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세계는 지금
WTO:기존 ITA의 최대수혜국 韓, 새로운 IT 신화를 기대한다
양기욱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2016년 03월호

2012년 5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EU, 일본 등 IT 주요국들은 ITA 확대협상의 출범을 선언했다. 3년 반에 걸친 협상이 이뤄졌고, 2015년 12월 제10차 WTO 각료회의가 열린 케냐 나이로비에서 ‘정보기술협정(ITA) 확대협상 최종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ITA 확대협상에서는 기존 ITA 품목 203개 이외에 201개의 새로운 품목에 대해 추가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전기기기, 의료기기, 계측기기, 음향기기 등이 추가됐고 소재, 부품, 장비 등 연관제품과 차세대반도체라 불리는 반도체 복합구조칩(MCOs)과 같은 새로운 제품들도 포함됐다.

    

 

최근 방송된 <응답하라 1988>은 케이블 TV의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기억의 심연으로 사라져 버린 추억들도 다시 꺼내 볼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삼성 ‘마이마이(mymy)’. 1980년대 완소 아이템으로 극 중에서는 쌍문여고 수학여행 장기자랑 1등 상품이기도 하다. 여주인공 덕선이는 마이마이가 갖고 싶어 친구들과 맹연습을 하지만 친구들의 부상으로 장기자랑에 나갈 수 없게 되고, 결국 골목 친구들인 정환, 선우, 동룡을 대리 출전시켜 그렇게도 원하던 1등 상품인 마이마이를 갖게 된다. 그 이후 덕선이가 베개 맡에 누워 마이마이를 통해 이선희, 이문세의 노래를 듣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마이마이가 뭐야? 왜 음악을 저걸로 들어” 같이 드라마를 보던 우리 아이가 내게 물었다. 설명이 쉽지 않았다. 미니카세트는 고물상에서조차 찾기 힘든 물건이 됐고, 이제 CD를 거쳐 MP3를 넘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상은 빨리 바뀌고 IT 기술은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ITA 확대협상 통해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의 교역규모 1조4천억달러



이렇듯 IT 산업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1996년에 정보기술협정(ITA; 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이 타결됐지만, 그 이후 새로운 IT 품목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ITA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산업계로부터 계속 제기됐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2012년 5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EU, 일본 등 IT 주요국들은 ITA 확대협상의 출범을 선언했다. 그리고 3년 반에 걸친 협상이 이뤄졌고, 2015년 12월 제10차 WTO 각료회의가 열린 케냐 나이로비에서 ‘정보기술협정(ITA) 확대협상 최종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EU 28개국 등 총 53개국이 여기에 참여했다.

    

 

ITA 확대협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존 ITA를 확대한 것이다. 기존 ITA는 1996년 타결된 것으로 현재 8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대상 품목(203개)에 대해 참가국들은 모든 WTO 회원국에 무세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 등이 기존 ITA 품목에 해당된다. 이번 ITA 확대협상에서는 기존 ITA 품목 203개 이외에 201개의 새로운 품목에 대해 추가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전기기기, 의료기기, 계측기기, 음향기기 등이 추가됐고 소재, 부품, 장비 등 연관제품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차세대반도체라 불리는 MCOs(Multi-Component ICs, 반도체 복합구조칩)와 같은 새로운 제품들도 다수가 포함됐다.

    

 

ITA 확대협상은 기존 ITA 이후 처음이자 약 20년 만에 타결된 다자간 관세철폐협상이다. WTO에 따르면 ITA 확대협상을 통해 새롭게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의 교역규모가 1조4천억달러이며 세계 상품교역의 약 10%에 해당된다고 한다.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ITA 확대협상 타결이 IT 및 관련 제품들의 가격 인하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서 사라지고 IT 산업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이번 협상 타결은 우리에게도 큰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수출시장도 커지고 우리 IT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잠정분석 결과에 따르면 협상 타결에 따라 우리 수출은 5억9천만달러, 수입은 5억7천만달러, 무역수지는 2천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분야 등 기존 ITA 품목의 추가적인 교역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음향기기, 의료기기 등 기존 ITA에 포함되지 않았던 제품들의 교역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TV 튜너 등 영상기기 부품, 네트워크카메라 등 각종 카메라, 위성TV 수신 셋톱박스, 초음파기기 등은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대표적 품목으로 꼽힌다. 또한 한중 FTA에서 중국측이 양허를 제외한 22개 품목(중국측 HS 8단위 기준)이 포함되면서 중국시장 진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TV카메라(중국 관세율 35%), 위성TV 수신 셋톱박스(중국 관세율 30%), 복합기 프린터(중국 관세율 10%) 등이 주요 품목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이득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도 매우 크다. 첫번째는 ITA 확대품목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서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처럼 특정국가에 대해서만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WTO 회원국에 대해 최혜국대우(MFN)를 부여하기 때문에 굳이 특정한 나라가 원산지임을 증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두번째는 IT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 더욱 촉진될 것이다. IT 및 관련 제품의 관세가 없어지면서 IT 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이는 IT 산업의 혁신과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IT 산업에 경쟁 우위가 있는 우리나라가 이득을 보는 것도 자명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53개 참가국들은 ITA 확대품목 201개에 대해 올해 7월 1일부터 관세철폐를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각국의 국내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국들은 해당품목 대부분에 대한 관세를 올해 7월 1일부터 3년 이내에 없애고, 민감품목의 경우도 올 7월 1일부터 최장 7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협정 이행을 위해 WTO 양허표 수정, 법령개정, 국내 비준절차 등 국내외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ITA 확대품목을 놓고 볼 때, 이들 53개 참가국이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9%(수출 94.2%, 수입 84.2%)에 이른다. 이는 ITA 확대품목의 교역 대부분이 무세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기존 ITA 품목과의 시너지까지 감안한다면 IT 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ITA 품목과의 시너지 효과 기대…IT 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 마련

 

 

지금 수출부진이 심각하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전년 대비 7.9% 감소했고, 2011년 이래 계속되던 무역 1조달러 달성도 이루지 못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8.5%나 감소해 충격을 줬다. 구조적인 세계경제 침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느끼는 위기감은 다른 나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동안 IT 산업은 우리 경제의 성공신화와 궤를 함께하며 우리나라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 삼성 마이마이는 소니 워크맨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이제 우리 기업들은 IT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반도체, 휴대폰, 평판디스플레이 등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았고, 전반적인 수출부진 속에서도 지난해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수출이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IT 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Information Technology & Innovation Foundation)은 한국을 기존 ITA의 최대 수혜국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ITA 확대협상에서도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ITA 확대협상 타결이 우리 IT 산업의 또 다른 신화를 여는데 기여하게 되길 기대한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