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워싱턴 출장에서 겪은 공유경제의 실제 경험 하나를 소개한다.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필자는 워싱턴에서 3년간 근무한 적이 있어 워싱턴의 대중교통 현황을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예약한 숙소가 시 외곽에 있어 거기까지 가는 것이 난감하기만 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른 것이 출장 전날 아내가 다운로드해준 우버(Uber)택시 앱이었다.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고 택시신청을 하니, 즉각 답장이 왔다. 운전자의 이름, 친절도 평가, 차종 및 차량정보까지 보여주면서 내가 있는 위치까지 5분 내에 도착한다는 내용이었다. 뉴욕에서도 이용해 보지 않던 우버택시를 워싱턴에 와서 그것도 심야에 이용하게 될 줄이야! 늦은 시간에 숙소까지의 먼 거리를 우버 기사의 커피서비스까지 받아가며 안전하게 도착했다. 이 운전자는 낮엔 카딜러로 근무하고 밤에 부업으로 우버 기사를 한단다. 이 수입으로 자녀 학비를 충당한다면서 운전하는 내내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스마트폰의 디지털 플랫폼이 연결해준 우버 기사와의 첫 번째 경험은 훈훈하면서도 정감어린 아날로그 경험으로 남았다.
떠오르는 첫 번째 질문. 그럼 대체 누가 공유경제의 근로자로 일하고 있을까? 기존 전통적인 업종과 어떻게 다를까? 블룸버그사는 미국 노동부 통계(RFS 1099 Report)를 토대로 공유경제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특징을 분석한 바 있다. 첫째, 일반적인 업종에 비해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은(70%)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공유경제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연령대가 상당히 젊다고 한다. 특히 18~24세 근로자의 경우 미국 경제활동인구의 20%에 불과한데, 공유경제 근로자 중 18~24세 비율은 무려 40%가량으로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청년층이 손쉽게 공유경제 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셋째, 공유경제 근로자의 학력수준이 좀 더 높다고 한다. 이 또한 고학력자들의 스마트기기 노출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 연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프린스턴대의 크루거 교수(Alan Krueger)는 ①최근 실업인구가 많다 보니 평상시보다 학력이 높은 계층이 공유경제 업종에 더 관심을 갖게 됐고 ②디지털 플랫폼에 근거해 근무시간의 유연성이 높다 보니 고학력 노동자들의 선호가 높으며 ③이들이 정규직업을 갖게 된 이후에도 여유시간에 부업으로 지속 종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공유경제로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한다?
기술발전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간 매칭이 보다 자유로워지는 공유경제에서는 의당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공유경제로 인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여기서는 에어비앤비[Airbnb, 2014년 말 기준 3,500만명의 이용자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고, 기업가치는 200억달러를 초과하는데 이는 하얏트(86억달러)를 넘어 힐튼(290억달러)의 시장가치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가 활발하게 이용되는 텍사스 오스틴시의 사례를 근거로 전통적인 호텔업종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경우 2014년 말 기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만 무려 8,575개이며, 전통적인 호텔과 달리 오스틴시내 전역에 넓게 산재해 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의 등장으로 전통 호텔체인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8~1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수입감소 효과는 주로 저가(low-end)의 호텔 또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호텔에서 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한다.
에어비앤비의 공습에 대해 이들 전통 호텔은 주로 요금할인으로 응수했으나, 에어비앤비는 개인별 선호에 부합하는 개별화된 다양한 숙소를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 이들 호텔체인을 지속 압박해 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전통적 저가 호텔체인은 손해를 보는 반면, 에어비앤비 파트너들은 숙박료 수입을 얻고 여행객들은 합리적 가격에 여행을 함으로써 소비자이익은 증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 정부의 수입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호텔이용에 따른 세수입은 다소 감소하고 있으며, 보다 저렴한 숙소의 제공으로 인한 관광객 증대에 따른 세수증대 효과는 아직까지는 불확실하다고 한다.
공유경제로 거시경제 모델도 변화한다?
이러한 공유경제의 활성화는 거시경제적으로도 여러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추론된다. 우선 고용통계의 현실 적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비공식 일자리의 창출로 인해 기존의 고용통계, 경제활동참가율 및 임금수준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지게 되며, 변화한 경제환경을 제대로 통계화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된다.
둘째, 간과하기 쉬운 사항으로, 공유경제로 인해 유휴자원의 활용도가 높아짐으로써 신규 자본투자가 감소하고 궁극적으로 GDP 성장률도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한 개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던 개별 재화나 서비스가 최근에는 태스크래빗(TaskRabbit)이나 썸택(Thumbtack)과 같은 공유경제 업체를 통해 손쉽게 활용 가능해지면서 이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시장수요가 줄고 기업의 신규투자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자원활용은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지만 투자하고 건설하고 구입하는 경제행위는 감소함에 따라 GDP 성장률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결과는 미국의 경제회복기에 이뤄진 기업투자 규모 추이분석 사례에서 간접적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그림> 참조). 이전 총 6번의 경제회복기간 중 기업투자 증가율은 6.0~15.6%에 달했으나 최근 5년간 동 증가율은 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투자감소의 이면에는 공유경제로 인한 경제모델 변화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공유경제의 활성화로 인한 경제활동은 현행 GDP 레이다에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적실성 논란이 많은 GDP지표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 반대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공유경제로 인한 2차 효과(second-order effect)로, 자원의 사회적 활용도 제고로 인한 경제모델의 변화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기존 재화나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남는 사회 내 여유 기초자원(resource)을 다른 곳에 투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총합자산이 증가하고 소비자의 선택폭이 보다 넓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버의 광범위한 활용으로 인해 택시회사를 위한 택시용 차량 생산은 감소될 것이고 여유자산은 다른 생산적인 용도로 전환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 단계에서 이러한 2차 효과를 계량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겠다.
공유경제에 대한 규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는 2015년 6월 9일 ‘공유경제의 플랫폼, 참가자 그리고 규제’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여기서는 공유경제 기업의 출현에 대한 의견교환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난상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홈셰어링(homesharing) 찬성론자들은 ①여행객들이 저렴한 가격에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여행을 다녀올 수 있고 ②에어비앤비 파트너들은 유휴시간에 주택임대로 인한 추가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③보다 많은 관광객 방문으로 전체 타운의 상업수익이 증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반대론자들은 ①싼값의 숙박료로 인해 기존 소규모 숙박업자들의 사업기반이 크게 훼손되고 ②에어비앤비 파트너들은 시 정부로부터 허가도 없이 영리행위를 하며 ③숙박서비스 제공 후 제대로 사업이득 신고도 하지 않고 ④숙박으로 인한 신규수입의 가능성으로 인해 타운 내 기존 주택의 렌트비가 올라가며 ⑤타운 내 임대주택 물량이 부족해 주택난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반대론자들은 이런 단점에 근거해 주택별 임대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찬반 논의는 라이드셰어링(ridesharing) 분야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버 운전자들은 자유시간을 활용해 추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강점을 강조했고, 바텐더업을 하는 우버 운전자는 자신의 우버 운전으로 인해 음주 후 귀가하는 다수의 손님을 안전하게 귀가시켜 주는 순기능이 있음을 역설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버가 플랫폼을 통해 운전자들을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택시요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며, 우수 드라이버에 대한 차별화된 팁제도가 없다는 등의 반대론도 제기됐다고 한다.
‘한국형 공유경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이 글을 쓰면서 ‘미국은 역시 어느 면에서나 앞서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아직 개념조차 생소한 공유경제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2013년부터 나름 활발한 토론과 연구가 학계, 지자체 및 연방정부 차원에서 발 빠르게 이뤄져 왔다는 점이 못내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이미 2년 전인 2013년 6월 미국 내 시장(mayor)들의 모임인 ‘제81차 전미시장콘퍼런스(US Conference of Mayors)’ 연차총회에서 공유경제의 의미와 향후 가능성이 주요 의제로 등장했고, 2014년 12월에는 아스펜연구소(Aspen Institute) 주관으로 ‘공유경제에서 본 일자리의 미래’라는 세미나가 있었다. 급기야 지난 6월에는 연방거래위원회 주관으로 정책적 함의를 살펴보는 워크숍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공유경제는 아직 그 전모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 및 경제구조의 변화까지 현시점에서 충분히 예측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더 많이 잡고,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하듯이, 공유경제의 초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보다 더 일찍 그리고 더 높이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나아가 이러한 발 빠른 준비를 토대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한국형’ 공유경제 기업이 세계를 주름잡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한 고민과 사전검토가 절실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