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바로 AI다. TV, 신문, SNS 할 것 없이 사방에서 AI 소식이 들려온다. 이제 AI는 우리 삶의 확실한 일부가 됐다. 특히 제조업에서 AI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진다. 제조 AI는 생산공정 자동화를 넘어 생산성, 품질,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핵심 도구다. AI 비전 검사로 양품·불량을 판정하고 센서로 장비 고장을 예측하며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을 최적화한다.
이러한 AI 활용이 공장 전체로 확장되면 우리는 그것을 다크팩토리라고 부른다. 낮은 물론 밤에 조명이 꺼져도 자율적으로 생산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AI, 로봇, IoT, 빅데이터를 결합해 원자재 투입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을 자율 운영하는 완전 무인 자동화 공장, 이것이 제조업의 최종 진화 형태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3만여 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을 보급하며 생산성과 품질 향상, 불량률 감소 등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계는 들어왔지만 다룰 사람이 없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설비 보급에는 성공했지만 운영 역량을 갖추지 못해서다. 데이터 분석,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융합 기술), 제조 AI를 다룰 현장형 전문인력과 이를 제공할 공급기업의 역량이 모두 부족하다.
다크팩토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다크팩토리는 ‘사람이 없는 공장’이 아니라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공장’이다. 공장을 설계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다크팩토리 시대의 핵심은 AI 알고리즘이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휴먼 인텔리전스’다.
다크팩토리 구현을 위해서는 기술을 공급할 공급기업, 그 기술을 운영할 전문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첫째, 공급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지난 10년간 국내 스마트제조 공급기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양적 성장이 질적 고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데이터 분석, CPS, AI 모델링 등 고도화된 기술을 종합적으로 제공할 전문기업은 여전히 드물다. 공급기업을 제조혁신의 전략 파트너로 육성하려면 기술력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고, 창업부터 R&D,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실무형 인력양성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는 부족하고 공급기업은 신입 채용을 꺼리며, 학생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검증-채용-현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작동해야 한다. 실무 교육을 받은 인재가 기술자격증 등으로 역량을 검증받고 기업은 검증된 인재를 채용하며 현장인력이 다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공급기업 육성과 인력양성은 단기 과제가 아닌 산업 전환의 국가전략으로 지속돼야 한다. 스마트제조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다크팩토리 구현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조명이 꺼진 공장의 기계들 뒤에는 이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수많은 전문가가 있다. 다크팩토리는 ‘빛 없는 공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나는 인재들의 공장’이다. 다크팩토리 구축의 첫걸음은 첨단 설비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이 기술을 성장시키는 시대다. 기술·기업·인재가 동반 성장하는 진정한 스마트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다크팩토리 시대를 준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