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라는 신종 용어가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여러 가지 사회 현상마저 빚어내고 있다. 15년 넘게 유지됐던 대면 본인확인 방식에 자유화 물결이 일기 시작했고, 투자할 기업을 골라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가는 중이다. 여유자금을 운영하고자 하는 개인과 자금이 필요한 개인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수많은 신용카드 서비스의 장단점을 하나의 창 안에서 비교ㆍ관리할 수 있는 빅 데이터(big data) 서비스도 나타났다. 핀테크형 서비스를 위해 소셜네트워크상에 남긴 글, 지인들이 남긴 후기나 동의표시를 기반으로 대출한도와 이자율을 정하는 것은 글로벌 핀테크 트렌드를 살펴볼 때 크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성장하고 있지만 전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찾아 볼 수 없다. 반면 미국의 경우 100대 기업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ㆍ프랑스ㆍ영국 기업도 포진해 있다. 2014년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세계 11위에서 26위까지 급속도로 떨어졌는데 이 순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야는 금융경쟁력(WFA)이다. 해당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순위는 80위로 우간다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핀테크 기업은 약 100개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1990년대 말, 2000년 초반부터 사업을 시작한 기업도 있다. 미국의 페이팔(Paypal)이 출발할 시점에 한국에선 페이게이트가, 랜딩클럽(Lending Club)이 출발한 시점인 2006년엔 한국의 머니옥션이 출발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글로벌 핀테크 기업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핀테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대부분 기술력 분야가 아니라 제도상의 규제 문제다. 현재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 등 관련 업계의 카드정보 저장 불가, 금산분리 원칙, 최저 자본금 기준 등의 사전규제를 비롯한 각종 법률들이 한국 핀테크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각각 월자금거래량 300만달러, 300만파운드 이하에선 자본금 규제가 없다. 기업 규모가 작을 땐 자유롭게 사업을 하도록 두고 크면 적정규제로 간다. 이로 인해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정부는 크라우드펀딩 시 투자 한도를 정하고 환매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사전규제로 볼 수 있다. 현시점에서 각종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전면 수정하고 유연한 방식으로 대체해 산업 육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빅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도 주요하게 검토돼야 할 분야다.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의 성격은 최소수집의 원칙, 목적제한의 원칙, 사전동의의 원칙인데, 빅 데이터는 그 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개방과 정보보호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핀테크의 핵심 가치는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거래를 소비자의 손바닥 안으로 배달하는 것이다. 한국의 핀테크 기업이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보안기술과 빅 데이터 운영 노하우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핀테크 기업들은 많은 시간을 R&D에 투자하고, 부정거래방지시스템(Fraud Detection System)과 같은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한국의 전통 금융기관들은 개인 동의하에서는 데이터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중소 규모의 핀테크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빅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영역과 공공데이터 활용 영역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