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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한 무역의 기여
황인상 주벨기에ㆍ유럽연합대사관 참사관 2015년 12월호

 

[EU 이슈] EU 신통상투자전략과 대아시아 FTA 추진

 

EU의 통상전략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2000년대 초까지 견지해 온 WTO 다자무역주의 일변도의 정책기조에서 탈피, 2006년 ‘Global Europe Strategy’에 따라 적극적 RTA(Regional Trade Agreement) 추진전략으로 선회해 한- EU FTA 등 주요 국가와 FTA를 추진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더욱 나아가 WTO DDA 협상 타결 목표 외에 인도, Mercosur(남미공동시장), ASEAN 등 진행 중인 주요 경제권과의 FTA 협상 타결, 미ㆍ중ㆍ러ㆍ일 등 전략적 동반자 국가와의 통상관계 심화 등 지역ㆍ양자 간 접근방식을 적극 추진해 왔다.

 

지난 10월 14일 EU는 ‘ Trade for all, Towards a more responsible trade and investment policy’라는 신통상투자전략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신통상투자전략은 지난해 말 출범한 융커 집행위원장을 위시한 새로운 EU 집행위원회의 정책기조를 반영해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한 무역의 기여, 특히 FTA의 경제적 이익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집행위는 이번 이니셔티브 발표를 통해 2013년 협상을 개시한 EU-미국 간 FTA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Trans 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과 관련해, 협상내용에 대한 불투명성과 유럽의 안전기준이 저하될 것이라는 유럽 시민들의 우려를 감안해 효과성 외에 투명성과 유럽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신통상투자전략은 ‘Trade for all’이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무역이 EU 내 소비자, 근로자, 중소기업은 물론 개도국에까지 모든 혜택을 가져다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도 EU가 TTIP, 일본과의 FTA 협상 타결 등 적극적인 무역투자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양면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집행위는 지난 10월 5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과의 전략적 경제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미 2010년 EU와 FTA를 체결한 이후 내년 7월이면 발효 6년 차가 돼 수입액 기준으로 EU 상품에 대해 97%, 우리 상품에 대해 100%의 관세가 철폐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EU, 일본ㆍASEAN과 F TA 추진 등 대아시아 무역투자 확대


EU는 아시아를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서 EU의 경제이익에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하고 2010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했으며, 현재 일본과의 FTA, 중국 및 미얀마와의 투자협정, ASEAN 개별국가와의 FTA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U가 한국과 FTA를 체결한 이후 유럽시장 내 하이테크,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 경쟁상대인 일본은 EU와의 FTA 추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은 비관세장벽으로 외국기업이 진입하기 매우 어려운 시장으로 간주돼 왔으며, 특히 유럽 업계에서는 자동차 등 분야의 유럽시장 잠식 우려로 일본과의 FTA에 소극적 입장을 견지했다. EU는 2013년 4월 일본과의 FTA 협상을 개시해 총 5차례 공식협상을 진행한 이후, 일본 측의 비관세장벽 개선 로드맵에 대한 이행조치 진전에 따라 협상 지속 여부를 결정키로 한 협상지침에 의거해 검토 작업을 개시했다. 검토 결과 EU 회원국들은 2014년 6월 협상 지속에 합의했으며, 이후 2단계 협상에 돌입해 2015년 11월까지 총 14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일본은 2015년까지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강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협상을 진행 중이나 농산물 양허수준, 비관세장벽 등에서 양측 이견이 큰 편이며, 올해 중 협상 타결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2015년 5월에 개최된 EU-일본 정상회의에서 양측은 조속한 협상 마무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EU와 중국은 2009년 리스본 조약 발효에 따라 투자협정 체결권한이 EU 개별 회원국에서 EU로 넘어온 이후 2012년 9월 정상회의 시 합의를 토대로 최초의 투자협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EU는 중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서 중국에 진출한 EU 투자기업의 시장 접근성·예측성 개선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협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투자제한조치(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 투자지분율 제한 등) 해소, 금융·통신·우편 서비스 등 분야의 비즈니스 기회 창출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협정 협상은 양측 모두 서두르지 않는 입장이므로 타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며, 중국은 지속적으로 EU 측에 FTA 협상 개시 희망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나 EU 측은 투자협정 체결 이후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 집행위는 EU 역내 성장 회복과 고용 창출을 위한 3,150억유로 규모의 투자계획안(소위 융커펀드)을 2014년 11월 발표했는데, 중국 측이 이 투자계획에 참여하고 중국이 최근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인프라 구축사업에 EU가 참여하는 등 상호 투자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협정 체결은 중국 내 투자제도 개혁과 상호 투자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주요 양자 현안으로는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MES; Market Economy Status) 부여 문제가 있다.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할 때 가입의정서상 15년 동안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반덤핑 덤핑 마진 산정 등에서 인도 등 유사국가(analogue country)의 시장가격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돼 왔다. 15년이 끝나는 내년 12월 11일자로 이러한 산정방식은 종료되는데, 중국은 경제적 측면 이외에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 시장경제지위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EU는 통상법적인 고려 외에도 중국산 제품 수입증가로 인한 유럽 산업계의 피해 우려로 현재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에 이미 시장경제지위를 중국에 인정한 바 있다.


EU는 당초 지역 대 지역 방식으로 ASEAN 회원국과의 FTA 협상을 2007년 7월 개시했으나, ASEAN 회원국 간 상이한 발전단계, FTA를 통한 개방 정도에 대한 양측의 기대수준 차이, 미얀마 인권 문제 등의 요인으로 협상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다가 2009년 12월에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EU는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과의 개별 양자 FTA 협상을 추진했다. 싱가포르와는 2010년 협상을 개시해 2012년 상품 분야 협상을 타결하고, 투자협상을 2014년 10월 타결함으로써 포괄적 FTA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재 협정문 번역 작업이 진행 중이며, EU의 서명 및 비준 권한에 대한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검토(2015년 7월 제기)가 진행 중이다. 베트남과는 2012년 협상을 개시해 올해 8월 EU-베트남 통상장관회담에서 원칙적 타결 선언을 했으며, 현재 협정문 성문화 작업 및 투자 분야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그 밖에 말레이시아, 태국과의 협상도 진행 중이다. 한편 EU는 지난 10월 발표된 신통상투자전략에서 ASEAN과의 지역 대 지역 FTA 협상 재개를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향후 ASEAN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U는 한-EU FTA를 현재 EU가 이행 중인 FTA 중 가장 수준이 높고 발효 이후 양측 교역액이 유럽 내 소비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가장 모범적인 FTA 모델로 삼고 있다. 한-EU FTA는 EU가 투자협상 권한을 갖게 된 리스본 조약 발효(2009년) 이전에 협상이 개시돼 투자보호 챕터가 포함돼 있지 않은데, 한국과 EU는 향후 FTA 협정개정과 더불어 투자규범도입 협상 개시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TPP에 대응해 아태지역과의 전략적 경제통합 강조


EU는 신통상투자전략에서 밝힌 대로 미국과의 TTIP 협상 추진이 최우선 과제이며, EU-캐나다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의 조속한 발효, 일본과의 FTA 협상 및 중국과의 투자협정 체결 마무리가 우선순위가 될 전망이다. EU는 특히 지난 10월 초에 타결된 TPP에 대응해 아태지역과의 전략적 경제통합을 강조하면서 호주·뉴질랜드 및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ASEAN 국가와의 FTA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호주·뉴질랜드는 EU 입장에서 민주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아태지역 및 다자무역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와의 FTA를 통해 아태지역의 가치사슬에 통합되기 위한 굳건한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통상투자전략 발표 약 2주 후인 10월 29일 EU 집행위원장-뉴질랜드 총리 간 회의에서 양측은 FTA 협상개시 절차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EU는 2007년 인도와 FTA 협상 출범 이후 환경·인권 등 문제로 협상이 장기간 지연돼 왔으나, 최근 들어 10억 인구를 가진 시장인 인도와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FTA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EU는 중국과의 투자협상을 기초로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지역과의 투자협상 개시를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5일 TPP가 타결되고 EU가 미국과의 TTIP 협상을 둘러싼 불투명성과 유럽의 가치 저하 논란에 매몰돼 급변하는 국제 무역투자체제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EU 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금융위기(GREXIT), 영국의 EU 탈퇴 문제(BREXIT), 난민 문제 등 여러 산적한 현안에 직면하고 있는 EU가 앞으로 침체된 역내 경제를 회복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무역투자 확대 노력에서 어떠한 성과를 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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