일·채소값이 자주 들썩인다. 지난해에는 사과값이 급등했는데, 올해는 시금치, 열무다. 과일·채소 가격 급등은 생활비 부담을 넘어 전체 물가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왜 매년 품목을 바꿔가며 과일·채소값이 오르는 것일까? 단순한 계절성이나 유통 문제를 넘어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다. 최근 몇 년간 예상하지 못한 여름철 폭염이나 국지적 집중호우로 농산물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생산량이 줄면 공급 부족이 발생한다. 고정적인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니 자연스레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 들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여름철 날씨가 매년 전년보다 뜨거워지고 비도 더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날씨 변화는 전반적인 물가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실증 분석 결과 기온과 강수량의 예상치 못한 변화는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기온이 평년에서 10℃ 벗어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단기적으로 약 0.04%p 커졌다. 강수량은 평년에서 100mm 벗어날 때 약 0.07%p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날씨 변화로 인한 영향은 대개 2개월 정도 지속돼 예상치 못한 날씨 변화가 소비자물가 상승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침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소비자물가 변화는 크게 생선·채소·과일 등 계절과 날씨에 민감한 품목으로 구성되는 신선식품 가격의 변동으로 발생한다. 신선식품 가격은 다른 품목보다 예상치 못한 날씨 변화에 더 큰 변동 폭을 보인다. 신선식품 가격만 보면 기온 10℃ 변화에서 최대 0.42%p, 강수량 100mm 변화에서는 최대 0.93%p까지 상승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은 대개 2~4개월 사이에 사라져 신선식품 가격 또한 날씨 변화에 단기간 반응했다.
통화정책의 판단 지표인 근원물가는 어떨까? 근원물가는 일시적인 변동이 큰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다. 분석 결과 근원물가는 날씨 변화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날씨 변화로 인한 일시적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흐름의 기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은 것이다. 실제 날씨 변화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단기간 급등하더라도 근원물가 수준으로 서서히 되돌아가는 경향을 확인했다. 즉 날씨의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약 2~4개월이 지나면 곧 물가 수준이 안정된다. 다만 기후위기로 인해 예상치 못한 날씨 변화가 계속된다면 물가에 미치는 효과는 지속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분명한 정책적 시사점을 준다. 우선, 단기적 농산물 가격 변동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의 공급 충격을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 안정과 기후 적응력을 높이는 구조적 대책이 더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수입 다변화를 통해 공급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생산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의 해법 또한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농업정책과 기후 적응력을 높이는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에서 체감하는 물가 불안은 기후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신호다. 따라서 농산물 공급 안정과 기후 적응력을 높이는 정책을 병행해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고 경제의 충격 흡수력을 키워야 한다. 즉 우리 국민의 일상생활을 지키기 위한 실용적 대책과 장기적 준비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