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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미래 모빌리티 패권 경쟁, 한국은 규제에 발목
황정일 중앙SUNDAY 기자 2026년 04월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자율주행 기술 선도 그룹은 웨이모·바이두·엔비디아 등 미국과 중국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체 15개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만 12곳에 달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만 1천 대 이상의 로보택시(무인 택시)를, GM의 자회사 크루즈도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1,119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은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지 언론 등을 종합하면 우한시에서만 약 2천 대의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이다. 로보택시를 운영 중인 바이두를 비롯해 BYD·샤오펑·리오토와 같은 완성차 업체 등이 자율주행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 로보택시는 특정 구역에서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레벨4 인증을 받은 자율주행차는 3~4대에 불과하다.

한국은 도심항공교통(UAM)에서도 미국·중국에 뒤처져 있다. 미국의 UAM 기업 조비 에비에이션은 올해 미국 연방항공청의 형식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상용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의 UAM 기업 이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무인 여객기 상업 운항 자격을 취득했고, 상하이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은 상용화 단계에 다다랐지만, 한국은 여전히 UAM 기체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중국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데는 중앙정부의 영향이 크다. 양국 정부는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에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부터 매년 1억 달러를 ‘스마트 교통 지원 사업(SMART Grants Program)’에 쓰고 있다. 자율주행, 스마트 센서 등 첨단 기술을 실제 도로 인프라에 적용하는 사업을 지원한다. 중국은 손이 더 크다. 자율주행·UAM 등 기술 혁신을 위해 2,500억 위안(약 46조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고, 이 돈으로 미래 모빌리티 첨단 장비 개발·교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양국은 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규제를 대부분 완화하거나 없앴다. 미국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관리하는 대신 규제 대부분을 완화했으며, 연방항공청과 항공우주국이 협력해 UAM 운항 표준 등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왔다. 중국 역시 정부의 재정 지원과 함께 지정된 도시 내에서는 관련 규제를 면제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무(無)규제화를 추진하며 ‘선혁신, 후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데이터 부족으로 이어져 한국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전체 기업의 자율주행 누적 실증거리는 1,306만km, 자율주행차 운영 대수는 132대다. 반면 미국은 웨이모의 누적 주행거리만 1억6천만km다. 중국의 바이두 역시 누적 주행거리가 1억km를 넘는다. 한국 기업들의 전체 실증거리가 미국이나 중국의 한 회사 실증 실적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혁신적인 알고리즘과 센서 기술을 개발해도 상시 운행과 대규모 실증 데이터 확보가 제한돼 기술 성숙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법·제도·정책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 탓에 민간 기업이 마음껏 사업 확장 속도를 낼 수 없다.

게다가 우리의 자율주행·UAM 산업은 미국과 중국보다 2~3년가량 출발이 늦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의 경우 2025년 약 30억 달러에서 2034년 1,9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UAM 시장 역시 2040년 1조4,740억~1조8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이 시장을 고스란히 미국과 중국에 내줄 수 있다. 조속히 법을 제정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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