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으로 숨진 사건 이후 고수익 아르바이트와 일자리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주목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담은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해외 고수익 채용 광고 → 출국 유도 → 여권·핸드폰 압수 → 보이스피싱, 도박사기, 로맨스 스캠 등 각종 스캠 범죄 가담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꼬집고 있다.
모든 작품에는 세 가지 유형의 인물이 등장한다. 피해자, 범죄 설계자나 범죄 수익 인센티브를 얻기 위한 적극적 가해자 그리고 속아서 범죄 단지에 잡혀가 범죄에 가담하는 소극적 가해자. 이들은 어쩌다 스캠 범죄를 당하고 스캠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걸까?
먼저 욕망. 조직적인 도박사기 범죄를 다룬 중국 영화 <고주일척>(2023)은 “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속을까? 사람에겐 두 가지 마음이 있어. 하나는 탐욕, 하나는 불만족.”이라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마음을 분석한다. 영화에서는 욕망 때문에 자신을 위험에 몰아넣는 상황이 그려진다. 승진에 불만을 품은 개발자는 더 좋은 조건으로 자신을 스카우트하겠다는 회사로 이직하지만 주어진 업무는 스캠 범죄 개발자가 되는 일이었다. 일자리를 잃은 모델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좋아 보이는 작업 환경 등에 홀려 스캠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피해자도 마찬가지다. 등비수열을 응용한 마틴게일 베팅법을 활용해 일확천금을 노리지만 범죄조직이 피해자가 돈을 따는 것을 허용할 리 없다. 피해자의 욕망을 자극해 도박을 계속하게 하려고 내부자 정보를 흘리고 일반 대출, 주택담보대출, 카드론, 사채 등을 모두 끌어다 쓰게 유도한다. 모든 걸 빼앗긴 피해자는 자살을 시도한다.
다음은 간절함. 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자가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시민덕희>(2024)에서는 어떻게 알았는지 보이스피싱범이 피해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것을 파악하고 접근한다. 주인공은 신용점수를 높이기 위해 송금 내역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그 어떤 피해자보다 추진력 있게 대출 승인 조건을 채운다. 간절함은 사채까지 쓰게 만든다. 영화는 ‘내가 설마 보이스피싱을 당했나’ 하는 의심을 확신으로 전환시키고 “뉴스에서만 봤는데”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을 통해 피해자에게 자책과 부끄러움을 안기며, 모든 걸 잃었다는 충격과 좌절감, 가해자를 향한 배신감과 경멸을 영화 시작 3분 만에 보여준다.
간절함은 피해자에게만 있는 감정이 아니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2023) 1화에서는 대출이 나오지 않아 가게 월세를 내지 못하는 아버지를 둔 청년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해외 일자리에 취업한다. 현지에 도착한 그는 억지로 범죄에 가담하게 되면서 소극적 가해자가 된다. 그런데 범죄에 가담하지 않고자 한다면, 속아서 간 거라면 이들은 왜 그곳에 있는 걸까? 살기 위한 간절함 때문이다.
마지막은 공포다. 소극적 가해자는 범죄 단지에서 도망치기 어렵다. 적극적 가해자들은 높은 담벼락, 총으로 무장한 경비, 폭행, 전기고문 등 공포로 소극적 가해자를 다스린다. 영화적 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KBS <시사기획 창: 캄보디아 유토피아>(2024)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캄보디아 범죄도시, 88일의 추적>(2025) 편을 보길 추천한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를 탈출한 사람들이 증언하는 현장의 폭력성과 취재진이 밖에서 살펴본 범죄 단지의 모습이 일치한다.
<고주일척>은 스캠 현장에서 구출된 사람들의 인터뷰로 엔딩 크레디트를 올린다. “일자리를 찾을 때 좀 더 신중하길 바라요. 해외 회사 중에서도 급여가 높으면 의심하세요. 현재 직업에 충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