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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매스챌린지가 사랑한 스타트업
나석권 뉴욕총영사관 재경관 2016년 03월호

지난 호에서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이면서도 수익성 못지않게 공공성과 인류복지의 증진을 우선시하는 매스챌린지(MassChallenge)에 대해 알아봤다. 자본주의의 총아인 스타트업을 그것도 자본주의의 최첨단 미국에서 양성하는 인큐베이터이면서도 인류와 공공복지에 공헌하는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한다는 생각이 새삼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번 글에서는 매스챌린지가 1차 선정한 128개 파이널리스트 스타트업 중 최종 다이아몬드(Diamond)로 선정된 2015년의 베스트 스타트업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이 어떤 상업적 아이디어로 인류복지에 공헌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한국의 젊은 벤처창업가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리라 믿는다.


   

실시간 바이오센서, 바이오라시스(Biorasis)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생명공학이다. 바이오라시스(Biorasis)는 우리 몸 안의 대사물질을 실시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초소형 생체삽입형 바이오센서 니들(needle)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그림>을 보면 손가락 끝마디에 삽입하는 초소형 임플랜트 니들인 글루코위저드(Glucowizzard)는 그 크기가 0.5×0.5×5mm에 불과하다. 와이파이(wifi)로 신체 내 대사물질, 특히 포도당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며, 환자의 스마트폰을 통해 포도당의 과소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전자화학 센서, 약물전달 코팅, 아날로그 및 디지털 신호서킷, 반도체 패키징 그리고 품질컨트롤 기술이 종합적으로 결합된 결과물이라 한다. 현재는 포도당의 실시간 계측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젖산염(lactate), 산소, 이산화탄소, 글루탐산염(glutamate)까지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며, 그 계측 대상은 확장일로에 있다.

 

 

이 기술은 효과나 비용 측면에서 기존의 바이오센서 기술보다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특히 동물실험에서 신진대사와 관련한 약물의 효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 탁월하다고 한다. 마취나 외과수술, 혈액 채취를 통하지 않고도 실험용 동물의 대사물질 적정 여부를 손쉽게 지속 파악할 수 있어 시간 및 비용 측면에서 효과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생체삽입형 실시간 바이오센서인 만큼 휴식 중이거나 운동 등 여러 실제 상황에서의 동물반응을 정확하게 데이터화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와이파이 기술을 통해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관계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 실험이나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주는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멕시코인의 옷장, 에스트레논(Estrenon)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국가에서는 고품질 옷의 착용 여부가 사회적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일상 의류에 의해 사회적 불균등이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싸고 볼품없는 옷을 입음으로써 교육적, 전문적 그리고 개인의 능력발전의 기회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풍토에 착안해 탄생한 에스트레논(Estrenon)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멕시코 내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진 ‘의류재활용’ 사회적기업이다. 이들의 사업방식은 너무나 단순하다. 더 이상 입지 않는 고가의 의류를 전국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싸게 구입한 후, 서민들에게 최대 99%까지 할인·판매하는 것이다. 방식은 단순하지만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멕시코 빈민들의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 궁극적으로 빈곤의 악순환 구조를 타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로고에서 보듯이 누구에게나 좋은 옷을 싸게 제공(good clothes for all)하기 위해 전국적인 재활용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그야말로 멕시코인들에게 ‘두 번째 옷장(the second closet)’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에스트레논은 외양을 변화시킴으로써 멕시코인들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의 변화를 선도할 뿐 아니라 사업 수익금을 멕시코 내 신경계 관련 환자치료에 쾌척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상업적 방법에 의한 공공목적 실현이라는 매스챌린지의 목표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사업형태라 하겠다.



부착형 하이브리드 모듈, 하이리온(Hyliion)



하이리온은 카네기멜론대 공대생들이 합작해 만든, 부착형 하이브리드 모듈(add-on hybrid module)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하이브리드형 차량의 장점을 트레일러용 트럭에 적용한 것으로, 트럭과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서스펜션에 하이브리드 기법을 추가해 트럭 운행 시 생기는 전기를 밧데리로 축적·활용케 함으로써 연료절감 및 환경오염 방지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트럭 트레일러 한 대가 1년에 평균 8만5천달러 정도의 연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하이리온의 스마트 서스펜션 시스템으로 교체할 경우 연료비에서만 연평균 2만6천달러를 절감함으로써 연료 소비를 30% 감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산업 전체로 확장해 보면, 미국 내 트럭사업자들이 연간 사용하는 디젤 연료비가 약 1,500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이 시스템의 활용만으로 연간 450억달러의 연료를 절감하게 되는 것이니 그 거시적인 효과가 실로 놀랍다. 여기에 연료비 절감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관련한 공해 방지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또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수적 효과임에 분명하다.

    

 

하이리온에 경탄을 금치 못하는 것은 이러한 스마트 서스펜션 시스템이 겨우 8개의 볼트와 몇 개의 케이블 연결로 가능하며, 이 모든 교체작업이 한 시간 내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트럭 트레일러의 80%에 적용 가능하다고 하니, 손쉽게 연료 효율도 높이고 기후변화 방지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품성을 이미 여러 곳에서 인정받아 ‘2015년 전미 클린에너지 비즈니스경연대회’ 우승, ‘가장 혁신적인 에너지기술 스타트업’ 선정 등 혁혁한 성과를 이뤄왔으며, 지난해 말에는 매스챌린지 다이아몬드 상을 수상하는 영예까지 거머쥐었다.

 

 

다시 ‘문샷 싱킹’을 향해  



사업성도 높으면서 공공적 효과가 큰 사업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스챌린지가 발굴한 2015년 다이아몬드 상 수상자들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 찬란한 빛을 발한 스타급 스타트업이 아닐 수 없다. 초미니 생체삽입형 바이오센서를 통해 인류의 질병치료에 기여하겠다는 바이오라시스, 버려진 옷을 재활용해 빈민들에게 빈곤퇴치의 희망을 안겨주는 에스트레논 그리고 트럭용 하이브리드 모듈 개발을 통해 연료절감과 기후변화 방지에 일조하는 하이리온. 하나같이 사업내용을 보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이들도 초창기에는 많은 고심을 거듭해야 했을 것이다.



대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을 조사하면서, 문득 구글(Google)이 지향하고 있는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을 떠올리게 됐다. 달을 보다 잘 알기 위해 우리는 10% 성능이 개선된 천체망원경을 개발할 것인가, 아니면 혁신적으로 달에 날려 보낼 로켓을 만들 것인가? 앞에서 살펴본 스타트업들은 10% 개선적인 사고를 한 것이 아니라 10배 앞서가는 혁신적인 생각을 한 선구자임에 분명하다. 이들이 이뤄가고 있는 스타트업의 세계와 이에 내재된 문샷 싱킹하는 방법을 우리의 젊은이, 벤처창업계, 나아가 한국사회가 하루 빨리 체질화하기를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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