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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혁신 친화적 규제시스템 논의 활발
문재호 주OECD대표부 참사관 2015년 10월호

[OECD 이슈] OECD 경쟁위원회, ‘파괴적 혁신’에 대한 대응방안 논의

 

최근 정보통신기술과 공유경제, 환경 등 대중의 관심을 결합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우는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혁신에 의한 예상하지 못한, 빠르고 광범위한 시장변화는 기존 규제시스템과의 부정합 내지 긴장관계를 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혁신 친화적인 규제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세기 초에 활약한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들의 혁신적 활동에 의한 창조적 파괴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혁신은 늘 진행됐고 그 결과 인류는 발전할 수 있었다. 지금도 혁신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에 대한 요구,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창조적 혁신의 토양이 됐다. 특히 공유경제 개념에 입각한 P2P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과 친환경제품 등이 혁신 활동의 사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기존 법과 제도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에 대해 기존 규제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OECD 경쟁위원회에서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주제로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그 내용을 소개하고 시사점을 정리한다.


성장 위해서는 점진적ㆍ단계적 혁신으론 부족, 패러다임 확 바꿔야


혁신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개발, 활용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새로운 것의 창조와 아울러 이를 활용하는 활동을 포함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혁신은 만들어진 새로운 것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사회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때 의미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가 소개한 ‘파괴적 혁신’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점진적·단계적 혁신으로는 부족하고 시장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우리는 몇 가지 사례에서 창조적인 혁신 활동에 의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최대의 카메라필름 회사인 코닥(KODAK)은 2012년 파산신청을 했다. 한때 최대의 휴대폰 제조사였던 노키아(Nokia)는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인수됐다.


한편 몇몇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이 기존의 규제시스템과 갈등을 빚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몇 가지 최근 사례를 소개한다.


우버(UBER)는 2009년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돼 차량공유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차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다른 사람에게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현재 53개국 25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 6개월마다 매출이 2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버에 대한 규제 범위와 방식이 세계 각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존 택시에 대한 규제를 우버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 교통서비스로서 안전 확보, 적정요금 유지, 탈세 예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존 택시와 직접 경쟁하므로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차별적 규제는 피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인다. 다른 일부에서는 소비자 이익, 시장경쟁 활성화에 중점을 두면서 기존의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운전자 정보를 제공하고 수요공급을 반영해 가격을 결정하므로 규제 필요성이 사라졌으며, 경쟁 활성화로 서비스 개선 및 가격인하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해당사자 간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택시사업자들이 우버서비스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시내 교통을 마비시켰고, 우버를 이용한 승객이나 차량에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우버에 대한 규제는 각 국가별·지역별로 다양하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워싱턴DC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랜 논란 끝에 일부 조건을 붙여 허용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우버서비스 자체가 금지됐으나, 독일이나 태국에서는 우버서비스는 허용하되 우버를 이용한 운송 제공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결국 최근 우버는 일부 서비스를 프랑스, 우리나라 등 일부 지역에서 중단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2007년 한 개인이 미국에서 집에 에어매트리스 3장을 깔고 ‘Air Bed and Breakfast’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숙박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 190여개국 3만4천여 도시에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집을 숙소로 제공하려는 사람과 숙소를 구하는 여행객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에 대해서도 숙박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용객의 안전, 주거환경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 탈세의 온상이라는 점, 순수한 주거 공유는 많지 않고 무허가 전문 숙박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 등을 논거로 제시한다. 반면 전면허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중개하는 숙소는 소규모여서 소음이나 안전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점, 탈세는 운영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창업 확대와 경제활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규제당국과 에어비앤비 측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주택임대등록제도를 개선해 3개월 내 주택임대에 대해서는 등록을 면제하는 법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뉴욕에서는 탈세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세금납부 관련 사항을 운영 시스템에 포함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숙박 이용자를 외국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우버 등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기존 규제와 갈등으로 서비스 중단


테슬라(TESLA)는 2003년 설립된 전기자동차 회사로 2012년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환경 문제, 고유가 등으로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고성능의 전기 스포츠카 개발을 통해 기존 업체와 차별화했다. 아울러 테슬라는 딜러망을 이용하지 않고 직영 판매전시장 및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자동차 수리 및 부품판매가 수입의 60%를 차지하는 딜러 입장에서는 차량 관리·수리 수요가 적은 전기차 판매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전기차 업체가 딜러망을 이용한 판매에 의존하다가 2012년 파산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미국의 많은 주정부는 1950년대부터 자동차 제조사의 직영판매장 설치를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해 왔다. 당시 빅3라고 불리던 자동차 제조사들의 딜러에 대한 재고 밀어내기, 판매목표 강제, 부당한 계약해지 등의 불공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관심을 모은 가운데 딜러를 보호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직접판매 전략으로 테슬라가 시장에 진출하자 딜러들은 물론 GM 등 기존 자동차 업체도 주정부에 기존 규정의 엄격한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거나 행정소송, 입법청원 등의 절차를 통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 매장설치가 허용된 일부 주에서만 판매하고 있고 유럽에서 판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는 1997년 우편으로 DVD를 대여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그리고 2007년 인터넷망을 이용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영화 등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해 콘텐츠 제작·유통을 수직 통합했다. 2015년 1월 현재 세계 50개국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전 세계 가입자는 5,700만명에 달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유럽지역 진출은 2012년이 돼서야 가능했는데 그 이유는 저작권제도의 복잡성 때문이었다. EU는 단일 저작권제도가 없어 영화전송 서비스를 위해서는 영화사로부터 각 국가별로 라이선스를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개별지역에 대해 별도의 저작권 협상을 거쳐 계약을 맺다 보니 넷플릭스는 2012년 6개국, 2014년 6개국 등에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유연한 규제설계 필요


창조적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우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제도가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혁신 활동의 시장혁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들이 원활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혁신적인 경쟁자가 출현해 시장경쟁을 촉진하면 가격, 품질 등에서 더 나은 시장성과를 보일 수 있으며 이 같은 결과는 또 새로운 혁신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그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혁신 활동에 친화적인 규제시스템의 요건으로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원칙에 입각해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변화되는 내용을 신속하게 평가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쟁당국은 시장구조 및 행태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엄격한 경쟁법 집행을 통해 경쟁적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각국에서 혁신 친화적인 시장규제시스템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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