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평창에서 UN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개최된다. 전 세계 190여개국, 2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초대형 행사로 우리가 주도하는 것만 해도 의의 있는 일인데, 이 기간 동안 나고야의정서까지 발효돼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됐다. 의정서 발효로 생물다양성협약의 세 가지 목표인 생물다양성의 보전, 지속 가능한 이용, 그리고 이러한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유라는 목표달성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나고야의정서는 기업이 유전자원을 이용해 개발한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의 판매수익 중 일정부분을 자원 제공자와의 사전협의를 통해 일종의 로열티처럼 공유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토착민들이 보유해온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그 토착민들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그동안 배타적으로 여겨졌던 생물자원에 대한 경제적 개발과 생물다양성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제 이익공유체제로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인간의 이기심과 지속 가능성이 조화를 이루고, 생물자원 부국과 이용국, 선진국과 개도국,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돼야 한다. 이것은 인류 역사에서이야기 안 한 적이 없지만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일을 국제사회가 시작하는 일이라 볼 수 있다.
유전자원 이용 및 이익공유 관련 정보들은 각 당사국의 정보공유소에 의해 국제적으로 공유되며, 각국이 지정하는 기관에 의해 수시로 점검이 이뤄진다. 의무위반행위가 적발되면 유전자원약탈행위(biopiracy)로 낙인 찍혀 자원부유국들의 ‘공공의 적’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약탈자들은 더 이상 생물자원을 반출해 갈 수 없도록 국제적으로 감시당여겨하게 되고, 연구개발품의 특허 획득도 어렵게 된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리는 블루오션인 바이오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유전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미래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아닐 수 없기에, 우리도 해외 생물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제약, 화장품, 식품산업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국내 이행체제를 갖춰야 한다. 아울러 총회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일지라도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계부처들도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 국제적 환경보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니 만큼 환경부의 주도 아래 관련 국내법령들을 정비해 의정서의 국내시행체제를 완료해야 한다. 그것이 총회 주최국으로서 체면이라도 살릴 수 있는 길이며, 글로벌 코리아가 새로운 시대를 선도적으로 맞이하는 길이다.
이번 총회의 주제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물다양성’은 지구공동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출발해야 함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징은 총회가 채택할 ‘평창로드맵’으로 구현된다. 평창로드맵은 2011~2020년간 국제사회가 추구할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인 생물다양성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전략을 그동안 제대로 이행해왔는지를 우리 주도로 꼼꼼하게 따져보고 앞으로의 행동계획을 세우는 일이기에 외교적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게 되면, 생물자원 부국인 개도국의 농업이나 수산업, 에너지산업 등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입게 돼 개도국 협력 이슈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국제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첫 국가인 한국이 국제적 환경보호의 커다란 흐름에 동참해 선진국과 개도국 진영을 중재해 나가는 시대적 역할이 바로 코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