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 길, 운전하며 돌아가던 중 문득 배가 고파졌다. 집에 음식도 마땅히 없지만 한창 달리는 도로에서 가게에 전화를 걸기도 어렵다. 운전자는 바로 차내 음성인식기능을 켜고 집 근처 피자집에 주문을 넣는다. 그때부터는 일사천리. 원하는 피자 종류와 수량을 말하면 자동으로 카드결제시스템과 연동돼 지불이 이뤄진다. 적당한 시간에 맞춰 피자가게에 도착하면 확인과정도 필요 없다. 블루투스(Bluetooth) 기능으로 차량 도착신호가 가게 안에 전달된다. 굳이 집에서 배달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가져가 먹을 수 있다.
이는 지난 3월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장에서 글로벌 카드기업 비자(Visa)가 시연한 장면이다. 자동차 내 음성인식기술과 피자가게의 결제시스템, 카드 정보 등이 하나로 합쳐진 모습에 관람객들은 감탄했다.
올해 MWC에선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 이른바 ‘핀테크(fintech)’가 대세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결제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온라인 기반 소규모은행(마이크로뱅크), 전자상거래까지 핀테크의 영역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젠 자동차를 비롯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모든 것에 금융기능이 부착되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번에 필자가 찾은 모바일, 통신기술의 최전선 MWC도 핀테크 트렌드에서 비껴갈 수 없었다.
최근 삼성페이ㆍ애플페이 등 다양한 결제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어디에서 결제가 가능한지도 이용자들의 관심사가 됐다. 삼성페이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과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모두 활용해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가게라면 결제가 가능하다. 반면 애플페이는 특정 단말기를 보유한 곳에서만 결제할 수 있다. 이같이 나뉜 결제시스템을 통합하는 기술도 MWC에서 선보였다. 프랑스 결제기술기업 인제니코(Ingenico)는 기존 카드와 애플페이, 삼성페이를 모두 지원하는 결제단말기를 공개했다. 어떤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쓰는 고객이든 문제없이 붙잡을 수 있는 셈이다. 태블릿PC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모델도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추천기능을 활용해 성장한 기업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위시(Wish)’다. 위시는 MWC에서 벤처ㆍ스타트업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지금으로부터 4년 뒤(4 Years From Now; 4YFN)’ 전시장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모바일 회사 25곳 중 하나로 뽑혔다. 위시 사용자들은 우선 원하는 상품을 목록에 담아 태그를 단다. 이후 친구들에게 추천하면 추천자에게 할인쿠폰이나 무료서비스가 주어진다. 시간이 흘러 정보가 누적될수록 위시에서 여러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상품 추천이 정확해지는 구조다. 추천목록 공유로 맞춤형 수요를 파고들고자 하는 마케팅 목적이 담겼다.
BC카드는 국내 카드사로는 유일하게 MWC에 참가해 ‘탭사인(TabSign)’ 서비스를 가능시연했다. 탭사인은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에 실물 신용카드를 갖다 대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기능이다. NFC 기술과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30만원 이상 결제할 때 탭사인을 사용하면 모바일앱과 달리 공인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번 MWC에서 삼성전자가 자체 서비스로 삼성페이 하나만 공개하고 주요 글로벌 금융사 대표가 처음 기조연설자로 참여한 것도 핀테크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 계기였다. IT업체도, 금융사들도 더 이상 기존 영역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새 도구로 모든 사람들이 이전보다 강력해진 금융체계에 편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