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이슈
핀테크, 금융시장의 해체이자 네트워크 혁명
노상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 2015년 04월호

 

“금융거래는 숫자일 뿐입니다. 정보에 불과하지요. 예를 들어 온라인 결제를 위해 10만명의 사람, 뉴욕 맨해튼의 빌딩, 1970년대 시작된 메인프레임 기반의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새로운 현상들은) 저에게는 은행의 해체(unbun-dling)를 의미합니다.”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이 지난 2014년 10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산업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이다. 그는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를 개발했고, 이후 벤처투자자로서 페이스북ㆍ트위터ㆍ에어비앤비 등 세상을 바꿔놓은 기업에 초기 투자를 했다.

 

금융거래가 음악ㆍ영화ㆍ책과 같은 정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마치 아이튠즈가 음악을, 넷플릭스가 영화를, 아마존이 출판을 해체한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에도 그 같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심한 금융시장의 특성상 조금 늦춰진 것뿐이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핀테크(fintech)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단순히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가? 물론 이런 관점도 틀린 것은 아니다. 모바일 인터넷, 빅 데이터(big data) 등의 정보기술을 기존의 금융시스템에 접목해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핀테크는 단순히 기술혁명이 아니라 보다 폭넓게는 정보혁명, 더 나아가 네트워크 혁명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핀테크란 정보기술을 이용해 금융서비스, 나아가 금융시장을 해체해 보다 저렴하며,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투명해지고 수요와 공급의 연결이 즉각적이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핀테크의 대표적 사례로 많이 언급되는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의 비즈니스모델을 살펴보자. 심하게 이야기하면 트랜스퍼와이즈는 환치기에 기반한 외환거래 네트워크다. 예전에는 외환으로, 내국환으로 환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쉽게 연결시켜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외환의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쉽게 환치기가 가능해졌다(여기서 법적 이슈는 다루지 않는다).

 

이 같은 네트워크는 외환거래뿐 아니라 대출ㆍ결제ㆍ펀딩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비트코인은 참여자들의 연결에 기반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화폐ㆍ결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즉 비트코인 거래에서는 네트워크가 은행을 대체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이 바로 네트워크 혁명 관점에서 핀테크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우리의 모든 행위(예: 친구맺기)는 연결(친구관계)을 낳고 이는 흔적(데이터)을 남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남긴 수많은 흔적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출의 이베이(Ebay for Money)로 불리는 렌딩클럽(Lending Club)의 경우 신용등급 산정 시 SNS 활동, 리뷰, 검색추이 등 인터넷 상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낮춘다.

 

데이터의 연산에 기반한 가치창출은 신용등급 산정뿐 아니라 주식ㆍ펀드 등의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웰스프론트(Wealthfront)는 소프트웨어에만 기반해 매우 저렴하고 안정적인 펀드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가 하면 비트코인은 연산에 기반해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의 신뢰와 보안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다.

 

핀테크를 기존의 금융서비스 틀에서 본다면 핀테크의 미래는 없다. 기존의 틀을 깨고 핀테크를 바라볼 때 가능성과 희망이 보일 것이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