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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 방법 없을까?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2014년 07월호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논의가 노사정위원회를 거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원회까지 이어졌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주당 12시간 연장근로 한도 외에 추가적으로 허용돼 왔던 최대 16시간까지의 휴일근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져 왔지만, 그 이면에는 노사의 복잡한 셈법이 자리 잡고 있음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2020년까지 전 산업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기로 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와 휴일근로의 중복할증에 관한 소송 등에 있지만, 근원적 배경은 우리나라에 만연된 장시간근로 관행에 있다. 주 40시간제 도입 이후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1년 현재 2,090시간으로 OECD 평균 근로시간에 비해 325시간이나 더 길다.

 

장시간근로는 근로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 일-가족 균형을 해칠 뿐 아니라 일자리를 일부 근로자에게만 집중시키는 문제를 낳고 있다. 남성 근로자의 장시간근로 관행은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고용률 제고에도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사회의 발전과 함께 어떤 선진국도 예외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목격해 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도 근로시간 단축의 당위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근로시간 단축의 당위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낮은 고용률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장시간근로 관행의 해소가 반드시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들의 소득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어떻게 추진하는가에 따라 고용효과나 소득효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을 한 가지만 든다면 그것은 임금 문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임금구조는 장시간근로 관행에 기초해 형성돼 왔는데, 특히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경우 초과근로수당이 임금보전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 초과근로시간에 있기 때문에 초과근로수당을 올리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임금보전 방법을 찾기 어려운데, 초과근로수당을 손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초과근로시간의 단축에 대해 임금보전을 하게 되면 기존에 장시간근로를 했던 근로자들의 상대적 임금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결국 초과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임금하락이 불가피한 곳들이 많고, 임금하락을 수반하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근로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전국적 차원의 논의에선 인위적 임금보전 방안이 쟁점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개별기업 차원의 논의로 넘어가게 되면 임금조정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망이 노사 간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노사갈등을 푸는 열쇠 중 하나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노동생산성 증가를 통해 근로자들의 임금보전과 기업의 수익성 유지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 증가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 단축 이후 피로도 감소, 작업방식의 합리화, 성과관리의 강화 등을 통해 노동생산성이 증대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계의 가동시간 연장이다. 기계의 가동시간을 연장시키는 대표적 근무형태 중 하나가 교대조 근무인데, 근로시간 단축은 자투리 시간까지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더욱 정교하게 교대조 근무형태를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을 위해 근로시간의 유연화와 다양화가 필요한데, 현재의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선 아직 그 지점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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