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돼서 국민이 오래 살게 됐다는 의미다.
그로 인한 부담은 기업과 근로자가 같이 풀어야 할 과제이고, 정부는 문제해결이 쉬워지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026년에는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살펴볼 것이 있다.
정부·공공기관·대기업 정규직이 아닌 다수 근로자는
법정 정년 연장만으로 노후문제 해결 어려워
첫째, 65세 정년 연장은 현재 60세에 정년 퇴직하는 근로자들에게 의미가 있다. 그 전에 주된 일자리(개인의 생애에서 가장 오래 일하며 숙련을 축적한 일자리)를 떠나는 근로자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정부·공공기관 정규직, 대기업 정규직 생산직 등을 제외하면 민간 기업에서 60세에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근로자는 예외적이며, 많아야 전체 근로자의 10%대를 넘지 않는다. 대다수 근로자는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를 떠나 대부분은 이후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 수준도 낮은 비정규직으로 10년 이상 일한다.
그럼에도 모든 근로자가 마치 60세에 퇴직하고 길게는 65세까지 소득단절이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된 면이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를 떠나야 하는 근로자들의 노후생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는 법정 정년 연장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둘째, 우리나라 중소기업에는 아예 임금체계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저 사장이 정한 임금 인상 기준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이 인상될 뿐 근속연수에 따라 체계적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호봉제를 적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중 1,200만 명은 3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한다. 이런 소규모 사업장은 대부분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 수준도 낮아 연간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근속연수를 반영해 임금이 인상되는 호봉제 연공급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식적인 정년제도가 운영되지 않아 필요한 인력은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이런 상황이다.
지금 논쟁인 임금체계 개편은 주로 대기업, 특히 유노조 대기업의 정규직 생산기능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3년 임금체계 및 인력운영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천 명 이상 규모 사업체 생산기능직의 90.5%가 호봉표에 근거한 기본급을 받는다.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고용이 안정돼 근속연수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법정 정년 연장을 할 경우 회사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연공형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영계는 이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셋째, 법으로 정년이 연장되면 근로자나 노동조합으로서는 임금체계 개편 등 근로조건이 불리해질 수 있는 조건 변경에 협조할 인센티브가 없어지게 된다. 임금체계 개편 여부와는 상관없이 법으로 정년 연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돼서 국민이 오래 살게 됐다는 의미다. 그로 인한 부담은 기업과 근로자가 같이 풀어야 할 과제이고, 정부는 문제해결이 쉬워지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년을 60세로 결정한 2013년 당시 임금체계 개편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했지만, 임시방편적인 임금피크제 도입 외에 다른 임금체계 개편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법정 정년 연장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 방안 몇 가지를 검토한다.
연공성 축소, 직무급 도입, 공공 부문 우선 개편 등
노사 협의 및 사회적 합의 거쳐 임금체계 개편해야
첫째는 임금체계에서 연공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다른 임금체계를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연공급은 좋은 일자리로의 이동 기회가 큰 사회에서 이직을 줄이고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다. 임금에 근로자의 숙련을 어느 정도 반영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생활비를 보상하는 인상 방식이고, 임금 결정 시 사용자의 자의적 평가를 배제하고 호봉표에 근거한다는 측면에서 인상 기준이 객관적이라 노사 간 이견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근속연수에 따라 생산성이 정체되면 일정 연령 이후 생산성과 임금 간 괴리가 커지고 특히 정년 전후로 괴리가 최대 수준에 이른다. 연공성 완화를 위해서는 입사 초기 임금 수준을 높여 젊은 근로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근속 중기나 후기에는 인상을 중지하거나 임금 인상 수준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어느 정도로 연공성을 조정할 것인가는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서 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직무의 난이도나 가치를 기준으로 임금을 정하는 직무급제 도입이다. 유럽의 노동조합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사용자에게 먼저 직무급 도입을 요구한 반면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직무의 난이도와 숙련도를 반영하는 직무급 도입에 소극적이다. 연공급의 대안으로 직무급이 언급되지만 사실 직무급의 도입과 안착을 위해서는 노사 간 신뢰가 쌓여 있어야 한다. 노사 간 신뢰가 높지 않으면 직무 평가에 따른 등급, 등급 내 임금 인상 기준 등을 결정할 때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다. 한편 대량생산체제에서는 숙련의 중요성이 높지 않고, 최근에는 자동화나 로봇 활용이 늘어 숙련도를 반영하는 직무급 체계를 구축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따라서 직무별로 난이도 차이가 확실하거나 노사 상호 신뢰도가 높은 경우에 제한적으로 직무급을 도입할 수 있지만 전면적인 도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우선 직무수당을 만들어서 직무별 난이도를 임금 결정 시 반영하고, 추가적으로 직무 수행 역량을 반영하는 직무역량수당, 직무 수행 결과를 반영하는 직무성과수당 등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셋째, 임금피크제에 대한 검토다. 임금피크제는 고용 보장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이번 65세 정년 연장의 대안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임금피크제 도입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응급조치였고, 최근 그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같은 일을 계속하는데 나이가 많다고 갑자기 임금을 크게 깎는 것은 연령차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일할 의욕도 꺾는 부적절한 방식이다.
넷째, 민간 부문과 달리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 부문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있다. 우선은 매년 초에 공지되는 공무원 봉급표에서 호봉의 개수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과가 훌륭하면 호봉을 건너뛰거나, 직급별 또는 직무별로 지급하는 수당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직무의 난이도를 반영하는 진일보한 방법이다.
모쪼록 이번 65세 정년 연장에서는 지난 60세 정년 연장에서 경험한 잘못을 또다시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