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합의한 역사적인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OECD가 강조해온 금세기 말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net zero emissions)라는 목표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OECD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목표를 반드시 이뤄야 하고 ①탄소가격제 강화와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②녹색투자에 대한 장벽 제거 ③경제 전반에 걸친 정책 정합성 확보와 기후재원 지원 등 3단계의 정책적 접근을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OECD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된 당일인 2015년 12월 12일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의 성과를 환영하는 사무총장 성명을 발표했다. OECD는 파리협정이 기후대응의 결정적 전환점이고 2020년 이후 감축목표에 대한 국가들의 국별기여(NDC)는 인류의 미래 건강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저탄소-기후탄력적인 미래로의 길을 놓았다고 평가하면서, 파리협정은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며 정부들은 지금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세기 후반부 온실가스 제로 순 배출(net zero emission)을 요구한 첫 번째 국제기구 중 하나로서 파리협정이 특별히 고무적이라고 언급했다.
화석연료 비중 1990년대 이후 큰 변화 없어
2013년 앙헬 구리아 OECD사무총장은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금세기 말까지 화석연료로부터의 온실가스 순 배출을 ‘제로(0)’로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후 OECD는 지속적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저탄소경제로의 전환 등 관련 정책적 연구와 권고를 실시해 왔다.
화석연료는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81%를 차지한다.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믹스에서의 화석연료 비중은 1990년대 이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화석연료는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탄소배출의 주요 배출원이기도 하다.
OECD는 지구상의 인간활동의 유산을 고려할 때 일정 수준의 기후변화는 불가피하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축적되는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3~5℃ 수준의 변화가 아닌 최소 2℃ 이하로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선 금세기 말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순 배출을 제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파리협정도 이를 재확인했다. 파리협정 제2조에선 장기 지구평균온도 억제목표로서 종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 억제’보다 진전된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을 제시하고 군소도서국들이 요구해온 1.5℃로 제한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하면서, 제4조에선 이의 달성을 위해 국가들은 조속히 글로벌 배출정점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고 그 후 금세기 후반부에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원에 의한 온실가스 제거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급속한 저감조치를 이행하도록 명시했다.
OECD는 금세기 후반부에 온실가스의 배출과 제거의 균형달성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와 상통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COP21 이후에도 그간 추진해온 정책연구와 권고를 지속하고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OECD는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 목표는 도전적이지만 달성하지 못할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핵심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화석연료에 우호적인 정책 조류(tide)를 거슬러 추진돼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후정책과 관련 정책 분야 간의 정책 충돌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행동이 없는 경우 향후에도 화석연료가 인류가 선택하는 주된 에너지원으로 남을 것이며, 이는 추가적인 온실가스 축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의 정책은 여전히 화석연료에 우호적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석탄을 예로 보면 일반적으로 모든 화석연료 중 석탄이 가장 낮게 과세되며 관세도 매우 낮거나 없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원에는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수입관세가 부과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도전과제는 경제체제의 화석연료 의존성을 줄이는 정책이 경제성장과 경쟁력에 위험이 된다는 비판 등 강력한 저항이다. 그러나 보조금 개혁이나 에너지효율성 제고 등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다수의 조치가 이러한 경제적 위협을 야기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는 것이 OECD의 분석이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 206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오히려 글로벌 GDP가 매년 1~3.3%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OECD 연구 결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도전과제는 우리 경제와 사회시스템이 화석연료의 사용 및 개발과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많은 정부예산과 연기금이 여전히 석탄·정유산업의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선 화석연료의 진정한 환경비용을 생산자와 사용자에게 이전하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요구된다.
탄소가격제 강화와 화석연료 보조금 감소 시급
OECD는 탄소배출의 급속한 감축 잠재력은 많은 사람이 인식하는 것보다 크고, 정부가 다음 3개 정책영역에서 가능한 한 빨리 행동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탄소가격제의 강화와 화석연료 보조금의 감소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증가함에도 다수의 경제시스템은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적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화석연료의 소비자가격이 화석연료가 야기하는 환경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제혜택 등 다양한 방식의 화석연료 보조금은 생산자가 화석연료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게 한다. 탄소가격은 점진적으로 인상하더라도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화석연료 보조금은 시급히 제거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낮은 탄소세와 배출권가격 등도 개선돼야 한다.
둘째, 녹색투자에 대한 장애물 제거다. 낮은 화석연료가격은 에너지효율성과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의 장애물이다. 일례로 오염비용에 제값이 매겨지지 않는 경우 화석연료 관련 사업이 녹색인프라 사업보다 경쟁력 있게 된다. OECD는 예측 곤란한 정책과 규제환경, 기존 화석연료 전력생산에 우호적인 시장과 규제조치, 지역부품요건 등 국제무역과 투자의 장애요인도 녹색투자의 장애라고 본다. 이러한 정책 관련 문제는 녹색투자 촉진의 관점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셋째, 경제 전반의 정책 정합성 확보와 기후재원 지원이다. 기후대응의 복잡한 도전과제는 국제신뢰와 협력에 기반을 둔 전환적인 국내정책을 요구하며, 화석연료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경제 모든 부분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를 의미한다. 효과적인 이행점검은 탄소가격 수단과 그 밖의 정책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보는 데 필수적 조치다. 아울러 글로벌 지구온도목표 달성을 위해 개도국의 감축과 적응지원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OECD는 파리협정 등 COP21 성과의 구체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회원국이 광범위한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우수관행을 발굴하고 그를 통해 COP21에서 완결되지 못한 일부 쟁점의 보완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국가별 INDC(자발적 감축목표) 이행의 진행경과 추적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국가 간 서로 다른 경제구조와 배출강도 등을 고려하면서 추세 모니터링, 배출경로 이해, 국가경험 공유의 수단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둘째, 탄소시장과 관련한 사업이다. OECD는 이번 파리협정은 시장메커니즘과 관련해 엄격한 회계를 강조하면서도 시장에 관한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인 표현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향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수단의 이해, 사용 및 조정을 심화시키기 위한 탄소시장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넷째, 적응, 기후재원, 저탄소경제로의 전환 관련 연구 등 기존 연구도 지속적으로 심화해 나갈 예정이다.
韓, 탄소시장메커니즘 연구 조속히 추진해야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를 포괄하는 신기후체제의 출범과 새로운 시장메커니즘의 출현은 OECD에서의 기후 관련 논의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먼저 신기후체제 출범 이후 기후대응에 대한 동료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토의정서체제와 달리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방안(NDC)을 제출하고, 공통의 분석방법 개발과 관련 정책수단 공유가 활성화됨에 따라 국가 간 통계와 정책의 비교·평가가 용이해질 것이다. 아울러 NDC의 주기적 갱신과 후퇴방지원칙을 고려할 때 온실가스 감축이 미흡한 국가에는 동료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회원국에 대한 OECD의 경제·환경 등 분야별 검토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추세 분석과 기후정책 평가가 진행될 것이며,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 온실가스 배출수준 및 산업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국별기여방안(NDC)을 수립하고 그 이행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크다.
OECD에선 파리협정에 따른 새로운 시장메커니즘 관련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OECD는 2015년 10월 기 제출된 INDC를 분석한 결과, 종전 국제배출권의 다량구매자인 EU와 미국이 국제탄소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2020년 이후 시장메커니즘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COP21을 계기로 뉴질랜드가 제안한 탄소시장 이니셔티브에 우리나라, 미국을 포함한 10개의 OECD 국가와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이 참여한 점을 고려할 때, 신기후체제 아래에서 시장메커니즘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OECD는 그간의 연구를 통해 경제 전반에 탄소가격의 균일한 적용, 배출권거래제의 국제연계 등이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임을 확인한 바 있어 이러한 논의를 심화·확산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국내 상황에 적합한 시장메커니즘의 운영방식 등에 관한 탄소시장메커니즘 연구를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