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주는 경제다.” 필자가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를 은퇴하고 한국으로 귀국한 지 3개월 만에 내린 결론이다. 물론 우주개발도 결국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니 먹거리 창출이라는 경제 논리를 벗어날 수 없겠지만,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우주는 경제’라는 한 꼭지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느낌이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많은 회사가 우주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고 우주항공청의 화두도 우주경제인 것처럼 보인다. 우주 기술은 있는데 시장이 안 보인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고민이다. 2조 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스페이스X의 곧 있을 기업공개(IPO)가 이 열기에 바람을 더하는 듯하다.
NASA에서 25년 넘게 우주에 관한 일을 했던 필자에게 많은 사람이 물었다. 앞으로 우주에서 유망한 종목 또는 사업은 무엇이냐고. 경제에 문외한인 데다 뾰족한 수도 없지만 NASA에서 많은 우주 미션을 수행하며 스페이스X의 성장기를 옆에서 목도한 경험을 토대로 우주경제에 관한 생각을 짧게 나눠본다.
NASA의 활동은 처음부터 경제적 이득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지 않는다. ‘어떻게’보다 ‘무엇을, 왜’를 먼저 묻는 ‘미션’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탐사의 목적, 즉 질문을 먼저 세우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도전적인 미션을 설계한 후 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실행한다. 발사체와 인공위성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발사의 수보다 발견의 수가 우주경제를 책임진다고 생각한다. 그 구조를 한 줄로 쓰면 ‘질문→미션→기술→발견→새 질문→새 미션의 반복’이 아닐까. 이 과정에서 기술이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이 순환 안에서 인재가 자란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2011년 화성 탐사 미션이었던 ‘큐리오시티’ 하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십 명 이상의 우주과학·우주공학 박사들이 탄생했다. 이들이 다음 미션을 설계하고 수행한다. 미션 수행 중에 인력 양성이 이뤄지는 것이다. 결국 우주에 쓰이는 비용은 일종의 투자처럼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도전적인 미션이 없으면 다음 세대도 없다.
미션 수행 과정에서 탄생한 기술들은 민간기업으로 흘러간다. NASA가 보유한 기술을 이전하기도 하고, NASA에 필요한 서비스를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방식도 있다. 스페이스X가 대표적이다.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 화물 운송이라는 미션을 민간에 맡겼고, 스페이스X는 그 계약을 발판 삼아 재사용발사체 기술개발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저렴해진 발사 비용은 스타링크라는 완전히 새로운 위성통신시장을 낳았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스타링크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설계하지 않았다. 미션이 기술을 요구했고 기술이 시장을 만들었다. 시장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된 혁신 기술들은 오늘날 일상 곳곳에 자리 잡았다. 우주인 충격 완화 기술은 메모리폼 베개로 개발됐고, 우주 탐사용 소형 카메라 기술은 스마트폰의 이미지 센서가 됐다. 우주 식단 연구는 영유아용 분유의 DHA로, 헬멧 보호 기술은 안경 렌즈 코팅으로 발전하며 우주 과학과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개발 당시에는 아무도 그것이 시장이 될 줄 몰랐다.
이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해지지 않았을까? NASA는 경제와 시장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 미션의 목적을 세우고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적 가치가 있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올드스페이스에서 뉴스페이스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미국의 지속 가능한 우주경제 생태계는 도전적인 질문과 목적에서 시작한 미션 때문에 가능했다. 그 순서를 지키는 것, 그리고 결과가 당장 보이지 않아도 기다리는 것. 그것이 올드스페이스에서 뉴스페이스의 경계에 있는 오늘날 한국의 우주경제가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