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이 국내에 소개됐고,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적정기술을 이용한 협동조합도 생겨나고, 국내 곳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그 지역에 맞는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착한 기술은 적정기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중간기술이니 적정기술이니 하는 이름들은 외국어를 그대로 번역한 말로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다가가기엔 다소 벽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착한 기술은 전문성보단 보편성이 더 강조되는 개념이라고 하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3세계에 사는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아직도 나무로 불을 피워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한 예를 든다면 하루에 8시간씩 여성들이 땔감을 모으는 일을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주변에 나무가 없고, 먼 거리를 걸어서 돌아다녀야 하루 두 끼의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나무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물을 끓여 먹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고여 있는 물을 그대로 마셔 많은 사람이 수인성 질병으로 죽는다. 젊은 아프리카 여성의 경우 갓난아이를 등에 업고 불을 지펴, 어린 아이들이 연기에 질식해 죽거나 호흡기질환, 안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국제 태양열조리기협회는 아프리카ㆍ중앙아시아ㆍ남아메리카 지역에 적합한 태양열조리기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이 태양열조리기는 아주 단순한 원리로 만들어지는데 대부분의 재료가 재활용품이다. 동시에 2리터의 냄비를 두 개 넣어 5인분 이상의 밥을 짓거나 빵을 구울 수 있고, 하루에 8리터 이상의 물을 끓여 소독할 수 있다. 태양이 음식을 조리하고 물을 끓이기 때문에 땔감을 사용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더 이상 땔감 모으는 일을 하지 않고, 그 대신 태양열조리기 만드는 회사에 고용돼 경제적으로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수인성 질병으로 죽어가던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으며, 황폐해져 가던 주변 지역에 수풀이 되살아나 푸르게 우거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회복되고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착한 기술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 돕고, 그럼으로써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착한 기술은 간디의 아이디어였다.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던 시절 외부의 자본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 경제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개념의 기술을 생각하게 됐고, 이 개념은 1960년 E.F 슈마허라는 경제학자에 의해 ‘중간기술’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그 후 1966년 중간기술개발그룹이라는 국제단체가 세워져 인도ㆍ아프리카ㆍ남아메리카에서 빈곤해소와 지속 가능한 자립경제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
중간기술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적정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중간기술개발그룹은 현재 ‘Practical Acti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1960년대 이후 많은 사람이 적정기술을 이용해 지역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고자 했으며, 2007년 미국에서 열린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전시회는 적정기술을 착한 기술의 개념으로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석유고갈과 지구온난화, 빈익빈 부익부 심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편만함, 지역공동체 붕괴에 직면한 현시점에서 착한 기술은 다시 한 번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 큰 규모의 삶에서 작은 크기로 삶의 규모를 줄이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다. 거대경제 중심에서 지역 중심의 작은 경제체제로 전환하면 적정기술을 이용한 소규모 자립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를 줄일 수 있다. 현재 국내와 국외에서 시도되고 있는 착한 기술들이 이런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1980년 호주 중부지역의 엘리스 스프링에 적정기술센터(CAT)가 설립돼 지역 주민들의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도 저소득층ㆍ노약자 등과 같은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국민편익증진기술(QoLT; Quality of Life Technology)’ 또는 ‘사회격차해소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