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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 농업협상을 둘러싼 각국의 힘겨루기
윤동진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2015년 07월호

 

[WTO 이슈] DDA 국내보조 논의 동향과 전망


존 아당크(John Adank) DDA 농업협상그룹(COA-SS) 의장은 올 1월부터 소규모 대사급 회의를 수차례 개최해 3대 분야별(시장접근, 국내보조, 수출경쟁) 쟁점에 대한 주요 입장을 재점검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DDA 협상 진전을 막고 있는 당면 이슈(gateway issue)로 농업 보조가 확인됐다. 즉 올해 7월 말까지 DDA 작업 계획, 12월 케냐 나이로비 WTO 각료회의(MC10)가 DDA 협상 타결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선 국내 보조 이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타협안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국내 농업보조에 대한 구속력 있는 다자규범은 UR 농업협정문이 유일하다. 1995년 WTO 출범 당시에도 모두가 인정했던 판도라의 상자였기에 농업협정문 제13조, 일명 ‘평화조항’을 둬 2003년까지 분쟁을 자제했다. 평화조항 종료와 맞물려 제기된 미국과 브라질의 면화 보조금 분쟁은 이 분야가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높였다. 협정 이행을 점검하는 WTO 농업위원회 현안 가운데 국내보조 관련 사항이 전체의 77.7%를 차지한다. 다수의 개도국들은 현행 UR 국내보조 규범이 불합리하며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DDA 협상 타결이 목전까지 갔던 2008년, EU가 UR 최종 이행 대비 80%, 미국과 일본은 70% 감축 방안을 수용했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DDA는 최근 미국이 2008년 농업협상그룹 의장 초안(Rev.4)을 논의의 기초로 수용할 수 없고, 달라진 여건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인도 등에 대한 농업보조 규율을 강화하자는 게 메시지다.


UR 농업협정, 앰버·블루·그린의 교통신호등 체계


1986년부터 시작된 UR 협상은 당시 미국과 EU 간 농업보조 경쟁(국내보조와 수출보조금)으로 촉발됐고, 1993년 타결 역시 미국이 블레어 하우스 합의(1992년 11월)를 통해 EU에 블루박스(잠정허용)를 용인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즉 이제부터 줄여 나가되, 생산과 무역 왜곡 정도에 따라 일부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합의한 것이다. UR 농업협정은 앰버·블루·그린의 교통신호등 체계[엄밀히 말해 빨간불(금지보조)이 없는 신호등이니 정상적인 신호등은 아니다.]를 따르고 있다. 시장가격 지지 등 생산과 무역을 왜곡하는 보조는 앰버(황색), 농업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 등 왜곡이 없거나 사실상 최소인 것은 그린(허용), 생산 제약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는 블루박스로 구분한다.


원칙적으로 감축의 출발점은 관세와 마찬가지로 1986~ 1988년을 기준으로 삼았다. 각국이 이행계획서에 제출한 수치를 기준으로 다자 검증 후에 선진국은 2000년까지 6년간 감축대상보조 총액(Total AMS)의 20%, 개도국은 2004년까지 10년간 13.3%를 감축키로 합의했다. 앰버박스 보조라도 일정 규모 이하이면 제6.4조에 따라 최소허용보조(de minimis)로 취급해 당해연도 감축대상보조 총액(Current Total AMS) 계산에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제6.2조에 근거해 개도국에 대한 특례 조치로서 저소득 및 자원 부족 농가에 대한 농업 투자보조와 투입 농자재보조는 개발 프로그램으로 인정해 감축 의무에서 제외한다. 물론 면제의 경우에도 매년 WTO에 통보할 의무는 있다. 혹자는 선진국의 그린박스와 개도국의 개발 프로그램이 균형을 이뤘다고 하지만, 후자는 활용 대상이 제약되며 별도 박스가 아닌 잠정 예외조치 성격이 강하다.


최근 FTA 등이 확대되면서 주요 국가의 실행 관세가 이미 상당 수준 낮아졌기 때문에 SPS(식품동식물검역규제협정), TBT(무역상 기술장벽협정) 등 비관세 장벽, 농업보조 등 공정성 문제야말로 WTO만이 규율에 나설 수 있는, 또한 나서야 하는 핵심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UR 당시 상당수 개도국들은 정확성 여부를 떠나 국내보조 양허의 실익을 저울질했을 것이다. 실제로 감축대상 보조를 양허한 국가는 30개국에 불과했다. 일단 감축 출발점이 정해지고 매년 통보를 이행하고 있지만 새로운 규범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선진국들은 과거의 보조를 합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주요 개도국은 점증하는 정책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갖게 됐다. 2013년 제9차 각료회의에서 발리 패키지의 일부로 채택한 식량안보 목적의 공공비축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DDA 관련 쟁점과 주요국 수용 여건


2008년 말 의장 초안(Rev.4)에 담긴 국내 농업보조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총액보조한도(OTDS; Overall Trade-Distorting Support) 개념을 도입해 다중 규율을 추진한다. 이는 기존 AMS와 블루박스, 최소허용보조를 더한 개념이며 UR 이행연도 말(선진국 1995~2000년 기준연도, 개도국 1995~2000년 또는 1995~2004년 중 선택)을 기준으로 대폭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동시에 최소허용보조 산정기준을 매해 농업생산액 대비 5%인 선진국은 그 절반인 2.5%, 개도국은 현 10%에서 6.7%로 줄이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같은 금액이라도 기존 당해연도 감축대상보조 총액 산정에서 제외할 수 있었던 항목도 포함해야 하고, 농업생산액에 비례해서 최소허용보조가 무한정 늘어나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다. 다만 AMS 양허 자체가 없었던 경우엔 최소허용보조 현행기준(10%)을 그대로 유지한다. 아울러 AMS와 블루박스 품목 한도가 신설되며, 블루박스의 경우는 총액 역시 상한을 도입한다.


Rev.4 현 규정과 관련 미국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데 UR 최종 이행연도 말(2000년) 기준 AMS 상한이 191억달러이고 WTO에 통보한 감축보조 총액의 수치는 2012년 69억달러다. 그런데 2012년 지급실적을 Rev.4 이행 마지막 해(5년간 균등감축)라고 가정하면, OTDS 상한(145억달러)은 지킬 수 있지만 감축대상보조상한(76억달러)을 크게 초과한다. 즉 현재 농업협정에서는 최소허용보조로 총액산정에서 제외했던 43억달러가 최소허용보조에서 AMS로 전환됨에 따라 AMS가 112억달러로 늘어나 결과적으로 상한 대비 약 36억달러 초과된다. 특히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 중인 미국 농업법(Farm Bill)은 농가 단위 위험관리를 강화한 것이 특징인데, 과거 농업법에 비해 시장가격과의 연동성이 높아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미국은 2008년 이후 변화된 교역 현실이 반영돼야 하며 특히 중국·인도 등에 대한 Rev.4의 보조 규율이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WTO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개도국보다 낮은 8.5% 최소허용보조 및 농업협정문 6.2조에 따른 개발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는 조건 등 보다 엄격한 제한을 수용했다. 한편 입장이 유사한 신규 가입국들(대만,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에콰도르 등 20여개국)이 DDA 협상과정에서 이를 고려해 달라고 요구한 결과 별도 우대조항이 Rev.4에 담겼는데, 12조에 따르면 OTDS를 적용할 경우에도 가입 당시 최소허용보조를 제약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중국은 농업생산액 대비 8.5%인 최소허용보조가 OTDS 상한을 초과할 수 있는 문제가 있어 미국 등은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중국이 WTO에 제출한 통보를 보면, 2010년 현재 중국의 감축대상(앰버박스) 지원은 약 1,230억위안(180억달러 수준)이며 이는 품목불특정 AMS 977억위안과 품목특정 AMS 254억위안을 합한 것이다. 중국의 농업 총생산액이 2010년 6조2,897억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품목불특정 AMS는 1.55%다. 품목특정 AMS는 쌀, 옥수수, 밀 등이 상위를 차지하며 대체로 품목별 생산액 대비 2% 내외다. 즉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조건에 따라 중국은 AMS가 없고 농업협정문 6.2조에 따른 개도국 프로그램 조항 역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일하게 최소허용보조 8.5%(품목특정/품목불특정) 제약 아래서 농업지지 정책이 가능하다. 허용보조는 5,346억위안으로 통보했고 이는 2005년 3,096억위안과 비교할 때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과 인도는 수출기업농을 대상으로 하는 보조와 내수 중심의 생계농에 대한 지원을 구분해야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절대 규모보다는 보조의 내용과 성격과 농민 1인당 지원액 등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DDA 국내보조 협상 결과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


우리나라의 감축대상보조 총액(Total AMS)은 2004년 이후 1조4,900억원이다. 추곡수매제를 공공비축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쌀 단일품목이 UR 이행기간 내내 AMS의 95~97%를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공공비축제를 허용보조방식으로 도입한 후에는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2006년처럼 쌀 변동직불금이 쌀 생산액의 10%(품목특정 최소허용보조)를 넘는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어려움은 없다. DDA 협상에서 Rev.4 수준으로 타결될 경우에 대비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행 종료연도 기준으로 AMS는 약 1조430억원, OTDS는 약 5조3,68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내 농업환경 변화를 고려해 품목별 재점검을 거쳐야 하겠지만, 대체로 DDA 국내보조 협상결과가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DDA 협상에서 국내보조 규범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인도 등의 간극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예상키는 어렵다. 국내보조는 매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데다 개도국들은 UR 및 가입 협상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최종 합의는 농업협상 3대 축(pillar)뿐 아니라 농업과 NAMA(비농산물),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총협상의 이익이 맞아야 가능하기에 조기에 전체 그림을 맞춰 보는 것은 쉽지 않다. WTO 의사결정 구조상 어느 일방이 수용하지 못할 내용(red line)을 강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낙관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가 손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한다. 제네바 일각에서 OTDS 내에 굳이 최소허용보조, 블루박스를 구분하지 말고 OTDS만으로 감축보조를 단순화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호주·캐나다·브라질 등 DDA 협상의 요구자들이 어느 수준까지 보조규범 완화에 동의할 것인지, UR 협상 결과를 후퇴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어떤 새로운 조건을 부여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당장 가시적인 합의는 어렵다고 예측한다. 미국 등이 국내적으로 운신의 폭이 제약된 상황에서 합의 가능한 대안을 스스로 말하기는 어렵고 우선은 계속 논의해 갈 수준의 모호한 상태를 마지막 순간까지 가져갈 것이라 전망한다. 결국 14년을 끌어온 DDA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올 12월 나이로비, 제10차 각료회의에서 정해지고 타결의 수순으로 갈 수 있을지 여부는 이번 여름 DDA 작업계획을 어떤 내용과 수준으로 정하는가에 달려 있고 그 첫 단추는 농업 분야 국내보조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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