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살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중국의 IT기술과 서비스에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최근 중국에 등장한 대리운전 앱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이 앱을 이용하면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곳에 있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줄줄이 표시된다. 각 기사별로 고객들이 매긴 서비스 점수를 보고 기사를 부를 수 있다. 이 앱의 백미는 대리기사가 운전한 거리가 앱에 자동으로 표시된다는 점이다. 마치 택시 미터기와 같은 기능이다. 밤 12시를 넘긴 심야시간에는 10㎞까지 기본요금 99위안(1만7천원)이 적용된다. 거리가 그 이상 넘어가면 일정 거리마다 요금이 추가된다. 요금을 놓고 대리기사와 실랑이를 벌일 이유가 없는 셈이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대리운전의 역사가 깊은(?) 한국에서 시도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상품화됐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적어도 인터넷 분야에서는 이처럼 중국이 한국을 앞서가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얼마 전 뉴욕 증시에 상장해 더욱 유명해진 알리바바가 도입한 인터넷 금융상품 ‘위어바오’가 대표적이다. ‘인터넷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는 현재 가입자 1억명 이상으로부터 6천억위안(104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들였다. 인터넷 기업이 금융업을 선도하는 현상은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네이버가 한국의 인터넷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혁신성 측면에서는 알리바바는 물론 바이두나 텅쉰 등 수많은 중국 인터넷 기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기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더 이상 ‘짝퉁’을 양산하는 추종자가 아니다. 아이폰의 애플과 갤럭시의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시장에서 화웨이와 ZTE,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의 성과는 눈이 부실 정도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성과가 단순히 가격 이점 때문만은 아니다. 값이 싼 것은 기본이고 이미 성능 면에서도 삼성에 거의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자인도 중국 고객들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경매 등 혁신적 마케팅 기법까지 도입돼 고객의 손길을 끌어내고 있다.
중국 IT산업이 ‘핫’한 분야에서 한국을 앞서갈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의 역할이 컸다. 베이징의 서북쪽에 위치한 중관춘은 중국 IT산업의 산실이다. 면적이 75㎢ (2,269만평)로 여의도의 9배인 중관춘에는 2만여 IT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1980년 IT산업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상임연구원이었던 천춘셴 박사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견학을 다녀온 뒤 ‘응용기술서비스센터’라는 이름의 벤처기업을 세운 것이 중관춘의 시초다.
중관춘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500억위안(530조원)에 달했다. 중관춘에서 창업한 기업 중 세계 주요 증시에 상장한 기업만 230개에 달한다. 이들의 지난해 말 시가총액은 총 2조523억위안(357조원)이었다. 중관춘에 소재한 41개 대학과 206개 연구소가 이들 기업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창업자들에게 생명수와 다름없는 자금이 넘쳐나는 것이 중관춘의 최대 장점이다. 성공한 IT 기업가들이 직접 엔젤투자자로 나서는 경우도 많다. IT 비즈니스로 벌어들인 돈을 또 다른 IT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물론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 쩡리칭 텅쉰 공동창업자 등 유명 IT 기업인들은 모두 엔젤투자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막대하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바이두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12.8%에 달했다. 미국 구글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자만하기에는 중국이 너무도 빨리 앞으로 내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