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 ‘2050 탄소중립’이 글로벌 의제로 부상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이 사회 전반의 공통 과제가 됐다. 여기에 항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주요국은 2050년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기 위해 항만 탄소중립 저감목표를 설정하고 배출 저감 이행을 위한 각종 수단을 마련해 실천 중이다. 이에 더해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부문 온실가스 규제 강화에 따라 항만은 자체적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동시에 산업 생태계 내 탈탄소화를 지원해야 하는 역할도 요구받고 있다. 이에 싱가포르항과 로테르담항 등 글로벌 선도 항만도 다중연료 벙커링, 육상전원 공급, 재생에너지 및 녹색해운 항로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해양수산 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시작으로 항만 분야의 대응이 본격화했다. 부산항 역시 부산항만공사를 중심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를 선언하고 탄소배출 저감 및 관리, 에너지자립, 친환경 운영체계 도입 등의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선박저속운항 프로그램(VSR)을 통해 권고속도를 준수하는 선박에 항비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환경선박지수(ESI)에 기반한 인센티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접안 중인 선박의 발전기 가동을 줄이기 위한 육상전원 공급설비(AMP)를 확충하고, 국제해운 탈탄소화를 위한 녹색해운 항로 협력도 추진 중이다. 앞으로도 일부 이행체계를 고도화하고 필요한 과제는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역량을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 2024년 국내 최초로 선박 대 선박(Ship to Ship) 방식의 하역과 LNG 벙커링 동시작업이 이뤄져 벙커링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향후 이러한 경험을 암모니아와 메탄올 등의 연료로 다변화해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다양한 친환경 연료 벙커링 서비스가 제공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2032년까지 부산항 신항 내 벙커링 시설을 구축하는 계획이 수립된 만큼 이를 신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항만 장비 전동화에 대응한 에너지 전환도 필요하다. 부산항은 2024년 국내 최초로 전 영역 자동화 터미널(부산항 신항 7부두)을 개장해 100% 전력 기반 장비 운용이 가능해졌으며, 향후 개발되는 진해신항 역시 완전 자동화 터미널로 조성될 계획이다. 반면 전기 추진 친환경 장비 확대는 전력 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기에너지 자립을 높일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과 활용도 확대해야 한다.
또한 탄소배출을 실질적으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배출량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수립한 후 이에 따른 감축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부산항 신항 1~5부두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대상업체로 편입됨에 따라 온실가스 관리가 의무적으로 적용됐다. 이는 부산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실질적인 감축으로 이어지는 이행체계를 강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항만의 탄소중립 실현은 더 이상 선택이나 선언적 수준에 머무를 수 없다.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관련 산업 전반의 탄소중립 실현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항만 당국이라는 개별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항만은 터미널 운영사, 선사 등 다양한 주체가 상호 의존적으로 연계된 복합적인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만의 탄소중립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항만 경쟁력을 유지하고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 전략이다. 부산항은 국내 최대 무역항이자 세계 2위 환적화물 처리 규모를 보유한 글로벌 항만이다. 이러한 글로벌 위상에 맞춰 탄소중립 실천을 통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