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만 가는 쌀 소비량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기본식량인 쌀산업 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식량안보의 기틀마저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 쌀이 관세화로 간다 하더라도 올해 의무수입물량인 41만톤 이상을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양곡관리비용 부담 가중과 쌀 생산농가의 소득 불안정에 따른 사회적 갈등 야기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쌀의 수급균형을 달성하고 식량안보를 굳건히 하기 위해선 쌀의 소비기반을 가공식품 분야로 넓혀 쌀 소비를 확대하는 것이 긴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쌀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쌀가공식품산업 육성정책을 다각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그 결과 쌀가공품 시장규모는 2008년 1조8천억원 수준에서 2013년 4조1천억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현재 과자ㆍ떡ㆍ케이크ㆍ면ㆍ주류ㆍ조미식 품ㆍ프리믹스 등 쌀을 원료로 한 2천여개의 가공제품이 시중에 출시되면서 다양한 품목으로 변한 쌀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쌀가공식품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쌀 소비기반 확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쌀 가공원료가 수요대체 관계에 있는 밀에 비해 1.5~2배 비싸 단순 쌀가공 수준의 제품이 일반화돼 있으며, 소비자들의 입맛이 밀가루식품에 길들여져 있어 단기간에 쌀가공식품 소비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1만7천여개에 달하는 쌀가공업체 대부분이 영세해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고, 쌀가공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판매점도 없어 소비자들이 쌀가공품을 사고 싶어도 제때에 사지 못하는 등 쌀가공품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쌀가공식품산업이 명실공히 쌀 소비대체 기반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첫째, 물량이나 가격 측면에서 원료 공급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래야만 예측 가능한 사업전망을 통해 장기적 투자를 할 수 있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둘째, 경쟁력 있는 쌀가공품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품질 좋고 값싼 쌀가공품이 생산된다면 내수 확대는 물론이고, 세계시장에 수출함으로써 국산 쌀의 중요한 소비시장이 새로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다수성(多收性) 가공용쌀 계약재배 활성화를 통해 우수 국산 쌀을 이용한 쌀가공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가공용쌀 계약재배는 국내 쌀가공품의 품질경쟁력 확보, 수급조정을 통한 쌀값 안정, 밥쌀용 공급 과잉에 따른 양곡관리비용 절감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셋째,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식품 개발에 대한 R&D투자 확대를 통해 우리 쌀산업 구조를 1차 농업에서 2차 가공산업으로 연동시켜야 한다. 그동안엔 쌀가공식품 관련 R&D 추진이 주로 단발성으로 이뤄졌고, 개발된 기술의 산업화가 미흡해 쌀가공식품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따라서 R&D 융복합을 통한 쌀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선 연구 주체별 역할과 기능 재정립을 통해 장기적 R&D 로드맵을 마련하고, 원천기술 개발부터 신제품까지 체계적ㆍ지속적인 R&D가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쌀가공식품의 우수성에 대한 지속적 홍보를 통해 소비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쌀 소비촉진 홍보예산의 대폭적 확대를 통해 주식(主食)교육을 강화함과 아울러 실질적인 소비촉진 콘텐츠 개발과 홍보로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이 모자랄 정도로 쌀가공품 생산과 수출을 늘린다면 쌀 생산농가를 보호함은 물론이고, 어쩔 수 없이 소진해야 하는 수입쌀도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쌀가공식품산업의 활성화는 우리 농업의 뿌리인 쌀산업의 안정과 식량안보 태세를 갖추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