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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야만 하는 탄소중립과 식량안보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2025년 09월호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변수가 아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으로 폭염·가뭄·홍수 등 극한 기상이 일상화되며 농업 생산 기반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고랭지 여름 배추는 폭염으로 해마다 가격 파동을 겪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야 당도가 오르는 사과는 야간 기온 상승으로 품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생산량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 결과 ‘서민의 과일’이던 사과 가격이 올라 중산층마저 구매를 주저하는 품목이 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을 뜻하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 그중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가격 급등 현상인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은 이제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이러한 흐름은 2018~2021년 농작물재해보험 자료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해당 기간 폭염 피해와 관련한 보험금 지급 건수는 무려 18.9배 증가했고, 피해 면적 역시 3.5배 확대됐으며, 총보험금지급액은 11.2배나 늘어 그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농업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자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이다. 전 세계 농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약 18~20%를 차지한다. 바로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농업도 탄소중립에 동참해야 하지만, 그 과정이 오히려 생산 기반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벼농사와 축산에서 배출되는 메탄, 질소비료를 농경지에 사용할 때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여기에 극한 기상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하는 스마트팜과 같은 시설집약형 농업은 에너지 수요를 더욱 늘린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커피·코코아·올리브유 등 국제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비료 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식량 가격을 압박한다.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이러한 외부 충격이 내수 물가로 빠르게 전이된다. 그리고 한 번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미 농산물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인상 요인까지 겹치며 식료품 물가를 더 압박하고 있다. 2024년 전체 물가 상승분의 약 24.5%가 먹거리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가처분소득의 40%를 식비로 지출하는 저소득층(1분위)에 큰 부담이 된다. 이는 단순한 식비 문제를 넘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거시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의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과 식량안보는 분리해서 다룰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과제다. 기후위기를 통제하지 못하면 식량 생산 기반이 붕괴하고, 식량안보를 놓치면 탄소중립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정교한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저탄소 농업 기술과 인프라 확산이다. 생산·유통·저장 전 과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둘째, 기후변화 적응 능력 강화다. 고온·가뭄에 강한 신품종과 새로운 재배 기술을 널리 보급해 생산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국가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식량을 에너지·산업과 같은 ‘전략 자원’으로 격상하고, 국가 식량안보 전략에 기후 리스크를 전면 반영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지만, 식량안보가 뒷받침되지 않는 탄소중립은 허상에 불과하다.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 충돌이 아닌 공존과 시너지가 가능한 길을 설계해야 한다. 기후와 식량, 두 축이 함께 굴러갈 때만 미래는 지속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지탱하는 전략 산업으로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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