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개최된 리우회의와 기후변화협약의 채택으로 환경과 생태계 문제는 이미 전 세계의 화두가 됐다. 그러나 2012년 리우+20 회의에서 기후변화가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이 확인되면서 결국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불리게 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하는 시기를 2050년으로 예상했으나 2023년 이미 1.1℃ 상승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기후위기가 눈앞의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은 세계 각국의 의무다.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부분의 나라들은 기후위기의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농업정책이다. 기후위기로 과수나 농작물 재배 적지가 북상하고 극한 호우로 농작물 침수 피해가 나타난다. 동시에 농업은 메탄, 이산화질소 등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야말로 자연환경 생태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 이중성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농업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다음 해외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은 2023년 「농업법」 개정을 통해 기후 대응 농업정책들을 법제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18년에 제정한 「농업법」을 2025년 9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더욱이 2017년 파리협정 탈퇴를 단행할 정도로 기후위기 대응에 반발해 온 트럼프 정부가 다시 등장하면서 기후위기 대응 농업정책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추진한 기후 친화적 농업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됐다. 따라서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 농업정책의 방향이 실제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만 지금까지 진행돼 온 정책을 간단히 열거해 보면 보전 유보 프로그램, 지역 보전 파트너십 프로그램, 기후 스마트 농업 인센티브 등이다.
EU는 공동농업정책과 그린딜정책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공동농업정책의 목표는 농민의 공정한 소득 보장, 경쟁력 향상, 푸드체인에서 농부의 지위 개선, 기후변화 대응, 환경 보호, 경관과 생물다양성 보존, 청년농 육성 지원, 농촌 활성화, 식품과 건강의 질적 보호, 기술혁신 등이다. 이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 환경 보호, 경관과 생물다양성 보존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중요한 목표로 설정돼 있다.
일본은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농작물 피해 대응, 탄소중립 달성, 생물다양성 보전 등을 목표로 2021년 ‘녹색 식량시스템 전략’을 수립하고 2022년 「환경과 조화를 이룬 식량시스템 확립을 위한 환경부하 저감사업활동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전략과 법이 농림수산업에서 탄소중립정책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화학비료 사용량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유기농업 비율을 25%로 확대하는 등의 목표를 설정했다.
열거한 미국, EU, 일본 외에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농업의 식량 생산 가치와 농민의 소득 보장 문제를 함께 다룸으로써 기후위기의 피해를 보는 동시에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산업인 농업의 이중성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기후위기는 이미 경고한 한계를 일찌감치 넘어섰고 그 증거로 기상이변 등이 나타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여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과제다. 그러나 모든 분야를 같은 선에 두고 해결책을 논해서는 안 된다. 농업은 식량 생산의 보루이고 식량 생산은 인류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만큼 기후위기 원인 감소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기후위기임에도 감수해야 하는 분야임을 기억해야 한다. 과도한 운송비용이 드는 수입 개방의 문제를 넘어 자연환경 생태계와 더불어 가야만 하는 농업은 식량주권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