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신은 단순히 교통수단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자동차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도시공학적 통찰과 정책적 의지가 결합한다면 모빌리티 선도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인류의 문명사는 곧 이동의 역사였다. 바퀴의 발명부터 증기기관차, 그리고 내연기관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이동 수단의 혁신은 인간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도시의 구조를 결정지어 왔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가 누려온 자동차 중심의 패러다임은 극심한 교통 체증, 환경 오염,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한계에 봉착했다.
향후 10년 모빌리티 혁명으로 이동의 한계 넘어 도시 구조 재편될 것…
정부, 로드맵 통해 플랫폼과 도시 인프라 등 아우르는 융합 생태계 구축
이제 우리는 ‘교통(transportation)’의 시대를 지나 ‘모빌리티(mobility)’ 시대로 진입했다. 지난 10년이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승차 공유 서비스의 등장으로 ‘소유에서 접속’으로의 변화를 맛보기로 보여줬다면, 앞으로의 10년은 AI, 데이터, 첨단 기기를 결합해 인간의 삶과 도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모빌리티 혁명’의 본질을 보여줄 것이다.
모빌리티 시장은 2024년 약 4,460억 달러에서 2032년 1조9,413억 달러 규모로 비약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이러한 거대한 전환기에 발맞춰 최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적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로드맵은 단순히 새로운 이동 수단을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동성과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 플랫폼,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아우르는 융합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자율주행의 일상화와 ‘운전’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정부는 내년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고도화와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벨4는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시스템이 주행을 전담하는 단계다. 이는 단순히 사고를 줄이는 것을 넘어 차량 내부를 ‘움직이는 거실’이나 ‘이동형 집무실’로 바꾼다. 운전이라는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은 이동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입체 모빌리티,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이다. 수도권의 고질적인 교통 체증은 지상 공간의 평면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UAM은 도심의 하늘길을 열어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예를 들어 기존 도로로는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되지만 UAM을 이용하면 10~15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올해 상용화 서비스 시작을 기점으로, 버티포트(Vertiport)가 주요 교통 거점에 구축되면 도시의 수직적 활용이 극대화될 것이다. 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광역 생활권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디지털 트윈 기반의 스마트 국토 관리다. 모빌리티 혁신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결합을 통해 완성된다. 국토 전체를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 ‘디지털 트윈’은 자율주행차와 UAM의 안전한 운행을 돕는 정밀 지도가 된다. 현실의 교통 흐름에 대한 실시간 시뮬레이션으로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고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지능형 교통체계는 도시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것이다.
넷째, 사용자 중심의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의 완성이다. 즉 버스, 지하철, 택시는 물론 전동 킥보드(PM), 자율주행 셔틀, UAM까지 모든 수단을 하나의 앱에서 예약하고 결제하는 시대를 맞이한다. ‘끊김 없는 연결’은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문 앞에서 목적지까지(door to door) 가장 빠르고 편리한 경로를 제공한다. 이는 교통 소외 지역의 이동권 보장과 고령화 사회의 복지 향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30년, 개인 차량 필요 없는 도시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연결된다…
사회적 수용성 확보와 규제 혁신, 인력 양성이 모빌리티 혁신의 필요조건
2030년, 어느 직장인의 아침 풍경을 상상해 보자. 스마트폰 알람에 맞춰 집 앞에는 이미 예약된 자율주행 셔틀이 대기 중이다. 셔틀 안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뉴스레터를 읽는 사이, 차량은 가장 가까운 UAM 버티포트에 도착한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이동해 미리 대기 중인 6인승 에어택시에 탑승한다. 도심 상공을 가로질러 10분 만에 회사 근처 건물에 도착하고, 마지막 500m는 건물 로비에 비치된 전동 셔틀을 이용해 사무실 책상 앞에 앉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카드를 꺼내거나 환승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MaaS 플랫폼이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해 최적의 일정을 관리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상은 단순히 편리함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차장으로 가득 찼던 도시 공간은 공원과 보행자 중심의 광장으로 환원될 것이며, 차량 소유 비용이 사라진 가계경제는 새로운 소비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동 약자’가 없는 도시, 누구나 자유롭게 연결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밋빛 미래가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기술의 성숙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 수용성’과 ‘제도적 인프라’다. 우선, 과감한 규제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기존의 법·제도는 내연기관과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시대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의 고도화와 규제 샌드박스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민간 기업이 마음껏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민관 협업 모델의 정착이다. 정부는 버티포트, 충전 인프라, 전용 차로와 같은 하드웨어와 데이터 플랫폼이라는 소프트웨어 기반을 닦고, 민간은 그 위에서 창의적인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들이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MaaS 알고리즘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안전과 보안의 확보다. AI가 운전하는 시대에 해킹이나 시스템 오류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이버 보안체계를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필수다.
넷째, 모빌리티 전환을 뒷받침할 전문가 재교육과 인력 양성이다. 모빌리티 혁신은 하드웨어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람’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까지 교통 전문가들이 도로 용량을 계산하고 신호체계를 설계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등 전통적 방법론에 집중했다면, 미래의 전문가는 데이터 사이언스, AI 알고리즘, 항공관제, 그리고 사용자 경험(UX)까지 아우르는 융합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현장의 인력 구조는 급격한 기술 속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교통 전문가의 재교육 문제는 국가적 차원의 시급한 과제다.
모빌리티 혁신은 단순히 교통수단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자동차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도시공학적 통찰과 정책 의지가 결합한다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빌리티 선도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이제 모빌리티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게’를 넘어, 모든 시민이 이동의 즐거움을 누리는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어가야 할 때다. 지금 우리가 내딛는 이 혁신의 발걸음이 훗날 도시의 지도를 바꾸고 인류의 삶을 한 단계 격상시킨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