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대표 기업들이 너나없이 신문 지면을 달구는 중이다. 어떤 그룹은 핵심 계열사들의 현금을 동원해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시가총액이 투자금보다 더 크게 폭락했는가 하면 횡령ㆍ배임죄로 오너가 실형을 선고받은 그룹도 있다. 모 그룹은 오너 3세가 직원에 ‘갑질’을 하다 한순간에 모든 계열사 임원직을 잃었고, 계열사 연쇄도산으로 공중분해된 몇몇 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그룹 회장, 즉 오너와 그 일가가 문제에 핵심적으로 관련됐다는 점이다. 이들 그룹은 한국경제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그대로 국내 자본시장의 전반적 수준을 보여주는 징표가 됐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오너 리스크란 CEO로서 경영 일선에 나선 최대주주가 경영실패나 위법행위 등 탓에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을 뜻한다. CEO에 닥친 위기는 그대로 회사의 위기로 직결된다. 경영 리더십의 핵심인 CEO나 이사회 교체가 논의되고 후계구도가 뿌리부터 흔들린다. 이런 문제들이 도대체 왜 발생하는가? 근본적으로는 오너와 회사 또는 오너와 전체 주주 간에 이해관계가 종종 충돌하기 때문이다.
먼저 회사나 주주보다 오너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오너나 그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로 거래나 사업을 집중시키는 일감 몰아주기나 사업기회 유용, 횡령ㆍ배임이 그런 유형이다. 경영권 대물림도 이해상충의 중요한 예다. 검증되지 않은 오너의 자녀들이 빠른 속도로 CEO나 임원 자리에 오르고 문제가 확인돼도 교체되지 않는다. 오너 일가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 부담은 온전히 회사와 주주, 이해관계자가 떠안는다.
이에 더해 오너의 독주를 견제하고 이해상충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지배구조 부실 문제가 배경에 있다. 무기력한 이사회가 그중 핵심이다. 이사회는 회사와 주주를 대표해 경영진을 감독하는 중추기구다. 그런데도 위 사건들에서 이사회의 목소리, 이사회가 뿌리부나섰다는 기사 한 줄조차 찾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사회 구성부터 문제투성이다. 오너 리스크에 대응해야 할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의 독립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4년 400개의 대표 상장사 주총 안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중 38.2%가 부적격이다. 이 비율이 감사위원은 무려 44.4%다. 독립성이 무너진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 기대를 갖기는 처음부터 난망이다.
오너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최선은 그런 위험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고, 위기 확산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오너 경영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누군가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이는 당연히 이사회의 책무다.
이사회의 독립적 구성과 운용에는 주총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유능한 이사를 승인하고 문제 있는 이사의 선임을 저지해 무능한 오너 3, 4세가 CEO가 되는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사외이사 중심의 보상위원회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규정 마련도 가능하다. 사실 이사회나 임추위가 정상 작동한다면 애초에 부적격 이사는 추천단계에서 걸러질 일이다.
이렇게 보면 오너들이 불과 4% 정도의 지분율로 전 계열사 CEO와 경영진을 선임하고 그러다 심각한 문제가 불거지곤 하는 것은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형식적 절차로 전락한 탓이다. 국민연금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주총회에서 별다른 역할을 못하는 극히 소극적인 기관투자자도 그래서 더 뼈아프다.
결국 서두에서 언급한 모든 사례의 뿌리는 하나다. 오너의 이해상충과 부실한 이사회, 작동하지 않는 주주총회, 의사표현이 없는 기관투자자, 망가진 견제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얽힌 오너 리스크다. 해답은 분명하다. 오너 리스크에 대응하고 경영 승계를 관리할 이사회 정상화가 필요하다. 또한 당장 다가올 3월 주총시즌이 몹시 시끄러워야 한다. 주연은 제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설 기관투자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