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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에 사람이 없다…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 부산 신항
정서현 『나라경제』 기자, 연정흠 부산항만공사 글로벌사업단 연구개발부장 2026년 08월호

7월 15일 오후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 우리나라 최초의 완전 자동화 항만인 부산항 신항 7부두의 무인 크레인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은 대형 선박 2대가 정박해 있었다. 파란색 컨테이너 크레인(STS)이 한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중이었다. 이 컨테이너를 무인 이송 장비(AGV)가 컨테이너 야드로 옮겼고, 주황색 야드 크레인(ARMGC)은 바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앞뒤로 이동하며 컨테이너를 트럭에 실었다. 트럭 위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데 5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빈 공간으로 다음 트럭이 후진 주차를 했고, 야드 크레인이 또다시 움직였다.

부두에는 컨테이너를 옮기는 트럭의 운전사 외에 사람은 없었다. 하역, 이송, 적재 등 모든 과정이 완전히 자동화됐다. 배소윤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 경영기획팀 대리에 따르면 자동화의 핵심은 STS에서 야드로, 야드에서 STS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AGV다. 다른 부두에서는 유인 이송 장비를 이용해 컨테이너를 옮기지만 7부두에서는 AGV가 2m 간격으로 심은 센서를 인식하며 컨테이너를 옮긴다. 자연스럽게 일자리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DGT는 북항에서 신항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발생한 일자리를 기존 항만 노동자들에게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국내 최초로 AGV를 도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산 신항 7부두의 또 다른 특징은 국산 장비 활용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크레인은 글로벌시장의 30~40%를 장악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최근 들어 값싼 중국 크레인에 밀려 항만에 도입되지 못했다. 그런데 무인 자동화, 스마트화에는 국산 장비가 필수다. 크레인 운영체계를 고도화하려면 크레인의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요구된다. 하지만 외제차를 사설업체에서 수리한 후에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받을 수 없는 것처럼 크레인에 직접 손을 대면 제작사가 더 이상 수리해 주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산화가 필수인 셈이다.

자동화 항만이 되고 나서 악천후로 인한 항만 셧다운을 제외하고는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시스템이 됐다. 효율성은 20~30% 높아졌고 일정한 작업 속도를 유지해 연속성이 좋아졌다. 

DGT는 AI를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항만을 운영하려 한다. 박정재 DGT 사업지원실 실장은 AI를 활용해 컨테이너 작업 속도를 높이는 게 대표 과제라고 했다. 야드에 배치된 컨테이너는 보통 3일 정도 보관된다. 3일 이후부터는 항만 이용료가 청구돼 대부분 그 전에 나가기 때문이다. 화주는 빠르면 하루 전, 짧게는 몇 시간 전에 컨테이너를 가져가겠다고 항만 운영사에 연락하는데, 곧 나갈 컨테이너 위로 컨테이너가 쌓이게 되면 해당 컨테이너를 내보내는 시간이 지체된다. DGT는 그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주별 컨테이너 수령 시기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 컨테이너를 재배치해 작업 속도를 높이려는 중이다. 또 하드코딩 상태의 AI를 변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나라경제』가 방문한 날과 달리 비바람이 치는 날에는 부두에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 크레인을 고정하는 것도, 최대 6단까지 쌓이는 컨테이너를 묶는 것도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아직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AI 기반 R&D 사업으로 항만의 AX 전환을 끌고 있는 연정흠 부산항만공사 글로벌사업단 연구개발부장을 만났다.
 
연정흠 부산항만공사 글로벌사업단 연구개발부장

항만 무인 자동화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인력 부족이다. 부두 현장의 특성상 안전사고에 항상 노출돼 있는 등 항만 노동이 3D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명사고도 자동화 이유 중 하나다. 요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나 「항만안전특별법」으로 작업 현장 안전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무인화·자동화는 인명피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녹색 전환이다. 항만 장비제작 기술력 향상으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운영방식에서 전기 구동방식으로 전환이 이뤄져 친환경적이다.

무인 자동화로 안전한 항만이 됐나?
유인 작업하던 크레인만 무인 자동화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다. 대표적으로 와이어로프 단선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조종사가 있을 때는 와이어로프가 “늘어난 것 같다”, “소리가 난다”며 와이어를 정비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크레인은 말이 없다. 3천 시간 사용 후 점검·교체한다는 주기가 있지만 그전에 문제가 발생하더라. 크레인이 쉬는 시간 없이 24시간 운영되다 보니 4년 전쯤엔 1,800시간 만에, 재작년에는 800시간 만에 와이어가 끊어졌다. 또 사람이 함께 일할 땐 무전기나 핸드폰으로 “지금 화물 내리니까 비키라 해”라고 말하며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무인 크레인은 말 없이 화물을 내린다. 컨테이너를 내리는 지점에 사람이 있는지 센서가 감지하지만, 해무가 끼거나 비가 쏟아지거나 어두울 때는 감지 센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더 안전한 항만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제를 추진 중인가.
앞서 말한 항만 크레인 와이어로프 결함을 탐지하기 위해 AI 기반 와이어로프 진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컨테이너와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콘이 비뚤어지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비전 AI 기술도 도입했다. 그밖에도 풍속 20m/s 이상에서 로봇팔을 이용해 컨테이너를 결박하는 기술, 플레이트 체결 기술, 냉동컨테이너 전원 연결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사람이 컨테이너에 트위스트 락(고정장치)을 체결하는데, 컨테이너 아래에서 작업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또 감전위험을 무릅쓰고 430볼트의 고압 전원 콘센트를 냉동 컨테이너에 꽂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이러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피지컬 AI에 접목하는 방안을 적극 개발 중이다.
 
 

기술개발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을 찾는 게 힘들다. 항만과 관련된 기술이나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부산·경남이 아닌 서울·경기에 있더라. 그래서 부산항만공사는 부산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공동으로 ‘1876 부산’이라는 해운·항만·물류 분야 창업지원 플랫폼을 만들어 해운 항만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다. 또 2021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으로 진행한 디지털 트윈 사업은 신항의 1개 부두를 대상으로 개발에 성공했으나, 부산항 전체 부두로 확산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항만 생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항만 배후 물류다. 부산과 창원에 위치한 부산항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교통 상황을 분석해야 하는데 지금은 시도 간 경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없다. 추후 사업이 확장되면 내륙까지 연계해 배후 물류 기능을 최적화하려 한다.

AX 전환의 목표가 있다면?
AX 전환으로 생산성을 30% 이상 높이고 안전사고를 10%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다. 또 2030년까지 전 세계 3위 스마트 항만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부산항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수출입 물류가 멈춘다고 생각한다. 항만이 없으면 우리나라는 수출 강국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의 150년을 이끌 경쟁력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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