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1953년 독립한 뒤 군사정권, 킬링필드로 유명한 폴포트 정권과 베트남 괴뢰정권 등 폭력으로 점철된 내전을 겪었고, 유엔의 지원으로 우여곡절 끝에 1993년 캄보디아 왕국으로 회귀했다. 산업 발전의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3년부터 도박산업을 합법화했다. 수도 프놈펜을 비롯해 태국과 베트남 국경, 시아누크빌과 같은 휴양 도시 등 관광객이 붐비는 곳에 카지노 영업을 허가했고, 중국계 캄보디아인 또는 동남아 국적의 중국인이 다수의 카지노를 운영했다. 1990년대 말 65개소였던 카지노 수는 2015년 75개소, 2025년 195개소로 증가했고, 불법 카지노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한편 1990년대 대만에서 시작한 스캠(온라인 사기) 범죄는 중국 푸젠성으로 옮겨 현지 온라인 도박업체와 결합했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이들은 당국의 단속을 피해 동남아로 도주했다. 주로 이동이 편리한 국경 지역, 당국의 단속이 헐겁거나 이들과 결탁이 쉬운, 거버넌스가 허약한 국가가 그 대상이었다. 그중 필리핀에 진출했던 스캠 업자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소위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다시 동남아 대륙으로 돌아갔다.
2013년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로 중국 자본과 중국인이 몰려들었다. 중국은 해당 국가들의 국경에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해 경제특구를 개발했고, 중국인 관광객도 곳곳의 카지노에서 큰손이 됐다. 2019년에는 캄보디아에서 사업이나 취업 허가를 받은 중국 국적자가 2만2천 명에 달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그 수는 10분의 1로 줄었고, 시아누크빌에 거주하던 약 20만 명의 중국인도 올 초 당국이 카지노를 폐쇄하자 캄보디아를 떠났다.
중국인 수 급감의 원인은 바로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경기침체로 캄보디아 내 카지노 업장이 폐쇄되고 경제특구와 산업단지도 멈춰 섰다. 사회적·경제적 위기는 도박 업자들에겐 도전이자 기회였다. 이들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카지노 업장, 호텔, 리조트, 산업단지를 범죄 거점으로 삼았다. 장기간 온라인으로 신뢰를 쌓은 후 자산을 빼내는, 이른바 돼지도살(pig butchering)이라는 사기 수법을 익힌 범죄자들은 자금 세탁을 위해 필요한 대포통장 수급, 가상화폐 사기, 로맨스 스캠 등 모든 형태의 온라인 범죄를 저질렀다. 범죄 대상은 중국인에서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 국민으로 확산됐다. 피해자 수가 늘어나자 국제기구와 NGO들은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 내 범죄 단지의 존재와 범죄의 위험성을 고발했다.
일찍이 중국은 동남아 내 자국 범죄자를 수배 및 체포하려고 시도했으나 동남아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얻지 못했다. 캄보디아가 대표적이다. 일정 금액을 정부에 기부하면 옥냐(Oknha)라는 작위를 받는 캄보디아만의 독특한 경제적 신분제는 정경유착을 강화하는 기제다. 세간을 시끄럽게 한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의 사례처럼 온라인 범죄 수괴와 옥냐 간의 연관성은 명확하다. 중국인 범죄자는 캄보디아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국적을 바꿀 수 있으며,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이라고 하면 불법 온라인 업체도 쉽게 설립을 허가받을 수 있다.
캄보디아 당국은 사기 업자를 단속하기는커녕 이들과 유착하고, 국제적 위상의 추락을 우려해 대규모 사기산업의 존재, 이와 관련한 인신매매와 학대 사건을 부인하거나 축소, 심지어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현직 경찰이 범죄 단지의 경비원으로 일하거나 단속 정보를 범죄 단지에 미리 알려주는 등 조직적인 부패가 만연하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캄보디아의 부패 순위는 180개국 중 158위(100점 만점에 22점)다.
국내외 압력과 여론을 의식해서 최근 몇 년간 캄보디아 당국은 전국의 스캠 센터를 단속하고 가해자를 체포했다. 일례로 지난 7월 이후 약 3,200명의 범죄자를 체포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캄보디아 내에만 약 10만~15만 명 정도의 스캠 관련 종사자가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