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2012년 각료이사회부터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고용확대와 형평성 개선 이슈를 중심으로 포용적 성장을 다뤘으며, 2015년부터는 장기적이고 지속적 성장이 분배와 고용의 핵심적 요소임을 인식하고 저성장 탈피를 위한 이슈를 주로 논의하고 있다. 2015년에는 투자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올해 각료이사회에선 포용적 성장을 위한 생산성의 증대방안을 중심주제로 논의하게 된다.
전통적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성장방식은 크게 외생적 성장(extensive growth) 방식과 내포적 성장(intensive growth) 방식으로 구분된다. 외생적 성장은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의 투입을 증대시킴으로써 성장을 증대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개도국 성장과정은 유휴자원을 고용하는 외생적 성장방식을 취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완전고용 상황에 도달해 대부분의 생산요소가 활용되는 시점에 오면 이때부터 성장은 투입보단 혁신 등 생산성 증가에 의존하게 된다. 소위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고용·분배 등 전통적 경제학 이론에서 명시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던 부분을 강조한다. 포용적 성장의 개념이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성장하되 고용이 많이 창출돼 분배에도 기여하는 방식의 성장을 의미했다. 이후 포용적 성장은 소득의 분배나 고용창출 뿐만이 아니라 ‘삶의 질(웰빙)’의 개선까지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 개념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
포용적 성장, ‘삶의 질’ 개선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과 분배 문제가 주요 이슈로 제기되면서 국제경제기구를 중심으로 소득증대 중심의 전통적 성장방식을 분배와 삶의 질 개선을 포괄하는 다차원적 성장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우리의 경우도 서민생활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가 경제정책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성장률 자체보다는 ‘성장의 질’을 개선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포용적 성장관련 논의는 세계노동기구(ILO)에서 과소 소비설에 근간을 둔 ‘임금주도 성장이론(Wage-led Growth Theory)’을 제시하면서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ILO는 현재의 저성장을 소득불평등 심화에 따른 과소소비에 기인한다고 본다. 유효수요 부족이 임금의 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 증가에 기인하므로 노동자의 임금을 증대시킬 경우 저소득층 소득이 증대하고 지출이 증가해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임금을 증대시킬 수 있을지는 분명한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생산성의 증가 없이 인위적으로 갑자기 임금을 상승시킬 경우 생산비용을 증대시켜 오히려 실업을 야기하고 성장을 더욱 둔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에 따라 OECD·세계은행 등 국제경제기구는 시장원리에 기반한 포용적 성장이론을 제시했다. 이들의 입장은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 노력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기본으로 전반적인 정책을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킬 수 있도록 개선하자는 것이다. 임금격차 완화도 노동시장 이중성 완화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을 권고하며 교육의 질 개선과 계층 간 교육격차 완화 등 인적자본에 대한 지속투자를 중요시한다. 특히 기술혁신 등에 의한 경제성장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노동수요에 적응하기 위해선 지속적 교육과 훈련을 통해 본인의 역량(스킬)을 제고할 필요가 있는바, 이러한 과정에서 교육과 훈련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에 많은 강조를 하고 있다.
OECD는 2012년 각료이사회부터 포용적 성장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고용확대와 형평성 개선 이슈를 중심으로 포용적 성장을 다뤘으며, 2015년부터는 장기적이고 지속적 성장이 분배와 고용의 핵심적 요소임을 인식하고 저성장 탈피를 위한 이슈를 주로 논의하고 있다. 2015년에는 투자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올해 각료이사회에선 포용적 성장을 위한 생산성의 증대방안(Enhancing Productivity for Inclusive Growth)을 중심주제로 논의하게 된다.
OECD는 포용적 성장 이니셔티브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정책대안의 개발을 위한 2년간의 연구를 통해 2014년에 포용적 성장을 위한 OECD 정책프레임워크(OECD Framework for Inclusive Growth)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선 소득의 분배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특정정책이 특정그룹에 미치는 영향과 다양한 정책 간의 상보성과 상충성을 잘 이해하게 했고, 다면적인 성과와 정책변수의 관계분석을 통해 어떻게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켰다. 이후 매년 업데이트되는 All on Board: Making Inclusive Growth Happen이라는 책자를 통해 거시정책, 노동시장정책, 교육과 스킬, 경쟁과 시장규제, 혁신, 금융시장, 인프라와 공공서비스, 도시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킬 수 있는 정책조합에 대해 논의하고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프레임워크를 개선하고 있다.
OECD는 2015년 각료이사회를 통해 포용적 성장이 지향해야 할 구체적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①경제성장과 사회진보는 동시에 추진돼야 하며 경제성장의 목적은 삶의 질(웰빙) 제고다. ②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성장과실이 폭넓게 공유될 필요가 있다. ③기회의 불평등뿐만이 아니라 결과의 불평등도 정책에 고려돼야 한다. ④경제정책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뿐만이 아니라 소득·건강·고용과 다른 부문에 미치는 효과도 모두 고려해야 한다. ⑤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형성 과정은 모든 관련자의 입장이 반영되는 포용적 정부정책의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방식(whole-of-government approach)이어야 한다.
4개 부문에서 포용적 성장 위한 구체적 작업계획 제시
2016년 각료이사회에선 4개 부문(pillar)으로 나눠 포용적 성장을 위한 구체적 작업계획(Work Program)을 제시할 예정이다. 우선 방법론적 차원에서 소득뿐만이 아니라 비소득 분야도 포괄해 다차원적인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 보완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대안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두 번째로, 부문별로는 건강, 교육, 스킬, 혁신, 경쟁정책, 규제, 금융, 지역과 도시, 공공거버넌스, 도시 공기의 질, 조세디자인, 청년고용, 사회보장 등 다양한 부문에서 포용적 성장방안에 대해 분석하게 된다. 세 번째로, 국가적 차원에선 포용적 성장의 프레임워크를 회원국과 비회원국에 구체적으로 적용해 효과성에 대한 사례분석을 하고 이를 비교·분석함으로써 모범사례를 도출한다. 네 번째로, 지역적 차원에선 지역별 특수성을 감안해 포용적 성장 프레임워크가 효과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정책대안을 개발한다. 우선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정책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부문별로 포용적 성장의 논의동향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혁신 및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부문에선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과정에 경제주체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러한 논의는 올해 각료이사회에서 논의되는 ‘포용적 성장을 위한 생산성 증진’ 이슈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지속적 성장을 위해 생산성 증진의 필요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생산성 증진을 위해선 적극적인 기술혁신과 구조조정 등이 필요한데 이러한 제반 정책이 분배의 형평성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포용적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이 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우려에 대응해 소외계층 및 낙후지역에 대한 사회적 재교육 및 공공인프라 투자가 강조되기도 한다.
산업 부문에선 고용창출능력이 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기업가정신과 투자에서 형평과 고용을 함께 고려하는 ‘포용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중소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및 소외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다양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창업지원 등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 부문은 금융이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 논의되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교육 강화 등도 금융약자 보호를 위한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다.
조세 부문은 조세제도의 포용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규제 부문도 규제의 영향평가를 할 때 규제의 직접적 목표 달성의 여부와 비용 측면의 평가 외에도 분배·고용·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녹색성장 부문도 녹색성장이 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보완하는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낙후된 지역의 환경여건 개선을 통해 직접적으로 저소득층 삶의 질을 개선할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고용 부문에선 청년·여성·노인 등 취약계층의 고용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조함과 동시에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완화해 유연성을 증진시키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포용적인 노동시장’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 분야에선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지원과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스킬 배양, 평생교육 지원 등을 통해 교육의 질과 형평성을 제고하는 정책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보건·연금과 관련해선 고령층 빈곤 문제와 건강증진,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서비스 강화 등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연금의 경우에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다. 공공행정 분야에선 공공행정의 포용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장경쟁 효율성 유지하면서 삶의 질 높일 방법 찾기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글래스고대의 도덕철학교수였다. 아담 스미스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 외에도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을 썼다. 많은 학자가 국부론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감정론의 핵심개념은 ‘공감(sympathy)’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처지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사회가 특정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공감함으로써 형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도덕적이고자 한다면 사회나 타인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자유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상징인 ‘보이지 않는 손’도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도덕감정’을 근간으로 존립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말로 ‘공정한 규칙에 따른 경쟁’이라고도 할 수 있고, 공정경쟁에서 ‘공정’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뜻이 달라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담 스미스가 살았던 중상주의시대에는 특정상인에게 특혜를 줌으로써 경쟁을 억압하는 것이 불공정이었고, 아담 스미스는 이를 철폐하고 공정한 시장경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글에서의 약육강식방식의 원칙 없는 경쟁이 공정한 시장경쟁이 아니듯 과도한 정부개입도 공정한 시장경쟁이 될 수 없다. OECD는 시장경쟁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모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포용적 성장’의 화두를 갖고 고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틀이나 실증적 연구, 정책방향은 아직 완성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며 향후 보완과정과 추가적 논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돼 나가는 가운데 더욱 내용도 풍부해질 것으로 본다.