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에서 침몰한 501 오룡호 사고는 지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물지 않은 분노와 슬픔을 상기시키며 해양안전의 신뢰성 추락은 물론 바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해양 활동은 넓은 해역에서 선박을 기반으로 고립성과 함께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에 노출돼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 재산, 환경 등 막대한 재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발 빠른 현장대응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줄이는 데엔 한계가 있다.
해양사고는 선박조건, 자연조건, 운항자조건, 항로조건, 관리조건에 허용된 위험 초과에 기인하며, 대부분의 해양사고는 이러한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해양사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기술, 검사, 자격 등 기준을 국제협약으로 제정해 통제하고 있으나 인간탐욕과 휴먼에러 그리고 안전관리 실패에 따른 크고 작은 해양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선 선제적 예방활동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 해양안전도 향상을 위한 투자확대 그리고 국민 참여적 해양안전문화 구축이 필요하다. 예방활동을 통해 해양사고를 저감·방지하는 것은 최고·최선의 대책으로, 해양사고 예방은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활동이나 피동적인 조치로 그 성과를 도출할 수 없다. 아울러 책임추구형 해양사고 조사보다는 유사사고 예방을 위한 원인분석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 소형사고, 사소한 징후(Near miss)는 1:29:300 비율로 발생한다고 한다. 중·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300번의 징후를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설마의 요행으로 방치하다가 예방기회를 상실하고 대형 참사를 초래하고 만다. 모든 해양사고는 예방 가능하다는 확신으로 예방활동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해양활동에서 안전 확보에 요구되는 비용은 소모성 경비가 아니라 해양가치의 풍요함을 누리기 위한 투자다. 해양안전시스템은 사업이익 창출을 위한 형식적인 규제가 아니라 사업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필요충분 조건이다. 기업이나 국가는 해양안전관련 예산을 일회적 편성이나 후순위로 돌려서는 안 된다.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안전관련 예산이 투입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안전한 바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선박 운항을 위해선 해양의 위험성에 기초한 안전관리에 요구되는 절차, 검사, 자격, 교육, 메훈련에 대한 규정준수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거센 파도와 바람은 언제라도 사소한 실수와 허점을 파고들어 선박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최선의 상황으로 낙관하는 것은 좋지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바다에서 탐욕 때문에 이뤄지는 비정상적인 시간과 비용의 절감 형태는 사업주, 선원 그리고 해양에 몇 갑절의 피해를 야기해 해양활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바다가 주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기 위한 방법은 안전제일주의에 입각한 의사결정과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해양안전문화 정착으로 생각된다. 해양재난의 슬픔과 고통을 주고 저물은 2014년이 해양안전문화가 정착되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해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