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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를 하나의 기회로 삼아 아열대 작물을 연구하는 거죠”
김천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 2025년 09월호
                                                                  

김천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

바나나 팬데믹이라 불리는 ‘파나마병’으로 바나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한국 바나나는 없어질 걱정이 없다. 다른 나라는 기존 나무의 줄기를 떼서 묘목을 생산하지만 우리나라는 1980년대 아열대 과일인 바나나를 국내에서 재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조직배양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제주 오등동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한반도 기온 상승을 기회로 삼아 망고, 용과, 파파야, 올리브 같은 아열대 작물을 연구한다. 김천환 농업연구관을 만나 연구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온난화대응’이라는 명칭을 보니 연구소가 생긴 지 오래됐을 것 같다.
아열대 과수 또는 온대 과수로 분류하는 키위, 단감 등을 연구하던 난지농업연구소가 2008년 조직개편으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가 됐다. 그 무렵 지구 온난화가 이슈였다. 이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변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예측한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시나리오라는 게 발표됐다. 이 시나리오 가운데 온실가스 농도가 가장 높은 RCP8.5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지구 환경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기간이 8개월 이상 지속되면 아열대 기후로 분류되는데, 한반도 평균 기온도 점점 상승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온이 더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기후위기로 한반도에 아열대 기후가 확대되더라도 그걸 새로운 기회로 삼고자 아열대 작물을 연구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연구하나.
우리나라에서 재배할 수 있는 아열대 작물을 연구한다. 아열대 작물 생육이 가능한지, 생산물 수확이 가능한지 탐색하고 있다. 뿌리와 싹이 나오는 적정 온도인 발아적온을 찾고, 언제 심어야 좋은지도 알아본다. 또 열매가 제대로 달리는지, 우리 토양에 잘 적응하는지 등을 살핀다. 이를테면 1차 연구를 마친 커피의 경우 겨울철 최저 온도가 13℃는 유지돼야 개화-열매 성숙-수확이라는 식물의 정상적인 라이프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최저 온도가 5℃로 낮아지면 생존은 가능하지만 식물의 라이프 사이클은 무너진다. 작물 생육연구에서 나아가 수확물의 경제성이 있는지 판단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식품 가공이나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한다. 또 기존 작물이 기후위기로 겪는 변화도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사과 재배지가 점점 북상하고 감귤도 남해안 내륙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농가가 점차 늘어나는데, 이러한 재배적지가 얼마나 변하는지 살피고 있다. 그뿐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을 조사하고 고유의 방제 기술을 개발한다.

제주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열대에 가까운 지역인가?
그렇다. 제주도는 아열대 지역으로 분류되는 가장 최북단 지역이라고 평가된다. 제주에서는 대표적인 아열대 작물인 감귤이 노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아열대 작물을 연구하게 됐다. 제주의 지형적 특성도 있다. 제주도에는 한라산이 있지 않은가.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지표면의 복사열이 줄어들어 기온이 하강한다. 수치로 보면 해발고도가 200m 높아질 때마다 1℃씩 낮아져 한라산 해발 1천m 지역은 5~6℃가량 기온이 낮다. 그래서 해안가는 아열대 기후지만 한라산 중턱으로 가면 대륙성 기후가 나타난다. 기후변화 관련 연구에 제주도가 가장 적합한 이유다.

SSP5-8.5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1세기 후반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성 기후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어떤 식생 재배가 필요한가?
기후적응력이 있는 작물이 중요하다. 기후적응력이 있다는 건 고온을 잘 견디면서 저온에도 강하고, 폭우로 인한 과습과 가뭄에도 잘 견디는 걸 의미한다. 흔히 기후위기를 말할 때 기온 상승에만 집중하는데, 평년보다 더 추운 겨울도 기후위기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아열대 작물이라고 해서 전부 고온에서 잘 자라는 게 아니다. 수박이 대표적이다. 햇볕이 너무 강하면 햇볕에 노출된 부분이 썩는 일소(日燒) 현상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아열대 과일인 레드향은 지난해 열과(裂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열과는 과일에 금이 가면서 깨져 낙과하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고온 때문에 나타난다.



기온 때문에 작물 재배가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더위로 인한 노동일수 감소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하나?
다행히 더위로 인한 노동일수 감소는 자동화 내지 스마트농업이 해결해 줄 수 있다. 시설이나 장비를 갖춘 농가들이 많고 정부에서 지원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농작업 중 가장 힘든 게 병충해 방제를 위한 농약 살포인데 시설에서는 자동 살포가 되고, 노지에서는 드론 같은 장비로 방제가 이뤄지는 등 대체로 자동화됐다. 현지 농가를 방문해 보면 한낮에는 실내 작업을 하더라. ‘칠갑산’ 노래처럼 한낮에 콩밭 매는 시대는 아니다(웃음).

아열대 작물을 연구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토양 적응성 문제가 컸다. 나무토마토라는 게 있는데 남미에서는 굉장히 달고 맛있지만 우리나라에 심으면 바로 죽는다. 한국 땅에서 자란 파파야는 당도가 낮고 호박 향이 난다. 바닐라나 후추는 꽃이 피지 않는다. 또 제주는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고 잘 빠지는데 육지는 비가 오면 물이 고여 뿌리가 썩는다. 지역에 맞는 재배 방법을 다시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제도적 문제도 있다. PLS(Positive List System)라고 농약 허용물질 목록 관리 제도인데, 작물마다 등록된 약재만 쓸 수 있게 돼 있다. 새로운 병해충이 나타나면 사용 가능한 약재를 하나하나 등록해야 한다. 시간도 많이 들지만 갑자기 새로운 병해충이 나타나면 사용할 수 있는 약재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해 피해가 커진다. 농가 입장에서는 농약 5~6종류는 있어야 한 해 동안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그래서 아열대 작물에 쓸 수 있는 농약도 계속 등록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식량산업이 바뀐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작물의 상품 기준이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작물들이 미래에는 상품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배추 같은 경우 지금은 3kg 정도 나가야 시장성이 있다면 나중에는 기후위기로 너무 자라서 5kg이 기준이 될 수도, 덜 자라서 1kg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또 작물의 파종 시기가 바뀔 수도 있다. 여름에 파종하던 배추를 미래에는 가을에 파종해야 할 수도 있는 거다.

개인적인 연구 목표가 있다면?
최근에 올리브를 연구하고 있다. 제주에서 노지 재배할 수 있는 올리브 품종 몇 가지를 확인했다. 이 품종들 가운데 상품성 있는 것들을 선별해 경제성 있는 재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최근 목표다. 
정서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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