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맨해튼 사무실로부터 두 블럭 떨어진 곳에 경제통신사 블룸버그(Bloomberg)가 있다. 말로만 듣고 모니터로만 보던, 그리고 CEO가 그 유명한 전직 뉴욕시장인 블룸버그 본사 건물을 오가며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뉴욕에서 일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6월 어느 날 블룸버그를 잠깐 들른 길에 우연히 로비 입구에 쌓여 있는 초록색 보고서가 눈에 들어왔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 궁금하던 차에 몇 권 집어 들고 사무실로 왔다. 몇 페이지를 넘기다 공유경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겠구나, 미래에 득이 될까 실이 될까, 공유경제의 장점을 극대화할 길은 무얼까 하는 여러 의문점을 품게 됐다. 아울러 아직 미생(未生)에 불과한 공유경제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잘 정리한 보고서를 보면서 일종의 경외감을 느꼈다. ‘역시 블룸버그는 다르구나.’ 이 글에서는 블룸버그의 최근 야심작인 「공유경제」 보고서에서 짚어준 새로운 쟁점과 경향들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로 대별되는 스마트폰 기반 기업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들 기업의 활약으로 기존 경제의 틀과는 다른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새로운 개념도 심심치 않게 듣게 됐다. 공유경제는 IT기술의 발전을 통해 그간 낭비되던 여유성 재화와 서비스를 재분배·공유·재사용하는 시스템을 말하며, 이를 통해 기존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증대되는 경제구조를 의미한다.
공유경제를 이해하는 첫 단계는 여러 유사 명칭을 폭넓게 인식하는 것이다. 저명한 경제학저널 『저널 오브 이코노믹 퍼스펙티브즈(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의 편집주간인 티모시 테일러(Timothy Taylor) 교수는 그의 블로그에서, 공유경제란 용어 이외에도 대표적으로 집합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 1099경제[1099 Economy, 미 국세청이 프리랜서 및 자영업 근로자들에게 제출토록 한 세법상 서식명(Form 1099-MISC)에서 유래],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 매칭경제(Matching Economy)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 1>은 2010년 이후 블룸버그 기사에서 월별로 언급됐던 용어의 추세다. 초기에는 ‘집합적 소비’가, 2013년 이후에는 ‘공유경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포드ㆍGM에 육박하는 우버의 시장가치
공유경제가 차별화된 개념으로 소개된 것은 무려 37년 전에 발표된 카셰어링 관련 연구논문인 ‘사회구조와 집합적 소비’에서라고 한다. 그 후 2007년 최초의 스마트폰 출시를 기점으로 현대적 의미의 공유경제는 2008년 애플의 앱스토어가 본격화되면서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한 것은 첫째, 내재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혁신이 기술적 토대를 공고히 한 것과 둘째, 외부적인 요인으로 2008년 이후 세계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으로 일자리를 찾게 된 것에 기인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2014년 기준으로 공유경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대략 15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미국경제의 1.5%에 못 미치는, 아직까지는 미소(微小)한 시장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에 불과한데, 왜 최근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공유경제의 대표적 기업인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보여준 유례없는 기업시장가치의 폭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 2>에서 보듯 2008년 후반에 만들어진 택시공유서비스인 우버는 불과 7년 만에 총 15억달러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여 시장가치만 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통적인 기업인 타깃(Target) 혹은 크래프트식품(Kraft Foods)과 맞먹는 규모이며, 거대 자동차 회사인 포드(Ford)나 지엠(GM)에 바짝 다가선 수치다. 공유기업의 양대 산맥인 에어비앤비 또한 시장가치가 200억달러로 추정되며, 2008년 설립 이후 3,500만명의 고객이 이용했고 현재 세계적으로 대여 가능한 숙소로 등재된 것이 120만채라 한다. 대표적인 호텔체인인 힐튼과 메리어트를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고, 하얏트보다 시장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쏟아지는 벤처펀딩
전문 리서치회사인 CB 인사이트(CB Insight)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공유기업은 2010년 이래 총 94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우버를 제외하면 그 규모는 39억달러 수준이다. 다른 리서치사인 트랙신(Tracxn)도 동일한 시기에 대략 96억달러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밝혔다. 이러한 벤처투자는 실리콘밸리를 좌지우지하는 대표적 벤처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에 의해 주도되었는바, 특히 Y-콤비네이터가 에어비앤비, 인스타카트(Instacart)등 총 8개 회사에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혹자는 공유경제의 심화가 낭비자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사회적인 이득이 있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이로 인해 서비스업의 임금이 낮아지고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기준이 더욱 취약해진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갑론을박은 모두 개연성이 있겠지만,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여기서는 이번 블룸버그 보고서에서 적시한 몇 가지 경제적 효과를 정리한다.
첫째,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2013년 12월 7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유플랫폼이 2008년 경제불황기에 가계수입의 ‘무시할 수 없는 부분(nonnegligible fraction)’에 해당하는 기여를 해왔다고 분석했다. 즉 공식적인 일자리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4.4%에 해당하는 수익이 공유일자리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공유일자리가 글로벌 불경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벌충하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둘째, 프리랜서 근로자들의 세금계산서(Form-1099)를 토대로 공유경제의 모습을 분석한 보고서인 「RFS 1099 경제 고용리포트」에 따르면, 아직은 공유경제가 제공하는 일자리가 온전한 가계수입원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2차적 수입원 기능을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공유일자리에서 나오는 수입원이 전체 가계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하라고 응답한 경우가 58%에 이르는 가운데, 전체 수입의 25% 미만에 불과하다는 응답이 39%로 가장 많았다. 공유일자리의 평균임금은 시간당 18달러로, 보수 측면에서 선호하는 일자리는 아니라고 응답했다. 많은 프리랜서 근로자들은 부족한 수입을 메꾸기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응답자의 25%는 풀타임 일자리를 갖고 있었고, 다른 25%는 부수적 비즈니스를 병행 중이었으며, 또 다른 20%는 건설노동과 같은 계절적 일자리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공유경제가 경제구조의 변화를 초래한다?
2015년 1월 3일자 이코노미스트지는 표지에 근로자들이 물처럼 똑똑 떨어지는 수도꼭지를 그려놓고, 제목을 ‘수도꼭지에 달린 노동자(Workers on Tap)’로 달았다. 스마트화된 IT 환경에서 각자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만큼 제공되는 온디맨드 경제를 예측한 것이다. 그러면서 20세기 초반 마르크스가 내세운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분법적 경제구조를 새로운 이분법, 즉 ‘돈은 있으나 시간이 없는 자(having money but no time)’와 ‘시간은 있으나 돈이 없는 자(having time but no money)’로 나뉠 것이라고 추측했다. 공유경제의 의미와 진행속도를 감안할 때 나름 정확한 분석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 데이터화되면, 나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의 부름을 받아 그들이 원하는 대로(on-demand) 나의 시간을 제값 받고 팔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택시와 숙소 서비스에 중점이 있지만, IT 기반의 매칭기능이 더욱 세분화되고 개별화되면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가 불현듯 도래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우리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능동적으로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갈 것인가.
* 자료 출처 ● Bloomberg Brief, Sharing Economy, June 15, 2015, Economist, “On-Demand Economy”, January 4,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