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고민이었던 무허가 건물을 줄이고 도시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건설된 와우아파트. 박정희 대통령이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끊었을 정도로 대내외의 관심을 받던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된 지 채 한 달도 안 돼 갑자기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1970년 4월 8일 새벽 굉음과 함께 지상 5층짜리 아파트 한 동이 폭삭 주저앉은 와우아파트는 34명이 사망하고 40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를 낳았다. 서울시가 책정한 건축비용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아파트 건설을 시작한 무모한 건설사의 행태는 전형적인 전시행정, 졸속행정이 낳은 인재(人災)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사건경위 보고서에 의하면, 철근이 70개 정도 필요한데도 겨우 5개만 사용했고 시멘트 사용량도 턱없이 부족했다고 하니 무너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다리가 무너졌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 교각이 한강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출근길 차량 6대가 추락해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성수대교 붕괴 후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신설됐고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반면교사로 삼고 더 이상은 이런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 6월 29일)로 여지없이 무너진다.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생긴 지 20년이 지난 2014년에도 상황은 그리 달라진 것이 없었다. 2014년 대한민국에서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2월 17일)를 시작으로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4월 16일),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5월 26일),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10월 17일), 담양 대덕 펜션화재(11월 15일), 오룡호 침몰 사고(12월 13일) 등 수십에서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사고가 멈추지 않고 일어났다.
안전제일은 정말로 달성하기 힘든 일일까? 미국 안전제일의 역사는 100년이 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성을 겪으면서 발전했다. 미국의 최대 철강회사 U.S. Steel Co.의 개리(E. H. Gary) 사장은 설립 초기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 제일주의, 품질과 안전은 그 다음 순위에 두는 식으로 무리하게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재해는 계속 발생하고, 품질 저하와 더불어 생산성도 떨어지게 됐다. 1906년 철강업이 불황의 늪에 빠지자 개리 사장은 결단을 내린다. 경영31의 기본방침을 안전, 품질, 생산 순으로 개정하고 안전작업에 관한 시책을 강화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재해감소는 물론 품질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도 함께 따라왔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전체에 큰 자극이 됐고 1912년 시카고에 국민안전협회가 창립된다.
재해와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발생 가능성은 언제나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문제는 재해와 사고 이후에도 달라진 것 없이 또 다른 사고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성이 없이 안전제일은 요원하다. 2015년 대한민국, 안전제삼에서 안전제일로 바뀌는 원년이 될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