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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예방 시스템 마련하고 범정부 전담 기구 설치 검토를
김도년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2025년 12월호
“정부 대응이 너무 늦었습니다. 이미 한국인 대상 범죄 조직의 70%는 캄보디아를 떠난 것으로 압니다.”

수개월 전부터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한국인 대학생 고문 실태를 폭로한 황 모 씨(텔레그램 ‘범죄와의 전쟁2’ 운영자)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인 대학생 살인 혐의자의 위치와 범행 증거 등을 수사 당국에 제공했지만,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대한 고발은 황 씨의 폭로 이전부터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해 11월 관련 기획 기사를 내놨고, 유엔 특별보고관들도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5개월 전인 지난 5월 “캄보디아 범죄 단지의 인권 유린 행위에 동아시아 국가가 긴급히 나서야 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각국 인권위원회에 범죄 실태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국인 대학생이 숨지고 난 뒤에야 총력 대응에 나선 정부의 움직임에 ‘늑장 대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로선 억울한 측면은 있다. 외교부는 지난 8월 초부터 사건을 인지해 캄보디아 정부에 용의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요청했다. 캄보디아 경찰 당국은 ‘본인 직접 신고’가 이뤄져야 수사에 착수하기 때문에 외교부는 신고자와 직접 소통하며 신고 절차를 안내하기도 했다. 또 외교부·경찰청·법무부 등 관계기관은 합동대응팀을 구성해 현장에 급파했다. 대응팀 단장인 김진아 외교부 2차관과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0월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등 고위 관계자를 만나 ‘한국·캄보디아 스캠(온라인 사기) 범죄 합동 대응 TF’를 꾸리자고 요구했고, 양국은 이에 합의했다. 캄보디아 정부의 거부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양국 경찰 수사 공조 조직인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로선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대책은 모두 꺼내놓은 셈이다.



분주하게 대책을 내놨지만, 해외에서 일어나는 한국인 대상 범죄는 현지 수사 당국의 협조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국회 일각에선 군사 작전을 벌여서라도 내국인을 구출해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군경이 상대 국가에서 작전을 수행할 경우, 당장 주권 침해 문제에 부닥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도 범죄 배후 기업과 개인에 대한 자산 동결, 금융 제재 등의 조치로 우회적인 압박에 나서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만약 한국에서 미국인 대상 범죄가 일어났다는 이유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한국 영토 안에서 자체 수사를 벌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현지 수사 당국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후 대응’을 중심으로 한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동남아 지역 내 범죄 조직의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는 구조적이고 초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태국·베트남·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들과 수사 공조를 강화하고, 현지 한인회와 시민단체 등 풀뿌리 조직과 연계한 정보망을 구축하는 등 ‘사전 예방’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스캠 범죄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동향을 수집하고 국내 범죄 조직과의 연계 여부도 꾸준히 추적해야 한다”라며 “이 같은 일을 수행할 범정부 차원의 전담 기구 설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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