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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무릅쓰고 공중화장실에 가는 여성들, ‘물은 인간의 존엄’
양은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간사 2015년 03월호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시고, 세수하고 나와 식탁에 앉는다. 밥을 먹고, 재빨리 양치한 뒤 옷을 갈아입고, 지하철을 향해 달린다….’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의 아침 출근 모습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물로 시작해서 물로 하루를 마감한다. 물이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혹시 TV에서 물이 없어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미지만을 떠올렸다면 물이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너무 약소하게 본 것이다. 케냐에 사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동네에는 화장실 있는 집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죠. 집에서 15분이나 떨어진 화장실을 가는 것도 불편하지만 밤에는 그냥 참아요. 혹시 밤에 볼일 보다가 납치나 성폭행을 당할 수도 있어 두렵거든요.”

 

이 지역 사람들은 화장실이 없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폭력의 위험에 떨며,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욕구마저 참아야 한다.

 

슬로베니아에 사는 로마족. 우리가 흔히 집시로 알고 있는 이들은 수도도 전기도 없는 곳에서 산다. 이곳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쉽게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학교 가기 싫어요. 친구들이 냄새 난다고 놀리니까요. 하지만 집에 가면 마실 물도 부족한데 씻을 수나 있겠어요?”

 

집에 수도가 없어 동네 개울에서 물을 길어오는 이 아이의 가족이 하루 사용하는 물은 20ℓ 정도다. 보통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이 적게는 150ℓ에서 많게는 300ℓ 정도니 로마족 가족이 하루 쓰는 March물의 양이 얼마나 턱없이 적은지 알 수 있다.

 

물을 사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신다는 행위 이상이다. 배설하고, 씻고, 요리하고, 식재료를 기르는 등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누구나 물이 없으면 죽는다는 추상적인 생각은 갖고 있으나, 물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케냐와 슬로베니아 사람들처럼 사회에서 차별받고 안전을 위협받는 등 인권을 침해당하고, 빈곤한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유엔사회권위원회(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는 2002년 11월 ‘일반논평 15’를 채택하며 “물에 대한 권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진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하며 다른 권리들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선결조건”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2010년 9월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는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을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적절한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권리에서부터 유래함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물이 인권이라는 뜻은 물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국가에 있다는 의미다. 상수도가 없는 곳에 수도를 놓고, 화장실 없이 집을 지을 수 없도록 기준을 만들고 시행해야 하며, 화장실이 없어 성폭행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안전을 보장해 줘야 한다.

 

물은 생명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제 하나 추가하자. 물은 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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