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의 폐해와 부의 대물림이 우려되는 가업 승계는 수많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오너 경영의 강점이 오히려 더 부각되고 있는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애플ㆍ구글ㆍ페이스북ㆍ아마존 등 선진국 성공 기업들에서도 오너 경영자의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 경영의 장점이 곧바로 성공요인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특히 특유의 가족주의와 순혈주의 세습제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식 오너 경영체제에 강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식 오너 경영은 서구는 물론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이나 중국과도 다른 특성이 있다. 장자 상속과 같은 순혈주의가 강하고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녀 중에서 후계자를 고르는 매우 특이한 구조를 지녔다.
시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가업 승계는 해당 기업에 실패요인으로 작용하며 사회적 비난을 불러온다. 따라서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적 경영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안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새로운 경영이념을 제안하고 주도할 수 있는 비전 리더가 존재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식 경영혁신은 모두 비전 리더가 주도했다. 정주영, 이병철 등 1세대 기업인들은 물론 성공한 2세대 후계자들은 단순한 오너 경영인이 아니라 비전 리더였다. 그25랬기에 다른 오너 그룹들이 경영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가족에게 승계하더라도 면밀한 승계 코스를 거쳐야 하며 리더십 역량과 경영능력이 입증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신성장동력이 될 만한 기회를 획득할 수 있는 새로운 성공 DNA를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의 성공을 만들어낸 스피드라는 ‘빨리 빨리’ DNA는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속도 경영의 관성을 극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작은 성공의 씨앗과 틈새를 찾아내 기회가 올 때까지 투자하며 기다릴 수 있는 끈기와 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아이디어를 소중히 여기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이나 조직문화가 부족한 것이 한국기업의 현주소다.
셋째, 글로벌 성공의 함정을 극복해야 한다. 모든 성공에는 실패의 함정도 함께 존재한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이뤘으며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 심지어는 그8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며 주주의 절반 이상이 해외 투자자들이다. 이렇다 보니 스스로 모든 시야를 글로벌로 향하고 관리 기준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때 정체성의 위기가 온다. 자신의 경영이념의 뿌리를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슘페터는 정태적 균형 상태의 경제가 동태적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며, 이러한 혁신의 주체가 되는 최고경영자의 경영이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1세대 오너 경영인들은 사업보국, 도전과 개척, 공동체의식, 근검절약 등의 경영이념을 제시했고 혁신의 기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1990년대 또다시 경영위기를 맞은 2세대 성공 경영인들 역시 시대적 환경에 맞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제시함으로써 혁신의 불꽃을 당겼다.
이제는 3세대 성공 경영인들이 선대의 훌륭한 경영이념을 창조경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재탄생시켜야 할 차례다. 경영이념의 바탕이 탄탄한 기업일수록 위기극복 역량이 더 높고 새로이 다가오는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