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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보장, 기업 생존, 세대 상생의 고차 방정식
최나실 한국일보 산업2부 기자 2026년 01월호
‘나는 60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을까, 일한다면 어떤 조건일까?’
2025년 정년 연장 논의가 불붙으면서 정년제가 있는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질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연내 입법을 목표로 ‘단계적 65세 정년 연장’ 논의에 속도를 냈지만 노사 입장 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

한국 사회는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제도 도입 필요성 자체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은 편이다. 노동자로서는 퇴직 이후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 소득 공백을 메우고, 기업으로서는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숙련 인력을 확보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노후 빈곤과 은퇴 후 복지체계를 책임지는 정부 입장에서도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문제는 계속고용의 방식이다. 노동계는 ‘고용 불안과 임금 삭감 없는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법적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자율적인 기업별 재고용 선택권 보장’을 주장한다. 보편이냐 선별이냐, 임금 조정이 있냐 없냐의 문제다. 

전자는 60세를 넘긴 모든 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고, 근속연수와 나이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제에 의한 고임금을 5년간 더 보장하는 방향에 가깝다. 반면 후자는 기업이 정년을 채운 퇴직자 중 필요한 인력을 선별해 계약직·시간제 등 다양한 형태로 재고용하고 직전 임금의 70% 안팎을 지급하는 방식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전자는 노후 보장은 확실하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다는 게 문제고, 후자는 필요 인력만 재고용하니 경영에 유리하지만 고령자의 노동조건 저하와 고용 불안이 문제가 된다. 

정년 연장은 노사의 유불리를 넘어 세대 간 정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로도 연결된다. 신입사원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는 고령층을 계속고용하면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은 떨어지게 된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취업 한파 상황에 청년고용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울러 경영계는 정년 연장의 수혜가 소수의 대기업·공공기관 정규직에 한정될 것이라며, 질 좋은 일자리와 열악한 일자리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된다는 점도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노동계 내에서도 비정규직·청년층에는 정년 연장이 소구력 낮은 의제고, 도리어 이해관계가 상충할 여지도 없지 않다. 

결국 정년 연장은 퇴직자 노후 보장, 기업 경쟁력 유지, 세대 간 상생이라는 고차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 노사정 간 대타협이 필요한 의제다. 그러나 1년 가까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계속고용위원회 논의에서 노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뒤이은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TF’ 및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는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2025년 12월 초 민주당은 정년 연장과 재고용 제도를 혼합한 중재안을 내놨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2028년 혹은 2029년부터 8~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올려 1안은 2036년, 2안은 2039년, 3안은 2041년에 정년이 65세가 되는 식이다. 소득 공백 기간에 한해 1~2년간 퇴직 후 재고용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담았다. 또 경영계 입장을 반영해 정년 연장 시 과반 노조의 동의 없이도 임금을 삭감하는 게 가능하도록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의 요구를 절충한 방안이지만 양측 모두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어느 하나 내려놓지 않는다면 해법 마련은 불가능하다. 연공급제 개편이나 60세 이후 노동시간 단축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 등 양보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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