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여행할 때였다. 밥을 먹다가도 불이 꺼지는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정전이 발생했다. 나는 너무 불편한데 인도 사람들은 일상인 듯 자연스럽게 양초를 켠다. 왠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한번 해볼까. ‘세상을 밝혀보자’는 루미르(Lumir)의 촛불램프는 그렇게 탄생했다. 루미르의 박제환 대표(28세)를 만났다.
촛불램프는 어떤 램프인가? 촛불의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작동시키는 LED램프다. 양초 위에 우리 제품을 올려놓으면 별도의 스위치나 배터리가 없어도 촛불 밝기의 100배 정도 밝아진다. 초만 바꿔주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전에도 개도국 빛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많았을 것 같다. 가장 많이 나온 게 태양광램프였다. 태양광을 충전시켜 밤에 이용하는 거다. 그런데 현지에 가보니 거의 장난감이 돼 있었다. 태양광램프에 들어 있는 배터리 수명이 1~2년밖에 안 된다. 태양광램프는 누군가 보급해 줬겠지만, 배터리는 누가 보급해 줄 것인가. 한번만 보급하면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양초였다.
판매는 어떻게 되고 있나? 현재 금형 제작을 완료해 생산체계를 갖춘 상태다. 본격적인 판매는 다음 달부터다. 샘플이 팔리고 진행되고 있는 곳이 미국ㆍ두바이ㆍ스웨덴 정도다. 이번 네팔 지진으로 두산에서도 제안이 들어왔는데, 납기일이 5월 말이라 기일을 맞추기 어려워 취소됐다.
진출하는 나라가 예상과 달리 선진국이다. 못사는 나라에선 양초를 저렴한 조명원료로 많이 쓰지만, 선진국에선 테라피용으로 향초를 많이 사용한다. 촛불램프 역시 선진국에서 디자인 소품으로 관심이 많다. 사실 착한 기술이라는 것이 가격은 아주 싸고 내구성은 좋아야 하는데 수요는 많지 않다. 제조업으로 보면 앞뒤가 안 맞다. 많이 팔아서 전체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개도국에는 원가에 판매하고 수익은 선진국에서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일단 NGO, 대기업 CSR을 통해 원가수준으로 보급하면서 장기적으로 물량을 계속 늘려 개도국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촛불램프 전에 LED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만들었는데, 국가마다 인증절차가 달라 현재 보류 상태다. 제품을 개발한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여기서 배운 것이 어떤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 가보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거였다. 빛 문제를 알았을 때 인터넷을 통해서만 조사했다면 기존 솔루션이 너무 완벽해 따로 개발을 안 했을 거다. 그런데 태양광램프처럼 현장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다면 꼭 현장에 먼저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부가 지원해줄 부분은 없나?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시장조사였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현재 지원사업은 우선 제품을 만든 후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현지에 먼저 가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을 때 기준이 고용에만 집중돼 있다. 기술로도 받을 수 있고 마케팅으로도 받을 수 있는데, 인증기준이 다양했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촛불램프의 원가보급과 동시에 선진국에서 판매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다음으로 준비하는 것이 긴 양초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현재 제품은 작은 양초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작은 양초는 10원, 2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긴 양초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긴 양초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을 지금 개발하고 있고, 11월 중에는 출시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소셜벤처로 성공한 사례가 되고 싶다. 유능한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소셜벤처로 많이 들어오면 공기ㆍ에너지 같은 또 다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