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2015년 시무식에서 ‘선한 인재 육성’을 강조하며 “새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과 시대를 선도하는 지식으로 무장한 참된 인재, 선한 인재를 양성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과거 60여년간 오직 경제발전만을 외치던 시대에 우수하고 능력 있는 인재육성을 지상목표로 하던 서울대에서 갑자기 ‘선한 인재’를 미래의 가장 가치 있는 리더로 표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의외였지만 그토록 신선하고 시의적절하다고 느낀 것은 오직 나만의 느낌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제 세계 13위의 경제력에 적합한 리더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리더가 아닌 ‘나눔과 이웃에 책임의식을 지닌 리더’라고 생각하니,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기술도 ‘착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착한 기술’은 ‘적정기술’ 혹은 ‘따뜻한 기술’ 등으로 회자되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더불어 청년의 해외 창업 혹은 해외 NGO 등과 함께 현지에 보급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배경에는 개발도상국을 도우려는 ‘선한 사람’들이 그 바탕에 있다고 생각된다. 착한 기술이 성공한 ODA가 돼서 한국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선 ‘착한 마음’과 더불어 과거 실패한 원조사례의 분석에 토대를 둔 지혜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착한 기술은 개발도상국 내 현지 수요와 여건에 기반해야 한다. 이제까지 개발도상국에 지원된 기술은 현지의 눈높이에 맞춘 착한 기술이라기보다 공여국 중심의 기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현지의 여건과 수요에 대한 이해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대규모 시설 중심의 원조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결국 이렇게 지원된 시설과 기술은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운영이 잘 이뤄지지 못한 면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지 연구기관과의 공동 수요조사 등에 근거더한 실제적 수요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둘째, 현지 상황에 적합하게 국내 기술을 현지화해 눈높이를 낮추는 노력이 요구된다. 즉 기술의 다운그레이드(down grade)를 통해 가격을 낮춰 수요를 늘리고, 현지 유지관리를 가능하게 해 기술의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기술 다운그레이드 연구와 지원, 교육, 유지관리를 할 수 있는 국내 지원센터와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교육과 운영 유지관리를 위한 현지 교육연구기관과의 연계다. 개발도상국 ODA사업의 성패는 사업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현지 교육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기술인력을 현지에서 교육시키고, 모니터링하고, 기술개발을 측면지원함으로써 이들이 스스로 운영관리할 수 있는 자생력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사회적기업을 통한 수익모델 제시다.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한 가지는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것이다. 착한 기술은 더 많이 보급되고 확산될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기업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ODA를 결합해 양국이 수혜를 보는 방안도 있다. 즉 현지형으로 다운그레이드하는 기술적 노력을 한 기업에 우선적으로 ODA를 지원하는 방안(Procurement for Innovation)을 적용해 사회적기업의 수익을 확보해 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착한 기술의 중심은 윈-윈 전략에 근거해야 하고, 이것이 성공할 때에만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리더십 국가로서 우리의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