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착한 기술이 국제개발협력의 또 다른 중요 수단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착한 기술이 이처럼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은 기술이 세상을 이끄는 소수 엘리트에서 뛰쳐나와 세상을 이루는 모두를 품기 위해 발을 떼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어떤 좋은 기술이든 그 기술이 생활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반짝이는 착한 기술이 빈곤감소나 삶의 질 개선과 같은 실질적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문서와 웹페이지 내용으로만 남겨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착한 기술이 삶으로 침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시장을 통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착한 기술의 단순 수혜 대상자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서 착한 기술을 적절히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론 시장을 통한 접근이 기존의 일방적인 시혜적 접근보다 결코 쉽지는 않다. 기존 시장질서에서 소외된 경제주체들이기에 일반적인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기에 착한 기술의 아이템이 지역시장 내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마련해야 하며, 생산과 소비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는 절묘한 지점을 지역 경제주체들과 함께 찾아야 한다. 착한 기술이 집중하는 경제 피라미드의 최하단(BOP; Bottoms of Pyramid) 사람들이 시장의 주인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제개발협력의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여기선 착한 기술의 비즈니스화 사례로 몽골에서 추진 중인 굿네이버스의 축열기 지세이버(G -Saver) 사업을 소개한다. 비영리 민간기구로서 몽골 지역민의 삶에 집중했던 굿네이버스의 고민은 혹한과 대기오염 그리고 가난이라는 연결고리 속에서 지역의 난방 문제에 대한 개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착한 기술을 활용한 축열기인 G-Saver 제품을 개발해 보급했다. 몽골은 난방이 필요한 기간이 1년 중 8개월이나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난방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몽골 유목민의 주거형태인 게르(텐트형 주택)에 설치된 전통 난로 위로 열을 저장할 수 있는 축열기를 설치한 것이다.
난방효율의 증가는 단지 난방비 절감이라는 경제적 삶의 변화뿐만 아니라 완전연소를 통해 유해물질을 저감시킴으로써 지역 환경도 변화시킨다. 하지만 외부자금 투입을 통한 단순 제품보급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굿네이버스는 굿쉐어링(Good Sharing LLC.)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지역 경제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속가능개발이라는 책무가 부여된 국제개발협력 주체들의 기금과 대기오염 해결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지역정부의 보조금 그리고 현지 노동자들의 생산력과 사용자들의 소비력이 조화를 이뤄 지세이버의 시장생태계를 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 착한 기술 적용의 지엽적 한계를 넘어 수도 울란바토르 도시 전체의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으며, 나아가 몽골 전체의 가난과 환경을 변화시켜 가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착한 기술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 그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술과 삶이 만나는 곳을 시장에서 찾아가고 있다. 더욱더 많은 착한 기술이 시장으로 뛰쳐나와 삶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하는 삶이 지속 가능한 개발을 가져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