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의 부진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7.8%와 7.7%에 그치며 ‘8% 성장유지(保八)’ 정책이 깨진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엔 7.4%까지 떨어졌다. 지난 8월의 공업생산증가율은 6.9%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으며 특히 고정투자누계액은 16.5%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면적 개혁’에 나선 중국경제가 전환기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경제의 둔화가 한국의 대중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전년동기비 0.9% 감소했다. 2013년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26%로 2위 시장인 미국(11%), 3위 시장인 일본(6.2%)에 비해 압도적인 상황이어서 한국경제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더욱이 일시적 경기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이기에 우려가 더욱 크다.
대중 수출은 2011년에만 해도 14.8%가 증가하며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불과 2~3년 만에 대중 수출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중국경제의 성장동력이 투자와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의 지난 6월 자료에 의하면, 중국에서 투자가 증가하면 일반기계와 통신장비 및 컴퓨터, 철강, 화학의 순으로 수입이 유발된다. 그런데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중국의 일반기계 수입 4위 국가이자 통신장비 수입 2위, 철강 3위, 화학제품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가 둔화될 때 한국이 대만과 함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로 꼽히는 이유다. 특히 화학제품과 통신기기는 중국의 소비에 따른 수입유발효과도 크다. 중국경제 둔화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까지 플라스틱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1.7% 줄어들고, 유기화학제품은 9.3% 감소한 것도 그래서다.
두 번째는 그동안 한국의 대중 수출이 중간재에 편중된 구조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여기에 중국의 저임금과 저금리 혜택을 더해 가공한 후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 혜택을 입으며 제3국으로 수출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가공무역 비중은 2010년 55%가량이었으며, 이는 같은 해 중간재 수출 비중이 61%에 달했던 원인이다. 그러나 중국은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장려하고 가공무역을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고, 임금상승과 위안화 강세까지 겹치며 한국의 기존 수출방식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가공무역 비중은 지난해에도 47.6%에 달했다.
세 번째는 중국기업의 성장이다. 한국이 경쟁우위에 있던 철강과 화학, 조선 등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 수준인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경쟁력도 길러왔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7억7,800만톤으로 전 세계 생산의 49%를 차지했다. 글로벌 10대 철강 생산업체 가운데 6개사는 중국기업이다. 2000~2004년까지 50억달러의 흑자를 내며 수출 효자 노릇을 했던 대중 철강무역은 2005년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3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밀려드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국내기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기계와 화학산업 역시 대중 수출비중이 정체되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축소됐다. 한국 석유화학제품의 45%가 중국 향이었지만, 중국 내 석유화학제품 능력의 급증으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또한 중국은 빠른 속도로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다. 단적인 예로 중국의 수출에서 고기술제품(우주항공, 의약, 전자부품)의 비중은 2000년 26.7%에서 2012년 34.8%로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 대중 무역수지 흑자의 60% 이상을 차지한 전자전기부품 분야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강력한 국산화 정책 때문에 반도체와 연료전지 등 첨단 고부가가치 생산설비의 중국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5년 후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에 대한 청사진마저 희미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