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농업이 직면한 도전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폭염과 가뭄, 국지성 집중호우는 작물 생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병해충의 확산은 생산성과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이러한 기후 리스크는 식량 가격 불안정, 즉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을 유발해 소비자들의 식탁을 위협한다. 이에 따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농업 기술의 진화, 즉 농업테크(AgTech)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첫째, 스마트팜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스마트팜은 온실이나 축사 내부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광량 등을 센서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어해 외부 기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농업 방식이다. 최근에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돼 생육 단계별 환경 조건을 학습하고, 병해충을 사전에 감지하며, 최적의 물·영양 공급 시점을 제안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활용하면 극한 기후에도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회복탄력성이 높은 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둘째, 정밀농업 기술은 기후적응형 농업의 핵심이다. 드론, 위성,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활용해 작물의 생육 상태, 토양 수분, 병충해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AI 기반 예측시스템은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병충해 확산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하고, 방제 시기와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기술은 물·비료·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저탄소 농업 기술도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농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22~24%를 차지하는 주요 배출원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큰 부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저감 기술로는 무경운 농법(no-tillage), 논물 관리 최적화(중간 물떼기), 유기질 비료 활용 확대, 저메탄 사료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으며 이들 기술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토양 건강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중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넷째, 극한 기후에도 견디는 작물을 만드는 기술개발도 활발하다. 내염성·내한성·내건성 작물 품종개발은 물론, 최근에는 식물에 특수 코팅을 해 수분 증발을 줄이고 병해충 저항력을 높이는 나노 코팅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는 씨앗이나 잎에 나노물질을 입혀 온도 변화나 병균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공공 연구개발(R&D)과 민간기업의 연계도 중요하다. 농업은 전통적으로 민간 투자가 적은 분야였지만, 최근 기후위기와 식량안보가 글로벌 이슈로 주목받으며 투자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린랩스, 엔씽 등 스마트농업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으며, 대기업들도 식물공장, 정밀농업 솔루션 등 농업테크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안보는 단순히 생산을 증대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기술 융합, 탄소 감축, 생물다양성 보전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학기술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농부의 감각과 경험에 기술을 더해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기후위기 시대에 식탁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