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 ‘팔꿈치로 살짝 쿡 찌르다.’ 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사람의 심리를 파악해서 자연스럽게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부드럽고 유연하게 개입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방식이 범죄 예방을 위한 설계에도 적용된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일명 범죄예방디자인이라고 알려진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가 그것입니다. 『나라경제』는 이 셉테드가 범죄를 막아내기 위해 도시 곳곳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서울시 범죄예방디자인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유보화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이란?
환경을 개선해 범죄자의 범죄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범죄의 95%가 절도와 폭력이다. 그런데 절도와 폭력은 환경에 따라 발생 빈도가 달라진다. 이는 도시 디자인이 바뀌면 범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한다니 선뜻 이해되지는 않는다.
범죄학 이론에서 보면 범죄자들도 합리적 선택을 한다. 무슨 짓을 해도 모를 것 같은 어두운 골목, 아무리 소리쳐도 도와주지 않을 것 같은 방치된 빈집, 폐가 등은 범죄자들에게 범행을 저질러도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환경이 취약해 나타나는 범죄 발생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다.
범죄예방디자인이 실시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2012년 재개발건축지 서울 마포구 염리동을 시작으로 2013년 시장상권 밀집지역 중랑구 면목동, 싱글 여성들이 많이 사는 원룸 밀집지역 관악구 행운동, 외국인 거주지역 용산구 용산2가동 그리고 현재는 소공장이 몰려 있는 금천구와 광진구에서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실질적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 통계나 수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마포구 염리동의 경우 적용 1년 후 실시된 사후평가(2014년 4월) 결과에 따르면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의 범죄율이 감소했다. 특히 주민들이 범죄 불안감을 느끼는 ‘소금길’ 주변은 운동 +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된 뒤 절도는 12% 감소하고 강간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행착오는 없었나?
셉테드는 표준안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지역의 특성, 범죄 유형, 커뮤니티 형성 등이 모두 제각각이다. 특성에 따라 셉테드가 적용된다. 예를 들면 싱글 여성들이 많이 사는 행운동은 어두운 골목길을 더 밝게 할 수 있는 LED 방범등, 후면 240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 반사경과 미러시트 설치 등이 유용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러한 디자인을 일괄 적용해선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범죄예방디자인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나?
디자인만 걸린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프로파일러, 셉테드 전문가, 디자이너,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범죄예방디자인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은?
지난 12월 3일 DFA(Design For Asia Award)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시의 디자인을 인정받은 만큼 다양한 사회 문제를 디자인을 통해 해결해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영국은 세계 1위의 CCTV 설치국가지만 범죄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감시 시스템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나. 점점 개인화되고 있는 도시생활에서 범죄로부터 우리 가족과 동네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이러한 CCTV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싶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