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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은 어떻게 생겼을까
배상훈 프로파일러 2025년 12월호
과거 모 TV 프로그램에서 “사기꾼은 어떻게 생겼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한마디로 사기꾼을 통칭하는 얼굴형은 없다. 그 어떤 외형적 특이점도 없을뿐더러 사회경제적 지표도 무의미하다. 사실상 ‘케바케’! 고로 누구든 사기꾼일 수도, 또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범죄의 동기 분류에 따른 행동유형은 존재하며, 사기는 신뢰에 기반한 범죄이기에 믿음과 동정을 받을 만한 외모와 말투, 몸짓 지향성이 있다.

한국 사회는 온갖 종류의 사기 범죄가 범람한다. 재산 범죄만 보면 한국은 사기 7 대 절도 3으로 사기 범죄 비율이 높다. 일반적으로 유동적이고 변동성 높은 사회구조, 파편적인 사적 신뢰 체계, 견고하지 못한 공적 시스템 등으로 사기 범죄의 배경을 설명한다.

역동적인 한국경제에는 기회와 희망이 있는 동시에 높은 실패 가능성이 존재한다. 무언가를 엮고 도모하고 만들어낼 풍부한 공간과 기회에 비해 성공 가능성은 낮다. 이는 그 중간지대를 범죄적인 무언가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적 행위로서 사기는 희망(기회)과 공포라는 매개체를 가진다. 누구나 사기를 당하지만 자기 삶의 조건과 희망 간의 괴리가 클수록 더 쉽게 더 많이 당한다. 공적 체계보다 사적 체계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면 엘리트라 할지라도 사기당할 가능성이 높다.

계층상승의 관점에서, 특히 젠지(Gen-Z)에게 한국 사회의 기회구조는 너무 빈약하며 유독 야박하다. 그들에게 정규직은 금수저들에게나 어울릴 단어에 계약직도 감지덕지한 실정이며, 자가주택은커녕 전세는 그나마 감사한 빚이고 원룸 월세와 고시원이 현실이다. 더구나 언론에서 떠드는 부동산도 주식도 코인도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사기 범죄는 희망과 공포를 동시에 제공한다. 전통적인 사기 범죄는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하지만, 사이버에 익숙한 젠지들에게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기 범죄는 접근성에서나 윤리적으로나 블루오션, 즉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신세계라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 더해 캄보디아 범죄 단지 사건의 핵심에는 범죄 진화의 관점에서 ‘범죄의 디아스포라’가 있다. 사이버 시대에 접어들며 범죄는 국경을 넘어 국제적·다국적 산업화로 연결됐다. 이는 과거 마약·성매매가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 수평적·수직적 초국가 산업으로 기능한 것을 넘어서는 현상이다. 

범죄 심리 측면에서 사기 범죄의 특징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표류(drift)다. 표류는 청소년 범죄의 주요한 특징이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사기와 같이 ‘심리적 통제’가 주요 범죄 기제인 사례에서 더 적합하게 설명된다. 사기의 전제는 가해자에 대한 전적인 신뢰다. 신뢰라는 감정은 대상에 대한 희망과 공포로 이뤄진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에 대한 ‘희망’과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공포’가 피해자를 지배한다. 이 통제와 지배는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심리적 의존과 감정적 애착으로 나타나고,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다양한 피해를 발생시킨 이후에도 단절되지 않고 결여나 결핍이라는 상태로 유지된다. 

이 감정적·심리적 상태가 다른 방식으로 치유되거나 전화되지 않으면 또 다른 가해자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고 특정한 심리적·감정적 기제(투사, 동조, 대체, 전복 등)에 노출된 경우 피해자는 피해의 경험을 가해의 기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는 특히 종교 사기나 다단계 사기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사이비 종교의 교주에게 물질적 착취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에 동조해 다른 피해자를 착취하는 자발적인 도구 역할을 하다가 해당 종교가 해산된 후 피해자 스스로 종교 사기의 교주 혹은 중요 간부가 되는 사례는 자주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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