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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보수화된 대기업…경영자원시장 유연화돼야
정구현 카이스트 경영대 초빙교수 2015년 02월호

 

기업가정신이란 자원이 한정돼 있고 미래가 불확실한데도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도전정신을 가리킨다. 많은 한국인은 기업가정신하면 현대그룹을 일으킨 정주영 회장이 생각날 것이다. 아직 조선소도 미완성인데 한국 돈에 그려진 거북선을 가리키며 한국에 조선업의 전통이 있다고 선주를 설득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있다. 1970~1980년대에는 정주영ㆍ이병철ㆍ김우중으로 대표되는 걸출한 기업인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기업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정말 한국경제에서 기업가정신이 약화됐다는 증거가 있나? 신설법인은 여전히 계속 생겨나고 있는데 과연 기업가정신이 약화됐나? 한 가지 증거는 지난 30년 동안에 이렇다 할 새로운 대기업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주식시장 가치로 50대 기업 중에서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으면서 1980년 이후에 창업한 기업은 3개밖에 되지 않는다. 창업은 많이 하고 있지만 성February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구별이 다소 애매하기는 하지만 ‘생계형 창업’은 많은데 ‘혁신형 창업’은 많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연금 등 사회복지가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애매한 나이에 퇴직해 별다른 아이디어도 없이 먹고살기 위해 창업을 해야 하는 경우를 생계형 창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 기업가정신이 약화됐다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하나는 국내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전환되면서 사업기회가 전과 같지 않다. 경제가 성장하면 새로 시작하는 기업에 기회가 있지만, 연 3% 성장하는 경제에서 창업기업이 기존 대기업을 앞지르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에서도 경영이 보수화되고 있는 것 같다. 가진 것이 없을 때는 사업에 실패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지만, 이미 대기업으로 성공하고 상당한 부를 축적한 다음에는 경영자가 보수화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한국의 대기업은 이제 3세 경영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날 때부터 부성자로 태어난 3세들이 가진 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부는 3대를 가지 않는다.”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 것일 것이다. 특히 요즘 알리바바의 마윈과 같은 중국의 40대 민간기업 창업가들을 보면 우리 3세 경영자들과 비교가 된다. 우리 대기업의 경영자들은 혁신가라기보다는 이제 재무관리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에 필요한 자원을 가장 많이 가진 대기업이 보수화되면서 기업가정신은 약화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같이 대기업 역사가 100년이 넘는 경제가 어떻게 여전히 창업이 활발하고, 최근에도 스티브 잡스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같은 걸출한 기업가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한국과 미국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미국은 시장에서 경영에 필요한 자원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나 신기술이 자본ㆍ시장ㆍ경영ㆍ인재와 같은 다른 자원과 쉽게 결합해 새로운 기업이 계속 생겨나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한국경제에서 기업가정신이 다시 살아나려면 경영자원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1960~1970년대에는 정부가 나서서 경영자원을 일부 기업에 몰아줘 지금의 대기업집단이 생겼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 대기업이 경영자원을 거의 다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창업가나 창업기업의 몫을 찾기가 어렵다.

 

다시 말하면 우리 경제가 이제 너무 화석화돼 있는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나 노동시장에서도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과 집단들이 새로운 진입이 어렵도록 견고한 성을 쌓아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자원시장이 더욱 유연해져야 하며,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도태되고 새로운 피가 경제에 들어와야 한다. 다행히 이제 큰 변화의 시기가 오면서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들 젊은 기업과 기업가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면 기업가정신이 되살아나고 한국경제가 제 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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