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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동상이몽’ 속 입장 차 좁히지 못하는 반덤핑협정
김수은 주제네바대표부 1등서기관 2015년 11월호


[WTO 이슈] WTO DDA 반덤핑 협상 논의 동향과 전망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정식 출범한 이래 14년간 지속돼 오고 있다. 농업·비농산물(NAMA)·서비스 분야의 시장 개방, 반덤핑과 보조금, 수산보조금 등 무역규범의 개선, 지식재산권, 환경 등 무역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중 반덤핑 분야는 2002년 DDA 규범 협상그룹이 발족된 이후 개별 회원국 또는 회원국 그룹에 의해 100건 이상의 제안서가 제출돼 이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형식으로 협상이 진행돼 왔다.

 

2007년 11월 의장 텍스트가 발표되면서 반덤핑 협상은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본격적인 협정문 협상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활기를 띠게 됐다. 우리나라,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노르웨이, 코스타리카, 멕시코, 콜롬비아, 이스라엘, 칠레 등 반덤핑 프렌즈 회원국(FANs; Friends of Anti-dumping Negotiations)을 비롯한 다수 회원국은 의장 텍스트가 제로잉(미국 보호무역주의 관행의 하나로 덤핑 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가격이 수출국 내수가격보다 낮으면 그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지만, 수출가격이 수출국 내수가격보다 높으면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제로로 계산해 덤핑 마진을 늘리는 방식) 관행을 허용하는 등 특정 국가의 입장을 편파적으로 반영해 균형을 상실했다고 지적하며 의장에게 수정 텍스트를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2008년 12월 의장은 제로잉 등 비판이 제기된 이슈들에 대한 2007년 텍스트상의 문안을 삭제했으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이슈별로 회원국 간 논란이 있다고 언급하는 정도의 수정 텍스트를 제시했다. 회원국들은 이 수정 텍스트를 토대로 2011년 4월까지 전체 회의, 소그룹 회의 등 다양한 협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해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로잉, 일몰재심, 최소부과원칙, 우회덤핑, 공익, 덤핑과 피해 간 인과관계, 관계사에 정보 요청, 조사대상 물품, 산업설립 지연, 국내산업의 정의(수출·수입자 제외), S&D, 제3국 덤핑 등 12개의 핵심 이슈에서 회원국들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2011년 4월 규범 협상그룹은 반덤핑 분야의 12개 핵심 이슈를 쟁점사항(bracket)으로 남겨둔 채 일부 투명성, 절차 관련 이슈에 대해서만 기술적 수정을 가한 2차 수정 텍스트를 발표했다.


보호주의적 목적으로 반덤핑 조사 남용…하반기 협상 전망 불확실


안타깝게도 2차 수정 텍스트 발표 이후 현재까지 회원국들이 반덤핑 분야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찾지 못함에 따라 DDA 반덤핑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다만, 반덤핑 분야의 주요 그룹인 반덤핑 프렌즈 회원국과 일부 회원국들은 지속적으로 이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DDA 협상의 최종 성과물에 반덤핑 조사 및 조치에 관한 규율 개선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고, 이를 위해 조속히 반덤핑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올 12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될 제10차 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DDA 협상에서 실현 가능한 성과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반덤핑 프렌즈 회원국도 올해 초부터 반덤핑 분야의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반덤핑 프렌즈 회원국은 반덤핑을 비롯해 보조금, 수산보조금, 지역무역협정(RTA) 투명성 메커니즘 등 규범 분야 전반에 대해 그간의 협상 경과와 논의 내용을 정리하는 브리핑 세션을 개최할 것을 EU와 공동으로 제안해 5월 초 WTO 사무국 주관으로 규범 분야의 브리핑 세션이 개최됐다. 아울러 DDA 협상 전반의 상황을 고려해 반덤핑 분야에서도 목표수준 조정(recalibration)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그간 협상 과정에서 회원국 간 상당 부분 합의가 이뤄진 투명성 및 절차적 정당성(due process) 관련 이슈들, 예를 들면 적용환율, 생산자 제외 사유 설명 의무화, 국내생산자 확인, 수출국 통보 의무, 사전보고서 제공, 덤핑마진 계산내역 공개 등을 재정리하고 이들 이슈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협상을 재개할 것과 이러한 논의 결과가 반덤핑 분야의 최소한의 성과로서 DDA 최종 결과물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했다.


또한 반덤핑 프렌즈 회원국은 수차례의 내부 협의를 거쳐 2011년 의장 텍스트에 제시된 12개의 핵심 이슈 및 그간 협상에서 논의가 진행됐으나 의장 텍스트에 반영되지 못한 다수의 이슈들 가운데 일몰재심, 공익, 최소부과원칙 등 일부 이슈를 반덤핑 프렌즈의 우선순위로 선정하고, 투명성 및 절차적 정당성 관련 이슈뿐 아니라 이들 실질 이슈에 대한 규율 개선도 DDA 최종 결과물에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했다. 반덤핑 프렌즈 회원국은 이러한 제안서에서 반덤핑 조치의 과도한 효과를 완화하고 반덤핑 조치가 영구화되는 것을 방지하며, 반덤핑 조사 및 조치에 관한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조사당국과 이해관계자의 비용을 절감하고, 부당하고 불필요한 반덤핑 조사를 조기에 종결토록 하며, 덤핑과 피해에 대한 실질적 규율을 명확히 하는 것이 DDA 반덤핑 협상의 목적임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WTO 출범 이후 20여년간 적용 중인 현행 반덤핑협정에는 규율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되는 부분이 상당수 있고, 일부 회원국들은 국내 유치산업 보호 등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보호주의적 목적으로 반덤핑 조사와 조치를 남용하고 있다. 일례로 현행 협정상 반덤핑 관세는 원칙적으로 5년 내 종료돼야 하고 조사당국이 덤핑 및 피해가 계속되거나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재심을 통해 연장될 수 있으나, 고율의 반덤핑 관세 부과로 해당 제품에 대한 수출이 사실상 중단된 경우에도 덤핑 및 피해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20년 이상 반덤핑 조치가 연장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반덤핑 조치 부과받은 韓


이러한 현실은 반덤핑협정상의 불분명한 규율과 더불어 회원국의 조사당국, 특히 자원과 경험이 부족한 개도국 조사당국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반덤핑협정에 대한 회원국들의 상이한 해석과 적용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반덤핑협정과 관련한 무역 분쟁발생을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제품에 대한 외국의 반덤핑 조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도 간과할 수 없는데, 2014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수출품에 대해 누적된 외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총 162건으로 전년도의 142건 대비 14% 이상 증가했고, 이 가운데 반덤핑 조치가 120건으로 약 74%를 차지했다. WTO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4년 6월 말까지 우리나라는 총 207건의 반덤핑 규제를 받아 총 740건의 반덤핑 규제를 받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반덤핑 조치를 부과받았다.


특히 이러한 대한국 수입규제 조치는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터키,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대한국 수입규제 주요 조치국은 인도(31건), 미국(20건), 중국(15건), 터키(15건), 브라질(12건), 인도네시아(10건), 호주(9건) 등이고, 수입규제 조치의 주요 대상이 된 분야는 철강, 화학, 섬유, 전기전자 등이다. 우리나라 수출제품에 대한 외국정부의 부당한 반덤핑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해당 규제당국에 우리 정부 입장서를 전달하고 수입규제대책반을 파견하거나 고위급 회의 계기 양자협의를 개시하는 등 양자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한편, WTO 반덤핑위원회(Committee on Anti-Dumping Practices)와 같은 다자회의에 이해관계국들과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DDA 반덤핑 협상에서 반덤핑 프렌즈 회원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현행 반덤핑협정상의 불명확한 규율이 보호주의적 조치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반덤핑협정 개정을 위한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부터 반덤핑 프렌즈 회원국이 다수의 공동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반덤핑 이슈에 대한 논의 재개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반덤핑 분야의 규율 개선이 DDA 최종 성과물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일부 주요국들이 농업, NAMA, 서비스 등 DDA 핵심 분야에서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만 다른 분야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반덤핑 분야에서 본격적인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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