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5」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39.7%다. 한국은 회원국 중에서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고 OECD 평균 14.8%의 2.7배에 달한다. 특히 빈곤율은 고령으로 갈수록 더 높아진다. 66~75세 전기 노인빈곤율은 29.8%인데 76세 이상 후기 노인은 54.0%로 두배에 육박한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노인들의 궁핍한 삶이 수치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수치는 두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하나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자식을 부양하는 데 힘쓰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는 준비할 겨를도 없이 노년을 맞고 궁핍에 빠진다는 점이다. 그나마 집을 가진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은 현금소득으로 활용하지 않고 소유하고만 있다. 다른 하나는 전후기 노인빈곤율의 차이가 주는 의미다. 다른 나라도 고령일수록 빈곤율이 높아지지만(OECD 평균 전기 13.1%, 후기 17.2%) 우리나라는 그 격차가 무척 크다. 이 차이는 노후를 준비했는지 여부로 갈린다. 후기 노인들이 대부분 준비 없이 노후를 맞았다면, 전기 노인은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에 나서고 있으며 지금 노인으로 진입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연금소득과 참여소득 두 영역에서 혁신적 설계가 필요하다. 우선 공적연금에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개혁이 요구된다.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은 더 상향하기 어려우므로 가입기간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불안정 취업을 최소화하는 고용안정 개혁과 다양한 연금크레딧 연장에 나서야 한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 대상의 정액형 지급 제도에서 하위계층 노인에게 두텁게 지급하는 최저보장형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수행할 구조개혁 과제가 바로 기초연금의 최저보장소득 전환이다.
사적연금에서는 퇴직연금의 연금화가 핵심이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법정 의무제도지만, 사실상 중도해지가 가능하고 상시 고용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중도해지를 엄격히 규제하고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적립액도 꾸준히 쌓여 은퇴 시점에서 연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주택연금도 지금보다는 더 활성화돼야 한다. 기존 연금소득만으로 긴 노후를 지탱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이 소유한 집을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하나의 영역인 참여소득은 새롭게 설계해야 할 노후소득망이다. 인류사에서 기대여명이 늘어나는 건 축복이지만 연금제도 측면에서는 노후보장이 더 힘겨워진다. 기존 연금재정으로 전체 노후기간에 지급하려면 연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연금수급 시기를 늦추면서도 소득단절 기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활동적 노화기(Active Aging)’가 구축돼야 한다.
현재 65세 이후에도 일할 의지, 능력, 경험을 가진 은퇴자들이 많다. 이들에게 사회적 역할을 준다면 ‘은퇴자’ 대신 ‘참여자’가 될 수 있다. 젊었을 때 참여하는 경쟁 기반의 일자리가 ‘경성’ 일자리라면, 60대 이후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연성’ 일자리로 불릴 수 있다. 연성 일자리는 지역사회에서 돌봄, 건강, 문화, 도시재생, 교육 등에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참여소득을 받는 일자리다.
활동적 노화기를 구축할 수 있을까? 가능하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이다. AI 시대 디지털 혁명의 생산력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므로 사람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또 기후위기, 초고령사회와 백세시대를 맞아 노동에서 벗어나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사회적 역할과 그 활동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참여소득이 주어지는 활동적 노화기를 설계하고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