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 봄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던 동물들이 사라져가는 상황을 경고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선 150개 정부의 서명이 들어간 의미있는 국제협약이 이뤄진다.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더불어 리우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인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는 오존층 파괴, 기후 온난화, 개발에 따른 서식환경의 악화와 남획 등으로 생물종 및 생태계 파괴 등이 일어나면서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훼손됐다. 생물다양성협약(제2조)에선 생물다양성(biological diversity, biodiversity)에 대해 ‘육상·해상 및 그 밖의 수중생태계와 이들 생태계가 부분을 이루는 복합생태계 등 모든 분야의 생물체 간의 변이성을 뜻하며, 이는 종 내의 다양성, 종 간의 다양성 및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가장 단순한 박테리아 유전자부터 광활하고 복잡한 아마존 열대우림에 이르기까지 지구 상 생물종(species)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ecosystem)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gene)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종은 자연계 물질순환의 주요한 매체가 돼 대기, 수질, 토양 등의 보전 및 쾌적한 환경 조성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생명공학의 기본이 되는 다양한 유전자원의 원천이기도 하다. 생물다양성의 영역은 생태계뿐 아니라 생명공학,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넓고 다양하다. 문제는 인간활동에 의해 생물다양성이 100배 이상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경제적 폐해가 커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인류의 생존 자체도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특히 한번 사라진 종은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생물다양성이 곧 인류와 식량 안전, 의약품, 대기, 수질, 거주지 및 우리가 살고 있는 건강한 환경에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 따르면 지구 생물종의 분포는 한대 1~2%, 온대 13~24%, 열대 74~84%로 나타났다. 특히 열대지역 중에서도 열대우림은 지구 표면적의 7%에 불과하지만 생물종의 약 절반이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에 주로 속해 있는 열대우림이 경제개발에 의해 그 파괴 속도가 급속히 증가해 1985년까지 매년 약 0.6%(약 1,120만ha)가 감소했다. 2000년 들어 열대우림의 파괴가 점진적으로 줄어 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딜레마는 바로 여기다. 개발도상국들은 경제개발을 진행해야 할까? 아니면 환경보존을 계속해야 할까?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당사국총회는 이러한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생물종 멸종 억제, 보호지역 확대, 외래종 대응 등 20가지 목표가 들어간 ‘2011∼2020 생물다양성 전략계획’ 및 나고야의정서를 채택한 것. 나고야의정서는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협약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개발과 보전을 꾀하며 선·후진국 간 입장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공존·공생의 국제규범으로서 최근 발효 기준인 비준국가 50개를 채워 90일 후인 10월 12일 발효될 예정이다.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내용이 담긴 나고야의정서의 탄생은 그래서 더욱 뜻 깊으며 평창에서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으려고 한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오면 새들과 동물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더 이상 침묵의 봄은 지구상에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